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한층 높아지는 일이 지난주에 있었습니다. 한국이 ‘개발원조위원회’의 회원이 된 건데요.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으로부터 관련된 설명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지냈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성우:
한국이 내년 1월1일부터 ‘개발원조위원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게 됩니다. 위원님, 먼저 개발원조위원회는 무엇인지요? 그리고 한국이 여기 가입한 건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고영환:
먼저 OECD, 경제협력개발기구에 대한 설명부터 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이건 30개 나라가 가입한 선진국의 모임입니다. 그 안에 개발원조위원회가 있는데, 한국이 여기 24번째 회원국이 된 거지요. 기존 23개 나라는 미국, 일본, 그리고 대체로 구라파의 나라들입니다. 한국이 이곳의 성원국이 됐다는 게 뭘 의미하냐면, 원조를 받던 나라, 정말 가난에 찌들고, 배고프고, 보릿고개가 있던 나라가 이젠 선진국이 돼서 다른 나라에 원조를 주게 됐다는 겁니다. 진짜 선진국들의 알짜배기 모임에, 그 구락부에 성원이 됐다는 거죠.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다음에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의 가난한 나라들 중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한 것은 오직 한국입니다. 유일합니다. 그러니까 의미가 굉장히 크지요.
박성우:
개발원조위원회의 회원국들이 전 세계 원조의 90%를 제공한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습니다. 한국이 이 중 한 나라가 됐다는 건데요. 개발원조위원회에서 한국은 어떤 역할을 하게 될 걸로 전망하십니까?
고영환:
한국은 개발도상국들에게 자기의 경험과 축적된 지식을 넘겨줄 수 있다는 게 있고요. 또 개발도상국과 발전된 나라들 사이의 교량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거지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건 역시 한국은 가난으로부터 어떻게 탈출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예이고 모범이니까, 이걸 전달해 줄 수 있다는 의미가 있는 거지요.
박성우:
말씀하신 데로 한국은 6.25 전쟁의 잿더미에서 일어난 셈인데요. 이젠 한국이 공적개발원조를 2015년까지 세 배가량 늘리겠다고 약속했지요?
고영환:
그렇습니다. 30억 달러 수준까지 올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제가 한 가지 예를 들겠습니다. 북한의 2005년 국가 예산이 북한 돈으로 4천 57억 원입니다. 이걸 북한이 내세우고 있는 공식환율, 물론 지금은 비공식 환율이 기본으로 작용합니다만, 1달러당 150원으로 계산해도 1년 예산이 25억 달러 수준이거든요. 이건 한국이 1년 동안 외국에 주는 지원액이 북한의 1년 예산보다 많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굉장히 큰돈이죠.
박성우:
한국이 개발원조위원회에 가입하면서, 서울에 있던 국제기구 하나가 문을 닫게 됩니다. 바로 유엔개발계획(UNDP)인데요. 이게 뜻하는 바도 크지요?
고영환:
평양에서는 ‘유엔디피’라고 한글로 쓴 (번호판을 단) 차가 다닙니다. 이게 유엔개발계획 차량인데요. 지방 사람들은 못 보겠지만, 평양 사람들은 이런 차가 다니는 걸 알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저게 지원과 원조를 주는 기구다’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서울에 이 기구가 지금껏 있었는데, 이게 없어졌습니다. 이건 UNDP에서 한국에 주는 원조는 없다는 걸 뜻하죠. UNDP 서울사무소가 없어지는 대신에 ‘서울전략센터’라는 게 생깁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한국이 원조를 지원하는 전략을 세우는 센터가 생긴다는 거지요. 그러니까 한국은 지원을 받던 나라에서 이제 지원을 주는 나라로 바뀌게 됐다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박성우:
반면에 유엔개발계획은 내년부터 북한에 연간 250만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발표를 내놨지요?
고영환:
북한에 개발해야 될 분야가 굉장히 많습니다. 사실 250만 달러가 큰 건 아닌데, 그래도 국제기구가 한 나라에 주는 돈 치고는 작지 않다고 말할 수 있어요. 제가 여기서 잠깐 다른 맥락의 이야기를 좀 하고 싶은데요. 사실 남과 북의 관계만 좀 더 발전되면, 250만 달러보다 100배는 더 많은 2억 5천만 달러도 충분히 줄 수 있거든요. 지금 이야기 나누는 주제와는 좀 떨어진 이야기이지만, ‘남과 북의 경제 교류협력이 좀 더 잘 됐으면’ 하는 제 희망을 말씀드립니다.
박성우: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북한은 70년대까지만 해도 제3세계 국가들, 특히 아프리카에 원조를 주던 나라였습니다. 위원님께서는 북한에서 외교관으로 일하시면서 원조를 주는 업무도 관할하셨을텐데요. 요즘 북한의 상황과는 참 많이 달라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느끼는 점이 있으실 듯한데요. 말씀 부탁드립니다.
고영환:
북한이 60년대 후반부터 80년대까지 아프리카 나라들에 정말 엄청난 양의 원조를 줬습니다. 북한의 원조가 들어가지 않은 나라가 거의 없었습니다. 아프리카 나라들을 제가 대표단 성원으로 거의 모두 다녀봤는데요. 북한제 아카보 총, 한국에서는 AK소총이라고 하지요, 이 아카보 총이 안 들어가 있는 나라가 없었습니다. 74년 당시 화폐로 3천만 영국 파운드를 자이르에 줬는데, 지금 돈으로 계산하면 30억 달러가 된다고 해요. 한 나라에 준 것만 그렇다는 거죠. 짐바브웨에도 ‘폭풍여단’이라고 부르는 북한식으로 훈련된 여단에 장비를 몽땅 공짜로 줬거든요.
탄자니아 해군을 지원해 줬죠, 우간다 보병과 포병을 지원해 줬죠. 아마 지금 돈으로 수백 억 달러의 돈이 아프리카로 들어갔습니다. 그 목적은 첫째, 김일성 주석의 위대성을 선전하자, 둘째 유엔에서 표를 많이 얻자, 그리고 셋째가 뭐냐면, 북한 원조의 대다수가 군사 원조에 집중돼 있습니다. 그 나라의 대통령을 보호해 주고 경호해 주는 부대 창설, 대통령궁 건설, 대통령 사우나 건설… 그런데 정권이 바뀌면, 그 반대파는 북한에 굉장히 화가 나 있죠. ‘북한이 독재자를 지원해 줬다’는 것 때문이죠. 그러니까 새로운 정부가 서면 북한과의 관계가 멀어지는 거죠. 그리고 무기를 주면, 그 나라 사람들이 자체 국방력을 발전시키기 위해 그냥 가지고 있는 게 아니고, 옆 나라를 침공해요.
예를 들어서, 말리하고 부르키나파소가 싸웠는데, 북한이 말리에는 탱크를 주고, 부르키나파소에는 탱크를 잡는 반탱크 로켓을 줬어요. 둘이 전쟁을 했는데, 말리의 탱크가 많이 파괴되고 부르키나파소 보병이 많이 죽었죠. 그러니까 두 나라가 북한을 다 싫어하는 거예요. ‘왜 우리 적에게 무기를 줬냐’는 거지요. 그러니 많이 주면서도 욕을 얻어 먹었던 거죠. 게다가 원조는 공장을 세워서 경제 발전을 하는 데 썼어야 했는데, 주민생활 향상에는 도움이 하나도 안 되는 독재자들 지위 향상하는 데 쓰고, 다른 나라를 침공하는 데 쓰니까, 그 나라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 거지요. 새로 집권한 정부도 좋아하지 않고. 결국 북한의 아프리카 외교는 실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북한 사람들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송팔 사탕’이라고 평양 사람들은 아는 건데, 버스를 타고 송신에서 팔동교까지 가는 동안에도 입에 넣은 사탕이 녹질 않아서 ‘송팔 사탕’이라고 부르는 게 있습니다. 외교관들이 무슨 말을 했느냐면, ‘우리나라 애들한테 송팔 사탕 하나를 못 사주는데, 왜 아프리카에 군대를 지원하고, 포를 주고, 탱크를 주고, 해군 함정을 주고, 어뢰정을 주고, 왜 그러느냐’는 거지요. 말은 못했지만, 속으로는 굉장히 의견이 많았거든요. 지금 북한은 (고난의 행군 시절에)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에 식량을 좀 보내달라고 구걸하는, 정말 가슴 아픈 일이 벌어지고 있거든요. 이런 걸 보면 정말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박성우:
지난 30~40년 사이에 참 많은 차이점들이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위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