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김정일이 보즈워스 안 만난 건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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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미국의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3일간의 평양 방문을 마치고 예정대로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 오늘은 보즈워스 대표의 방북 결과에 대해서 집중 분석해 보겠습니다.

박성우: 연구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보즈워스 대표가 이번 방북에 대해서 "매우 유용했다"고 말했습니다. 이게 외교적 수사이기는 합니다만, 위원님께서는 이 말의 뜻을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총평을 겸해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고영환: 보즈워스 대표가 평양에 가서 6자회담 북한 측 대표인 김계관 부상과 북한 외교의 핵심 간부인 강석주 제1부상과 직접 회담을 했습니다. 여기에 분명 의미가 있습니다. 보즈워스 대표가 평양 방문을 끝내고 서울에 돌아와서 기자회견을 가졌는데요. 기자회견에서 "북미 양국이 2005년 9.19 공동성명과 이를 수행하기 위한 6자회담 재개에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말했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냐면, 9.19 공동성명은 북한의 모든 핵무기, 핵프로그램을 철폐하는 것이고, 미국을 비롯해 다른 5개 참가국은 북미 관계개선, 북일 관계개선, 대북 경제지원을 해 주는, 이런 걸 다 묶은 것이거든요. 이것을 하기 위한 6자회담에 북한이 나오겠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습니다. 북한이 올해 초에 들어와서 '6자회담에 다시는 안 나가겠다', '이건 깨졌다'고 말했던 데서 얼마나 엄청난 발전을 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이번 회담은 분명 아주 유용하고 유익한 회담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성우:
보즈워스 대표의 평양 방문 일정이 좀 길어지는 것 아니냐는 말도 있었는데요. 예정대로 돌아왔습니다.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저는 미국의 외교가 여러 가지 특징이 있지만,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바로 '투명성'이라고 봅니다. 미 국무부에서 보즈워스 대표가 북에 들어갈 때 분명히 2박3일간 평양 방문을 하고 돌아온다고 말했고요, 보즈워스 대표도 평양에 들어가서 2박3일간 딱 방문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이게 첫 번째 미북 간 공식 회담인데, '우리는 말한 대로 하고, 말한 대로 돌아온다', '첫 회담부터 북한에 끌려다니지 않고, 첫 단추부터 정확히 잘 끼우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북측에 밝힌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보즈워스 대표가 평양에서 김정일 위원장을 만날 것인지도 관심사 중 하나였는데요. 보즈워스 대표는 "만남을 요청하지도 않았고, 만나지도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고영환: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이고 초강국 아닙니까. 어떻게 보면 지금 시간에 쫓기고 있는 건 미국이 아니고 북한이거든요. 2012년까지 강성대국도 건설해야 하고, 그렇게 하려면 경제 원조도 많이 받아야 하는데요. 이걸 위해선 김정일 위원장이 특사로 북한에 온 보즈워스 대표를 만나야 했는데, 그렇게 하질 않았거든요. 그런데 또 미국은 "요청하지도 않았고, 만나지도 않았다"고 분명히 이야기했어요. 이게 뭘 의미하느냐면, '북한에 끌려다니지 않고, 북한이 안 만나주면 안 만나고, 자기네가 필요하면 만나자고 할 때가 올 것이니, 그때 만나면 되지 않겠냐'는 입장에서 보즈워스 대표가 이야기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박성우: 그런데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자강도에 있는 강계 목장을 현지 지도했다'고 10일 보도했습니다. 정치 외교적으로 중요한 시점에 김 위원장은 평양 밖에 있었다는 걸 보도를 통해 알린 셈인데요. 왜 그랬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강계는 평양에서 제일 멀리 떨어진 지역 중 하나입니다. 보즈워스 대표가 평양에 들어가 있는 동안 김 위원장이 이런 곳을 방문했다고 발표한 건 '나는 이번에 보즈워스 대표가 와도 안 만나겠다'는 걸 세계에 미리 알린 것인데요. 이렇게 한 배경에는 미국의 대표가 와도 북한이 요구하는 것들, 그러니까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전환, 주한미군 철수, 이런 북한의 근본적 요구 사항에 대해서 미국이 진전된 입장을 가지고 오기 전에는 안 만난다는 걸 내외에 선포하는 형식을 취한 건데요. 사실은 북한이 속으로 간절히 원하는 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거든요. 그런데 오바마 대통령의 특별 대표가 들어갔는데도 안 만난 건 약간의 기싸움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북측이 좀 실수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박성우: 보즈워스 대표가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를 갖고 갔는지도 관심사가 됐는데요. 친서를 갖고 갔냐는 질문에 보즈워스 대표는 "내가 바로 메시지다"라고 말했습니다. 메시지는 '친서'라는 말도 되고, '전달하는 글이나 말'을 뜻하는데요. 이건 어떤 의미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메시지를 갖고 가는 사람이 '메신저'인데요. 친서에는 구두 친서도 있고 서면 친서도 있습니다. 그 사람이 가서 해당되는 사람을 만나서 '누가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라고 전달하는 게 친서거든요.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서 전달했으면 더 의미가 있겠지만, 어쨌든 김정일 위원장과 가장 가까운 외교 핵심인 강석주 제1부상을 만나서 이야기를 충분히 전달한 것으로도 (보즈워스 대표가) 충분히 메신저의 역할을 하지 않았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박성우: 이번 보즈워스 대표의 방북을 통해서 미국이 원했던 건 '북한의 6자회담 복귀'인데요. 그런데 북한은 '언제 복귀하겠다'는 식의 명시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그 의도는 뭐라고 분석하십니까?

고영환:
보즈워스 대표가 들어가기 전부터 미국은 분명하게 '이번에 보즈워스 대표가 들어가는 것은 미북 관계 정상화 같은 걸 토론하기 위한 게 절대 아니다, 북한이 6자회담에 들어오도록 하는 게 보즈워스 대표의 임무다'라고 여러 차례 분명하게 말했어요. 보즈워스 대표가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와서 '6자회담에 대한 미북 사이의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습니다. 이게 뭘 의미하느냐면, 북한이 올해 들어와서 수차례에 걸쳐서 '6자회담은 다시는 없다, 절대로 안 돌아간다, 6자회담은 영원히 깨졌다' 이렇게 말했던 입장에서 상당히 뒤로 돌아와서, 이제 '6자회담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건 '6자회담에 나올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한 언질을 분명히 준 거에요. 그런데 그 시점이 언제인가 하는 건 아무래도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되는 게 아니냐는 거지요. 한 번 내지 두 번 정도 미북 간 접촉이 더 있은 다음에 5자가 충분한 협의를 거쳐서 6자회담이 열리지 않겠느냐, 이렇게 생각합니다.

박성우:
마지막으로, 보즈워스 대표가 군용기를 타고 평양을 다녀왔습니다. 군용기를 사용한 이유는 뭐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그게 참 재미있는 건데요. 오산에 있는 미 공군기지에서 미 공군기를 타고 평양에 갔고, 이걸 북측이 받아들였습니다. 보즈워스 대표가 공군기를 타고 간 것은 미국과 미군, 주한미군을 다 대표해서 평양에 갔다는 의미를 보탤 수 있거든요. 북한은 지금까지 '미군은 철천지 원수'라고 비판해오지 않았습니까. 그러면서도 미군의 비행기를 평양 비행장에서 공식적으로 받아들였다는 건 겉으로는 미국을 욕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미국을 예우하고, 정중하게 받아들이고, 정중하게 대우한다는 걸 뜻합니다. 또 미국과 모든 걸 빨리 해결하고 싶어한다는 의미도 갖고 있습니다.

박성우: 보즈워스 대표가 군용기를 타고 갔다는 점, 또 북한이 군용기를 타고 온 보즈워스 대표를 받아들였다는 점, 이것만 갖고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군요.

고영환: 네.

박성우:
잘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보즈워스 대표의 평양 방문 결과에 대해서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 살펴봤습니다. 위원님, 오늘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