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후계자 김정은이 첫 번째 공식활동 장소로 제105탱크사단을 선택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북한 지도부도 김정은의 첫 번째 공식활동을 무엇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 고심했을 텐데요. 제105탱크사단을 첫 방문지로 골랐습니다.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김정은이 첫 공식 활동으로 105탱크사단을 방문했는데요. 이는 김정은이 지난해 12월30일 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 임명된 다음, 그리고 김정일이 사망한 후 가진 첫 번째 공개, 공식 활동입니다. 부친 김정일이 시작한 이른바 ‘선군혁명’을 계속하겠다는 의지의 표시로 볼 수 있지요. 세상 사람들, 특히 북한 인민들은 김정일이 사망하고 스위스로 유학까지 갔다 온 젊은 김정은이 새로운 지도자가 되었으니 뭔가 다른 정책들, 예를 들어 중국식 개혁 개방 정책은 아니더라도, 인민들의 의식주를 위한 정책을 폈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었는데요. 이것이 깨져 나간 것이다고 볼 수 있는 거지요. 만약 김정은이 첫 번째 공식활동으로 간장 공장이나 된장 공장을 갔더라면 북한 사람들이 많이 좋아했을 것 같아요.
사실 김정은이 중시할 것은 선군사상이 아니라 인민들을 앞세우는 선민사상, 그리고 경제를 앞세우는 선경사상이지요. 그런데 지금까지의 움직임을 보면 김정은은 군사와 군대를 앞세우는 선군사상과 선군정책을 고집하여 나갈 것 같습니다. 그가 지금까지 내린 명령은 탈북자는 무조건 사살하고, 탈북자의 가족은 3족을 멸하며, 시장에서 외화를 쓰지 말라는 것 등이지요. 김정은이 할 수 있는 건 탄압정치와 공포정치라는 뜻입니다. 탱크 사단을 방문한 것도 ‘인민의 생활은 당장은 책임지지 않겠다’, ‘나는 군사를 책임지겠다’는 의미인 것으로 봅니다.
박성우: 김정은은 탱크사단을 방문한 같은 날 음악회도 관람했습니다. 이건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고영환: 김정은이 오전에는 제105탱크사단을 보고 저녁에는 은하수 신년 음악회를 관람했는데요. 당과 정부 그리고 군대의 고위 간부들이 거의 다 참석했습니다. 저도 북한 텔레비전에 나오는 탱크부대 방문 사진과 은하수 공연 관람 사진들을 보았는데요. 김정은이 활발하게 움직이며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걸 보면서 좀 의아했습니다. 불과 며칠 전 김정일의 시신 앞에서 눈물 흘리던 모습하고 너무 대조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김정일은 그래도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후 3년 동안 추도기간을 가졌는데, 김정은은 아버지가 죽은 지 보름도 안 되어 저렇게 즐거워하고 환하게 웃고 만족해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우리나라 풍습에 의하면, 부모가 돌아가시면 적어도 몇 개월 내지 1년 동안은 웃고 즐거워하고, 이런 행동을 자제하지요. 왜냐면 그런 행동은 부모를 욕보이는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인데요. 김정은은 김정일에게 최대로 충실하다고 하여 맏형 김정남, 둘째 형 김정철을 제치고 후계자가 되었는데, 아버지 시신의 온기가 식기도 전에 저렇게 환하게 웃고 좋아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고요. 아직 철이 없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가지게 됐습니다.
박성우: 김정은이 김정일 위원장과 김일성 주석의 흉내를 많이 내는 것 같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실장님도 동의하시는지요?
고영환: 네,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지난달 30일 김일성종합대학 교직원과 학생들이 보낸 충성의 편지에 김정은이 친필 서명을 한 것이 1월2일 중앙통신에 보도됐는데요. 이것을 보니 김일성과 김정일의 서명과 너무나도 비슷하더군요. 이를 두고 북한 언론은 ‘필체까지 위대한 장군을 닮았다’며 김정은은 김정일의 후계자가 맞다는 방향의 선전을 하고 있습니다.
3차 당대표자회에서 공식적으로 나타난 김정은의 모습은 30대 때 김일성의 모습이었습니다. 머리모습과 옷차림, 그리고 행동이 비슷했습니다. 105탱크사단 방문시 김정은이 한 발걸음, 웃는 모습, 걷는 모습, 손짓하는 모습, 외투차림, 머리칼 모습 등도 할아버지 김일성과 너무나도 닮아 있었습니다. 훈련을 많이 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김정일은 셋째 아들 김정은을 후계자로 삼으면서 그에게 할아버지 김일성의 모습대로 얼굴과 몸집을 꾸리고 할아버지의 생전 모습들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하라고 시켰을 거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김정은이 김일성 주석의 이미지, 즉 영상을 닮고 있다는 것인데요. 이는 나이도 어리고 경험도 없고 능력도 검증이 안 된 상태에서 김정은이 나라를 이끌어 가려면 북한 인민들 속에서 아직도 인기가 높은 김일성의 모습을 그에게 덧씌워, 마치도 할아버지가 인민들을 위하여 이 세상에 다시 환생한 것처럼 하려는, 그래서 취약한 김정은의 권력 기반을 할아버지의 얼굴을 이용하여 구축해 나가려는 북한 지도부의 의도가 엿보인다고 할 수 있고요. 겉모습은 김일성 주석을 닮았다고 하더라도 실제 김정은이 펼치는 정책들이 김정일과 똑같다면, 사람들은 금방 실망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미 북한 인민들 속에서 김정은은 김정일보다 더할 것 같다는 소문들이 돌고 있다고 합니다.
박성우: 북한의 공동 신년사설을 실장님도 읽어보셨을 텐데요. 가장 인상적인 건 무엇이었습니까?
고영환: 김정일 사후 새로운 지도부가 꾸려진 다음 처음으로 나온 신년공동 사설이라 저도 흥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또 혹시 할아버지처럼 자기도 육성으로 하지 않을까, 이런 기대도 했는데요.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이전과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선군혁명을 여전히 강조하였고, 사상적 단결, 일심동체, 군사와 국방력 강화, 김정은 유일적 영도체계 구축 등 이제까지의 북한 흐름과 조금도 다름이 없었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김정일이 그렇게 원했고 김정일의 유훈이 된 ‘강성대국’ 표현이 슬그머니 ‘강성부흥’이라는 소리로 바뀐 것이었습니다. 이건 아마 북한 지도부가 ‘강성대국이 된다고 하는 것 자체가 실현 불가능한 일’이라고 스스로 판단하고 교체한 것으로 볼 수 있어요. 북한이 이른바 강성대국이 된다고 선포하였을 때, 이를 믿은 세상 나라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몇 년 후에 강대국이 된다는 나라가 식량을 지원해 달라고, 석유를 지원해 달라고, 비료를 지원해 달라고 하니까 그랬던 거지요. 저의 북한 외교관 시절 경험에 의하면, 강성대국을 선전한 당 중앙위원회 선전선동부 간부들도 강성대국이라는 구호를 믿지 않았다고 확신합니다.
지구상에 개혁 개방을 하지 않는 나라는 북한뿐입니다. 쿠바(꾸바)도 개방을 시작하였고, 북한과 더불어 아시아에서 가장 폐쇄적인 나라로 악명이 높았던 미얀마(버마)도 최근 개혁 개방을 시작했습니다. 정말 북한의 새 지도부가 개혁 개방을 하면서 주민들의 생활을 좀 살펴봤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박성우: 이명박 대통령은 2일에 신년 국정연설을 했습니다. 북한과 관련한 내용이 많았지요?
고영환: 이명박 대통령은 신년 국정연설에서 “북한이 진정성 있는 태도로 나온다면 새로운 한반도 시대를 함께 열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고요. 이에 덧붙여서 “우리는 6자회담의 합의를 통해 북한의 안보 우려를 해소하고, 경제를 회복시키는 데 필요한 모든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번 대북 발언에서 천안함 및 연평도 사건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어요. 저는 이게 굉장히 큰 정치적 의미를 가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한국이 북한에 손을 내밀고 있는 것이라고 봐도 되는 거지요. 그리고 북한에 ‘기회의 창’을 제공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봐도 될 것입니다. 북한이 원하기만 한다면, 한 동포인데 한국이 왜 주저하겠습니까. 북한은 이른바 선군정치 같은 걸 그만두고 ‘화합의 길’, ‘대화의 길’로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박성우: 올해에는 남북이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좀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실장님, 오늘도 수고하셨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