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 ‘오물 제거’ 표현 이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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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은 김정은 제1비서가 발표한 신년사의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고영환: 새해 축하합니다.

박성우: 김정은 제1비서의 신년사에서 제일 주목할만한 부분은 뭐라고 보시는지요?

고영환: 신년사에서 제일 주목된 것은 지난해 성과 부분을 언급하면서 장성택 “오물”을 제거하였다고 표현한 것입니다. 그리고 핵 문제에 대한 언급이 없었고, 남북관계에 대한 언급이 길었다는 점도 눈에 띄었습니다.

저는 북한에서 철이 들어 대학을 다니고 외교관으로 근무하면서 신년사에서 장성택 등 개별적 인물을 “오물”이라고 부른 걸 본 적은 없는 것 같고요. “제거하였다”는 표현은 정말 처음인 것 같습니다. 집안의 어른이고, 김일성의 사위이며, 더군다나 김정은 자신을 후계자로 앉히는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사람을 총살하는 그런 일을 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

두 번째로는 핵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 이례적입니다. 김정은이 지난해 그렇게 자랑스럽게 말하던 ‘핵 보유국’이나 ‘핵 강국’ 같은 표현을 이번엔 쓰지 않았으니 참으로 희한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김정은이 핵이라는 단어를 쓰지 못한 것은 미국과 특히 이웃 강대국인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김정은의 의도가 강력하게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김정은은 지난해 핵실험을 하고, 이에 반대하는 중국에 대고 대국다운 행동도 하지 못하는 나라라며 강력하게 비판하였고, 지난 해 대중 경제 협력을 책임지고 나름 열심히 경제를 살려보겠다고 애쓰던 장성택을 처형했습니다. 이러니 북중 관계가 악화되었고, 그래서 이번엔 김정은이 대중국 관계를 회복하려고 애쓰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또한 남북관계의 진전을 역설한 부분이 다른 해보다 더 길었다는 점도 이채롭습니다. 특히 김정은은 남북 사이에 호상 비난을 중지하자고 제의했지요. 저는 북한이 남북관계를 진전시킬지 아니면 평화라는 간판 뒤에서 도발을 할지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남북 비방 중지 제의와 관련해, 우리 자유아시아방송에서 2012년에 김정은의 친모 고영희의 뿌리를 찾아서 제주도까지 갔었고 이 취재를 통해 고영희의 부친인 고경택이 일제의 피복창에서 관리로 일했다는 사실과 고영희가 오사카에서 태어났고 결과적으로 김정은의 혈통 반쪽이 오사카 혈통이라는 것을 보도하였고, 한국의 여러 언론에서 이를 받아서 보도한 것이 아마 김정은의 이번 남북 비난중지 요구의 배경 중 하나가 되지 않았나 생각하고요. 한국 대통령은 특별하게 비난할 것이 없는데 북한의 지도자는 출생부터 여러 문제를 안고 있으니, 적어도 최고 지도자에 대한 비난은 서로 자제하자는 의도가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박성우: 한국 정부는 북측이 언급한 남북관계의 진전과 관련해서 좀 신중한 태도를 취했지요. 이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을 신년사에서 제기한데 대해 그것이 현실로 될지는 알 수가 없다, 그런 식의 표현을 가지고 무엇을 제기하였다고 해석될 여지는 별로 없다고 말했습니다. 김관진 국방 장관도 북한이 화전양면 전술, 즉 평화를 이야기하면서 전쟁을 하는 전술을 쓰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언했습니다.

한국의 해당 부문 장관들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전에도 북한은 신년사에서 남북관계를 개선하자고 말하여 놓고는 내부에 큰 사건이 생기거나 인민들의 불만이 높아지는 경우 주민들의 시선을 외부로 돌려놓고 체제를 안정시키는 방법으로 항상 군사적 도발을 해왔다는 학습효과 때문이라고 봅니다.

박성우: 신년사 이야기를 좀 더 해 보죠. 위원님께서 이번 신년사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다른 특징들은 어떤 게 있었나요?

고영환: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농사 발전, 건설부문 발전 등을 경제 부문에서 강조했습니다. 특이한 것은 북한이 많은 시간 신년사에서 농사와 경공업 발전을 주공전선이라고 표현해 왔는데, 이번엔 경공업 부문에 작은 시간을 할애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장성택 처형, 그리고 장성택의 부인인 김경희와 연관이 되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경공업을 주공전선, 주타격 방향으로 선정해 왔던 북한이 이번에 경공업을 제쳐놓은 것은 경공업을 오랫동안 담당해왔던 김경희 비서가 많이 아프거나, 아니면 남편 장성택의 처형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결과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두 번째 특징은 역시 북한이 정치사상적 진지 강화, 사상교육 강화, 단결을 해치는 행위 철저히 반대, 제도를 좀 먹는 이색적인 사상과 퇴폐 풍조 반대 등을 유난히 많이 강조하였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김정은이 4월 15일 연설에서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인민들이 누리게 하겠다고 한 발언 등은 이번 신년사에서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이는 북한이 올해 주민들에 대한 통제와 공포정치를 강화하겠다는 의도를 밝힌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은 올해 장성택 종파분자들을 색출한다고 하면서 전 사회에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김정은의 소위 ‘유일 영도 체제’에 반대하는 행위들은 사소한 것이라도 잡아내 처형하는 극도의 공포정치, 처형정치를 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부귀영화를 누리게 하겠다고 한 약속은 없어지고 사상 교양과 정치사상적 진지를 강화한다고 하니 올해 인민들의 생활은 더 힘들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이 정치니, 사상이니, 단결이니, 퇴폐풍조 반대니 하는 소리는 이젠 그만 두고, 설 전날 하늘에 축포를 쏘아대는 행동도 그만 뒀으면 좋겠고, 대신 인민생활을 높이였으면, 그래서 북한 동포들이 사람다운 생활을 누렸으면 좋겠습니다.

박성우: 김 비서가 지난해에 이어서 올해도 직접 신년사를 읽었습니다.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지난 해 신년사에서는 김정은의 얼굴이 연설 내내 텔레비전 화면에 잡혔는데, 올해는 전체 27분 연설에서 얼굴을 공개한 것은 3분 정도였습니다. 나머지는 당 중앙위원회 청사를 비췄습니다. 이는 신년사를 하는 김정은의 모습이 안정되지 못하고 시선이 흐트러지며 신년사에 집중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자 북측이 잘된 화면만 내보내고 나머지는 당중앙 청사 화면으로 채운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북한은 김정은이 불안해하는 모습을 외부에 노출시키고 싶지 않은 것 같습니다.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하고 내부 정세도 불안하고 외부 환경도 좋지 않으니 김정은이 편안할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성우: 위원님께서는 북한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하실 때 뿐 아니라 한국에 오신 후에도 신년사를 유심히 지켜보셨을 것 같습니다. 포괄적으로 좀 설명을 해 주시죠. 김정은의 신년사는 과거 김일성 시절이나 김정일 시절과 비교할 때 어떤 특징이 있나요?

고영환: 저는 북한에 있을 때는 신년사 공부를 하지 않으면 혼이 나고 충실성이 의심을 받으니 김일성의 신년사를 주의 깊게 들었습니다. 제가 한국에 온 것이 1991년이니 그때까지는 김일성의 신년사를 직접 들었고요. 김일성이 사망한 후에는, 외부에 얼굴을 공개하기 싫어하는 김정일이 신년 공동사설 형식으로 신년사를 대치하였죠. 한국에 와서도 ‘올해 북한이 무엇을 하려나’ 하고 신년 사설을 열심히 읽어 보곤 하였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김정은의 신년사를 몇 번이나 읽어 보았습니다. 저는 김 부자의 신년사를 ‘북한이 올해에는 변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읽어보곤 했습니다. 그런데 김일성 때부터 손자에 이르기까지 신년사 내용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항상 없었습니다. 어떤 해에는 농업이 최우선 과제, 다른 해는 금속공업이 최우선 과제, 뭐 이런 식이었고, 항상 당과 수령에게 충실하자는 내용이 대다수였습니다.

김일성, 김정일과 김정은이 다른 점을 굳이 찾으라고 한다면, 김정은은 할아버지 김일성의 모습을 많이 흉내 내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모습을 따라한다고 해서 김일성만큼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으면 좋겠고, 진심으로 인민들을 위해 변화와 개혁을 강조하는 신년사가 빨리 나왔으면 하는 희망이 간절합니다.

박성우: 그렇습니다. 올해 신년사는 예상했던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였는데요. 뭐든지 그렇겠지만, 형식보다는 내용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