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핵실험으로 ‘나의 길’ 간다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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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이 제4차 핵실험을 단행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부원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먼저, 북한의 핵실험, 어떤 의도가 있는지부터 분석을 해 주시죠.

고영환: 북한이 지난 6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제4차 핵실험을 단행했습니다. 북한은 이날 정오 조선중앙TV 방송을 통해 "오늘 오전 10시 주체 조선의 첫 수소탄 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발표했습니다. 북한은 이날 발표한 정부 성명에서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근절되지 않는 한 핵 개발 중단이나 핵 포기는 하늘이 무너져도 있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1월 6일은 김정은의 생일을 이틀 앞둔 날이었습니다.

한국 국정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이번 핵실험 장소는 2·3차 핵실험을 했던 갱도에서 북동쪽으로 2㎞ 떨어진 곳"이라며 "폭발 위력이 3차 때와 별 차이가 나지 않아 수소폭탄일 가능성은 적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왜 국제사회의 비난을 무릅쓰고 혹독한 제재를 예상하면서까지 무모하게 핵실험을 했을까요? 저는 북한이 핵실험을 한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분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은 집권 5년차를 맞이한 김정은을 축하하고 특히 자신의 생일인 1월 8일을 경축하며 핵실험을 통해 북한 인민들의 사기를 올리고 긍지감을 높임으로써 김정은 체제를 공고히 하려는 목적 하에 핵실험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김정은이 지난 1980년 10월 당 6차대회를 진행한 후 35년만인 지난 해에 올해 5월에 당 7차대회를 한다고 선언을 하였는데 그 당대회에 이른바 ‘경축포성’을 울리기 위한 포석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주민들은 김일성, 김정일의 ‘이밥에 고깃국을 먹이기 전에 당대회를 하지 않겠다’고 한 발언들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느닷없이 김정은이 당대회를 하겠다고 한 이면에는 제4차 핵실험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7차 당대회에 이밥에 고깃국은 주지 못하지만 핵무기를 주었다고 선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로 미국과 중국에 북한이 ‘이제는 원자탄에 이어 수소탄까지 가졌으니 깔보지 말라. 우리를 핵보유국으로 대접하라. 그리고 우리는 핵강국 대 핵강국으로 회담을 미국, 중국과 하겠다’는 말을 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고 봅니다.

결론적으로는 김정은이 이제는 ‘김일성, 김정일이 간 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나 김정은의 길, 나의 길을 가겠다’는 선언을 한 셈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그래서 생일 이틀 전에 핵실험을 한 것이라고 봅니다.

박성우: 이번 핵실험으로 김정은의 예측 불가능성이 다시 한 번 입증됐다는 지적도 있던데요. 부원장님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북한의 지난 6일 4차 핵실험은 과거 1~3차 때와 달리 중국 등에 사전 통보하지 않고 기습적으로 이뤄졌습니다. 지난 1월 1일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핵 개발과 관련한 언급을 하지 않아 "북한이 당분간 핵실험을 자제할 수도 있다"는 기대가 나오던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허를 찌른 셈입니다.

김정은은 36년 만에 개최하는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있습니다. 정상적으로 생각하고 논리적인 사람이라면 대외 무역의 90% 이상을 의존하는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대외∙대남 환경을 관리해야 할 시점이 바로 올해라는 점을 알 겁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때 이른바 '수소폭탄 실험'이라는 초대형 도발 카드를 꺼낸 김정은의 의도가 무엇인지 국제사회가 궁금해하고 불쾌해 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수소폭탄'은 지난달 모란봉악단이 갑작스럽게 베이징 공연을 취소했을 때 그 직접적 원인이 됐던, 중국으로서는 전혀 용서할 수 없는 행동입니다. 지난 12월 당시 "수소탄의 폭음을 울릴 수 있는 강대한 핵보유국"이라는 김정은의 발언이 북한 언론에 보도된 것이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의 심기를 건드렸고 이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모란봉악단이 공연 몇 시간 전에 아무런 통보도 없이 중국 공연을 취소하였습니다.

지난 해 10월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을 초청하고 열병식 축하 연설에서 핵 문제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던 사람이 김정은이었다. 12월에는 모란봉악단을 베이징에 보내 중국 지도부를 위한 공연을 하려 한 것도 바로 김정은이었고, 공연 당일 일방적으로 공연을 취소하고 예술단을 평양으로 귀국시킨 것도 김정은입니다. 그리고 올해 신년사에서 핵∙경제 병진 노선을 언급하지 않아 북한이 이제는 이성을 찾지 않았는가 하는 조심스런 분석도 함께 제기되던 시점에서 김정은이 핵실험을 한 것입니다.

고위 외교 소식통은 "다양한 분석이 나오지만 솔직히 김정은의 머릿속을 논리적으로 분석하는 게 가능한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과거 김일성·김정일의 움직임에서는 어느 정도 '전략적 일관성'이 감지됐지만, 김정은에게서는 '예측 불가능성'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말도 나옵니다.

저도 김정은은 예측불가하고 즉흥적 감성적인 성격을 가진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도자가 예측불능이면 그 나라가 어느 길로 갈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신뢰는 더 떨어질 것이고 비난과 비판, 제재는 더욱 강화될 것입니다. 정말로 빵은 먹지 않고 핵무기만 먹고 살 작정을 하지는 않고 있는지 모르겠고, 그래서 더더욱 북한 인민들이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이 너무나 힘들어 보입니다.

박성우: 잠시 언급하셨습니다만, 또 한가지 특이한 점은 북한이 이번에는 핵실험을 하면서 중국이나 미국에 사전 통보를 하지 않았다는 거죠. 그 이유는 뭐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북한의 핵실험을 사전에 인지했느냐는 질문에 "통보받지 못했다"고 대답했습니다. 한국 국회 정보위 소속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도 국회에서 "북한이 이전 3차 핵실험까지와는 달리 미국과 중국에 핵실험 계획을 사전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국가정보원이 파악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의원은 "북한이 1~3차 핵실험까지는 사전에 중국과 미국에 통보해 줬고, 그러면 미국에서 우리한테 통보해 줬는데, 이번엔 전혀 통보 사실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4차 핵실험을 주요국에 통보하지 않은 이유는 김정은이 중국, 미국, 러시아 등 주변 강대국들과 한국을 놀라게 해서 실험 효과를 최대화하고 ‘핵무기는 절대로 포기하지도 폐기하지도 않겠다’는 집요한 의지를 표시한 것으로 분석합니다.

박성우: 아마도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볼 사안은 중국의 북한에 대한 반응일 듯 합니다. 부원장님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중국 외교부는 1월 6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해 "강력한 반대를 표명한다"며 "중국은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지키고 상황을 악화시키는 그 어떤 행동도 중단할 것을 강하게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이 대북 제재를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중국은 마땅히 해야 할 국제사회의 의무를 다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처음으로 예고도 없이 핵실험을 감행한 것에 대해 제재하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베이징대의 한 교수는 이날 "시진핑 국가주석은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추가 핵실험을 하지 마라'고 여러 차례 경고했는데, 김정은은 오히려 수소폭탄으로 도발 수위를 높였다"며 "이는 시 주석 체면에 먹칠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중국이 유엔 안보리 제재에 동참하는 등의 방법으로 대북 제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며 "제재 수위가 관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 중국인들도 격분했습니다. 백두산 보호개발구관리위원회의 한 직원은 "진싼팡(김씨 집안 세 번째 뚱뚱이)이 죽고 싶어 별짓을 다 하는구나. 방사능이 누출됐을 가능성을 생각하면 여기를 떠나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인터넷에 적었습니다. 시사 평론가 천루는 "사전 통보도 없이 핵실험을 한 북한은 통제와 조언에서 벗어난 ‘미친개' 같다"고까지 말했습니다. 중국 인터넷에는 "중국은 미국과 연대해 이 뻔뻔한 '깡패 정권'을 제거해야 한다", "대북 원조를 완전히 끊어야 한다"는 글들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북한 지도부는 중국이 이전의 중국이 아니라 2대 초대강국이며 중국이 ‘푸싱’(아니다)하면서 한번 돌아서면 끝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박성우: 당분간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해 파생되는 중대한 사건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이 시간에 상세히 풀이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수고하셨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