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중국의 차기 지도자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시진핑 국가 부주석이 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습니다. 북한에서는 ‘시진핑’이라는 이름을 한자식 표기법대로 ‘습근평’(習近平)으로 부르지요.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 시진핑 부주석의 한국 방문에 대해 집중 점검해 보겠습니다.
박성우:
위원님, 날씨가 많이 추워졌습니다. 지난 한 주 잘 지내셨는지요.
고영환:
네, 잘 지냈습니다. 고맙습니다.
박성우:
시진핑 부주석이 16일 한국을 찾았습니다. 17일인 오늘은 이명박 대통령과의 조찬도 가졌습니다. 시진핑 부주석은 19일까지 한국에 머무는데요. 먼저 우리 청취자들을 위해서, 시진핑은 어떤 인물인지에 대해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고영환:
시진핑 부주석은 저와 같은 해에 태어났습니다. 1953년생이고요. 그 유명한 청화대학을 졸업했고, 청년 간부와 당 간부를 거쳐서 지금은 국가 부주석으로 재임 중이고요. 오는 2012년에 18차 당 대회가 열리는데, 거기서 국가주석 후보로 제일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인물입니다. 지금 진행되는 상황으로 봐서는 후진타오 주석의 후계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박성우:
시진핑 부주석이 중국의 차기 지도자로 간주된다는 말씀이신데요. 중국의 지도부 선출 방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듯합니다. 북한과는 차이가 있지요?
고영환:
아무래도 큰 차이가 있지요. 예전에 모택동 주석 때까지만 하더라도 주석이 자신에게 가장 충성스럽고 자신의 노선을 잘 따를 듯한 사람을 후계자로 임명하는 절차를 밟았는데요. 지금은 중국 공산당의 전원회의 같은 곳에서 경선을 합니다. 여러 후보자가 나와서 표를 제일 많이 얻는 사람이 당 총서기가 되는 겁니다. 다시 말하자면, 자유로운 민주주의적인 방법으로 당 지도부를 선출한다는 점에서 북한과 다릅니다. 북한은 아버지가 아들에게 권력을 넘겨주는 방법으로 하기 때문에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박성우:
알겠습니다. 시진핑 부주석의 이번 한국 방문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다고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시진핑 부주석이 58명의 대규모 대표단을 이끌고 어제 저녁에 서울에 도착했고, 오늘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했는데요. 한국과 중국은 지난해에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라는 걸 맺었습니다. 쉬운 말로 하면 ‘부부 관계’를 맺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는데요. 한국의 제1 수출 대상국은 미국이었는데 이제는 중국입니다. 이렇게 한중 간에는 인적교류, 경제교류가 많거든요. 이번에 시진핑 부주석이 오는 건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한 단계 더 높이는, 그리고 시진핑 부주석이 차기 지도자로 유력하기 때문에 그 사람과 인맥을 맺어서 한중 관계를 더 강화하는 측면도 있고요. 북핵문제, 자유무역협정 문제, 그리고 다음 해에 한국에서 G20, 그러니까 세상에서 제일 잘 사는 20개 나라의 모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와 관련된 토론도 하는 등, 아주 큰 의미를 가진 방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박성우:
지난해 6월에는 시진핑 부주석이 평양에서 김정일 위원장과 만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북중 간 의제와 현재 한중 간 의제는 차이점이 있어 보이는데요. 어떻게 이해하면 될까요?
고영환:
지난해 시진핑 부주석이 평양에 가서 김정일 위원장을 만났을 때도 북핵문제가 있었고, 북중관계 문제가 있었고요. 이번에도 북핵문제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한중 두 나라 사이의 관계를 강화하는 문제나 자유무역협정 같은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데요. 6자회담의 북핵문제와 관련해서 북한은 중국에 ‘우리 입장을 좀 대변해 달라’고 말하는 반면, 한국에 와서 중국 측은 미국, 러시아를 비롯해 주변국들과 북핵 문제를 어떻게 하면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를 협의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북중 관계의 문제는 중국의 일방적 지원에 국한되는 반면, 한중 관계는 무역액이 2-3년 후에는 2천억 달러를 돌파하게 되는데요. 한중 양국이 다룰 문제는 경제협력 문제, 인적교류 문제, 자유무역협정 문제, 기후변화 문제 등을 포함해서 산같이 쌓여 있지요. 한국은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사이의 교량 역할을 하는 나라입니다. 중국은 또 대국이고요. 서로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을 겁니다. 이런 차이가 있지요.
박성우:
한중 관계가 중요하다는 건 모두가 인정하는 말인 듯합니다. 하지만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건 아닌 걸로 보입니다. 17일 오전에는 서울에 있는 중국 대사관 앞에서 시민단체들이 항의 집회를 갖기도 했습니다. 이유는 중국이 탈북자들을 강제로 북송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명박 대통령이 시진핑 부주석을 청와대로 초청해서 조찬을 같이하던 바로 그 시간대에 시민단체들은 시진핑 부주석을 향해서 시위를 한 건데요. 이런 현상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고영환:
북한 같은 체제에서는 절대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는데. 이게 바로 한국과 같은 민주주의 나라에서 볼 수 있는 표현의 다양성입니다. 자기 요구를 하는 거지요. 사실 탈북자 문제가 심각한 문제거든요. 중국이 정말 대국답게 굶주림을 피해서, 정치적 박해를 피해서 나오는 사람들을 따뜻하게 돌봐주고 한국에 보내주고 하는 국제적 협약들을 좀 준수해 달라는 민간단체들의 시위가 있었는데요. 이건 아무래도 한국이 민주주의 국가이니까 가능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박성우:
위원님께서는 북한에서 외교관 생활을 하셨기 때문에 이 질문도 꼭 드리고 싶습니다. 북한의 외교부나 집권층은 중국 차기 지도자의 한국 방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한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북한 지도부로서는 자신의 가장 강력한 동맹국이었던 중국이 자신의 가장 큰 적대국이라고 아직도 생각하고 있는 남한과 모든 면에서, 그러니까 정치, 외교, 군사까지 포함해 전반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키기 위한 대표단이 와서 대통령을 만나고, 산업 시찰하고, 경제인을 만나는 걸 보면, 속으로 절망감과 분노를 느낄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좀 포괄적인 질문이긴 합니다만, 중국에 대한 북한 지도부의 평가는 어떠합니까?
고영환:
중국과의 관계는 겉으로 표현되는 건 ‘피로 맺어진 동맹관계’라고 하는데, 속으로는 김정일 위원장부터 시작해서 중국 지도부를 굉장히 비하하고, 비판합니다. 그러니까 중국이 정통 사회주의를 하지 않고 개혁개방을, 수정주의적인 노선을 걷고 있고, 이걸 또 북한에 내려매기려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 다음부터는 ‘중국이 한국에 북한을 팔아먹으려 하지 않는가’ 하는 의심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중국 지도부에 대해 아주 굉장한 경계심을 갖고 있고, 중국 사람을 믿지 말라고 말합니다. 이게 북한 지도부 내부의 생각입니다.
박성우:
그렇다면 북한의 일반인에게 중국은 어떤 존재입니까?
고영환:
물론 선전교육을 통해 중국의 개혁개방 바람을 황색 바람이라고 표현하면서 신문에서 계속 비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주민 대다수의 생각은 ‘60년대에는 북한보다 훨씬 못 살던 중국이 개혁개방을 해서 저렇게 잘 먹고 잘사는데, 우리 당과 국가도 한 번 중국처럼 개혁개방을 해서 인민이 먹고 쓰고 사는 문제를 좀 해결해줬으면 하는 아주 포괄적인 공감대가 지금 형성되고 있습니다.
박성우:
북한 인민대중의 중국에 대한 인식이 왜 그러한지를 북한의 지도부가 잘 헤아리길 기대해 봅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 말씀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