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측이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갖자’는 남측의 제안을 거부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 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설을 맞이해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갖자는 남측의 제안을 북측이 거부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좋은 계절이 오면 마주 앉을 수 있다”면서 여지를 남겼는데요.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음력설을 맞아 이산가족 상봉을 가지자는 한국 정부의 제안을 북측이 지난 9일 거부했지요. 조평통 서기국은 “우리의 제안을 다 같이 협의할 생각이 있다면 좋은 계절에 마주 앉을 수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또한 북측은 올해에 진행되는 한미 군사훈련을 언급하고 지난해 이산가족 상봉 문제가 다 성사되어 가다가 남측의 불손한 태도로 실현되지 못했다는 식의 말을 했습니다.
북한의 의도는 명백하다고 봅니다. 한국이 군사훈련을 하지 말아야 하고 금강산 관광은 재개해 주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렇게 해 주지 않으면 이산가족 상봉은 없다는 엄포인 것이죠.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을 하여 돈도 벌고 한국의 군사훈련도 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은 훈련을 해도 되고 남한은 하면 안 된다는 것은 내정간섭입니다.
다만 북한이 예전처럼 연초에 한국을 마치 잡아먹을 것처럼 내뱉던 말들을 이번엔 하지 않았고, 표현도 조금이긴 하지만 점잖아진 것은 긍정적입니다.
박성우: 지난주에는 눈에 띄는 뉴스가 많았습니다. 김경희 부장이 ‘사망한 것 같다’는 보도에서부터 ‘식물인간 상태인 것 같다’는 보도에 이르기까지 온갖 추측성 기사가 나왔습니다. 왜 이런 뉴스가 나오는 것일까요?
고영환: 미국의 한 정보 당국자가 지난 8일 ‘믿을만한 소식통에 의하면 김경희는 지난해 파리에서 뇌종양 수술을 받았고 몸무게가 38kg밖에 안 될 정도로 쇠약해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9월 공식 석상에 나온 이후 4개월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아직 김경희가 공식 행사장에 나오지 않으면서 한국과 세계의 언론들은 김경희가 사망하였거나 중태인 것 같다는 추측성 보도들을 쏟아 냈습니다. 김경희는 심혈관 질환, 심장 질환, 신장 질환 등 종합병원이라고 부를 정도로 아픈 곳이 많고, 그러한 아픔을 잊기 위해 모르핀 주사를 계속해서 맞아 왔다는 것은 이젠 비밀도 아닙니다.
온세계가 김경희의 건강과 사망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은 북한에서 말하는 정통 "백두혈통"은 이제 김경희가 유일하며, 남편 장성택과 함께 나이어린 김정은을 보좌하며 제도적으로 3대 세습체제를 안착시키는데 김경희가 큰 역할을 하였고, 또한 김경희가 사망하면 김정은 집안에서 어른이 한명도 없기 때문에 김정은에게 충고를 해줄 사람도, 김정은을 제어할 사람도 없어져서 북한 정권이 많이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김경희의 사망은 김정은에게 장성택 처형에 이어 가장 큰 정신적 타격을 주게 될 것입니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김경희의 건강 상태를 주시하고 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박성우: 장성택은 ‘종파 오물’로 폄하하면서, 그의 부인인 김경희의 위상은 지키려 하는 북측 지도부의 태도에 대해서 북한의 지식인과 일반 주민들은 어떻게 평가할 거라고 보시나요?
고영환: 과거 북한에서 장성택이 여러 번 이른바 ‘혁명화’를 겪었고, 그 과정에서 그를 추종하였던 인물들이 같이 철직되어 온 모습을 지켜본 간부들과 지식인들, 특히 장성택과 김경희의 신임을 받지 못하고 한 걸음 뒤떨어져서 사태를 지켜 본 간부들은 김일성의 딸인 김경희는 김정일과 같은 이른바 ‘순수혈통’으로, 장성택은 ‘곁가지’로 보아 온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장성택이 김일성의 동생 김영주 전 조직지도부장이 조카 김정일에게 밀려 자강도로 ‘유배’를 떠났던 것처럼 언젠가는 밀려날 것이라고 보았을 것입니다.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평양 지도부를 유심히 지켜본 주민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다만 먹고살기 힘든 일반 주민들은 평양에서 무슨 일이 발생하든 그것은 그들의 일이고 우리는 먹고살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많이들 했을 것입니다. 또한 김경희는 김일성의 친딸이니 장성택과는 구별해서 볼 것이고, 많은 사람들은 장성택이 처형되기 전에 김경희와 이혼 절차를 받았을 것이며 결론적으로 김경희와 정성택은 뿌리부터 다르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박성우: 지난 8일은 김정은 제1비서의 생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공휴일로 지정하지 않았지요. 왜 그렇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김정은의 생일이 1월 8일이라는 것을 한국 사람들은 여러해 전부터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다만 이번 생일은 김정은이 만으로 30세가 되는 날이고 이제는 나름 국가 지도자가 되었으니 생일을 크게 쇠겠지, 이런 생각을 해온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김정은의 생일은 국가 기념일도 아닌 일반 날처럼 지나갔습니다. 생일을 크게 쇠지 않은데 대해 북한 내부에서도 지금 여러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우선은 김정은이 1984년생인데, 부친 김정일이 원래 1941년생인데도 김일성과 생일을 맞추기 위해 1942년으로 고쳤던 것처럼 김정은도 생일을 1982년으로 맞추기 위한 작업을 한다는 것입니다. 김일성이 1912년, 김정일이 1942년, 그리고 김정일이 태어난 뒤 딱 40년 지난 1982년으로 김정은의 생일을 고쳐 정주년 햇수를 맞추고 나이도 늘이려 한다는 것입니다. 이말이 근거가 없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김정은의 뿌리 문제라고 봅니다. 김정은의 생일을 공휴일로 정하고 쉬게 한다면 사람들은 김정은의 어머니가 누구인지에 대해 의문을 가질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고영희가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 귀국선을 타고 북한에 들어 온 제일교포이고, 더군다나 김정은의 외할아버지 고경택은 일제 때 일본 군대의 군복을 만드는 피복창에서 관리, 즉 간부로 일한 친일파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부에서 나오는 소리가 김정은은 백두혈통이 아니고 ‘일본 후지산 혈통’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허점들이 많아 당 선전선동부에서 이를 깔끔하게 정리하지 못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생일을 공휴일로 정하지도 못했고 친모 고영희를 공개하지도 못하고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북한이 고영희를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포장해서 주민들에게 내놓을지 정말 관심이 많습니다.
박성우: 김정은의 생일과 관련해서 하나 더 여쭤보겠습니다. 북한을 다시 찾은 미국의 전직 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먼이 농구 경기장에서 김정은에게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습니다. 위원님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몇천만 달러, 심지어 몇억 달러씩 생활비를 타던 농구 선수들이었는데, 나중에 도박을 하고, 알코올에 중독이 되고, 하던 기업은 파산되어 망한 사람들이 로드먼을 따라 북한에 가서 김정은 생일날 경기를 하고, 그 자리에서 로드먼이 영어로 ‘해피 버쓰데이 투유’, 그러니까 ‘생일 축하합니다’라는 노래를 김정은 앞에서 불러서 세계에서 웃음거리가 되었습니다.
김정은이 워낙 농구를 좋아했고 스위스 유학시절 당시 현역 농구선수였던 로드먼을 그리 좋아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한나라의 국가 지도자가 된 사람이 얼굴에 금속 고리를 주렁주렁 단 파산한 사람들을 불러놓고 경기를 하게 한 것도 희극이고, 김정은 앞에서 미국 사람이 생일 축하노래를 영어로 부르는 것은 더 큰 희극입니다.
김정은이 국가수반 대우를 해주니 로드먼이 뭐가 좀 잘못된 것 같고, 그래서 세계 사람들은 어린 독재자 앞에서 미국인이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하니 정말 부끄럽기 그지없다는 내용의 말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기가 막히는 노릇입니다.
박성우: 아마 북측은 미국의 성공한 농구선수가 지도자에게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허리를 굽혔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할 것 같은데요. 우선 이런 식의 선전 작업이 내부적으로 먹힐지 의문입니다. 게다가 외부적으로는 로드먼의 방북 자체가 이젠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는 점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