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미국의 북한에 대한 강경 기조가 점점 확고해지는 모양새입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북한이 미국의 영화 제작사인 소니픽처스를 인터넷 상에서 공격하는 해킹을 한 이후로 미국 행정부의 북한에 대한 강경 기조가 더욱 강화되는 분위기입니다. 최근 들어서 주목할 필요가 있는 발언이 많이 나왔죠. 위원님, 먼저 소개를 좀 해 주시죠.
고영환: 미국의 대북협상을 총지휘하는 성김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지난 13일 미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이 불법 행위에 따른 대가를 치를 수 있도록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전면적으로 압박할 것”이라며 “미국은 북한이 불법 무기와 핵실험 등의 도발, 인권 탄압 행위를 스스로 포기할 것이라는 환상을 갖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계속하여 “북한이 핵과 탄도 미사일에 쓰이는 재원을 줄여 그들이 택할 수 있는 선택지를 좁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대니얼 글레이저 미 재무부 테러·금융담당 차관보도 이날 청문회에서 “앞으로 재무부는 광범위하고 강력한 제재 수단을 활용해 북한의 불법 행위들을 적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회 위원장은 북한을 ‘불량 정권’이라고 지칭하며 “미국은 북한 제재를 넘어 북한 정권을 지원하는 아시아 및 전 세계 금융기관에 대한 제재까지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인근 국가사이버안보정보통합센터를 방문해 북한의 소니픽처스 해킹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며 “사이버 위협은 미국이 직면한 가장 심각한 경제·안보적 도전”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 중 최고 수위는 사이버 범죄자들에 대해 “최고 수준”으로 정의의 심판을 느끼도록 하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미국이 북한 정권에 대하여 이전보다 더욱 강경한 입장들을 취하고 있어 주목됩니다.
박성우: 미국이 이렇게 강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뭐라고 보면 될까요?
고영환: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장은 지난 7일 뉴욕 국제사이버안보 회의에서 “북한이 배후로 지목된 영화사 소니픽처스 해킹 사건은 미국 이익을 겨냥한 역대 가장 심각한 사이버 공격이며 북한이 이번 공격으로 별 대가 없이 저비용으로 국제사회의 이목을 끌면서도 성과를 크게 낼 수 있다고 인식했을 수 있다”며 “우리는 유사한 공격을 억제하기 위해 북한에 역공을 취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미국이 이렇게 강경하게 나오고 있는 것은 미국 기업인 소니픽처스 영화 제작사가 김정은을 풍자하는 영화를 만들었는데 이에 북한이 소니픽처스 사이트를 해킹하면서 가만히 두지 않겠다고 위협을 한데 대한 대응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헌법의 근간인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미국 국민들이 미국 영토에 있는 미국 영화사를 북한이 사이버로 테러한 데 대하여 커다란 분노를 느끼고 있는 것이죠.
국민의 여론을 중시하는 미국 정부나 의회가 이렇게 대북 강경책으로 나오는 조건에서 올해 미북관계는 한마디로 물 건너갔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북한이 저들의 이른바 ‘최고존엄’을 지키겠다고 하다가 도를 넘은 행동을 하였고 결국은 자기 손으로 자기 눈을 찌른 셈이 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박성우: 또 하나 짚어 봐야할 중요한 사안이 있습니다. 지금 남한은 북한과 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대북 공조가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데요. 위원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고영환: 한국의 정부 당국자는 지난 14일 대북 강경책으로 가고 있는 미국과 남북대화를 추진하는 남한 정부가 대북 문제에 엇박자를 내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그런 이견을 조율해 맞춰가는 게 동맹이고, 한미 동맹은 현재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계속하여 “미국이 ‘한미 간에는 빛 샐 틈이 없다’는 표현을 즐겨 쓰지만, 국가 간에 어떻게 이견이 하나도 없을 수가 있겠느냐”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한미 양국은 대북 정책의 큰 틀에서는 대화와 압박이라는 이른바 두 갈래의 전략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소니픽처스 해킹 이후 미국은 대북제재 국면으로 이동하고 있는 반면, 한국 정부는 남북대화를 북한에 촉구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은 이산가족 상봉 같은 인도적 문제를 가지고 북한과 대화하는 것에 대해선 이견이 없으나, 한국 정부의 남북대화 추진 정책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한미 간 공조에 금이 갈 수 있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성 김 대북문제 특별대표가 지난 13일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남북한이 다뤄야 할 사안이 물론 있겠지만, 남북대화가 북한 비핵화에 대한 노력에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한 것도 이러한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비핵화 진전 없이 평화통일을 이야기할 수 없다”고 말한 것도 미국의 이러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여집니다.
박성우: 미국이 북한에 대한 강경 발언을 계속 내놓고 있는 가운데 북한은 미국을 비난하면서도 대화를 하자는 말도 하고 있습니다. 속내는 뭐라고 해석하십니까?
고영환: 북한은 지난 14일 로동신문을 통해 미국을 남북관계 개선을 막는 ‘심술궂은 훼방꾼’이라고 비난하면서 “미 당국자들은 덮어놓고 우리를 적대시하는 타성에서 벗어나 대담하게 정책 전환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의 안명훈 차석대사도 지난 13일 한미 군사훈련과 북한의 핵실험을 임시 중지하자는 북한의 제안과 관련해 “미국이 추가 설명을 원한다면 우리는 그 제안의 취지를 미국에 직접 설명할 준비가 돼 있다”며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요구했습니다.
북한이 연일 미국을 비난하면서도 미국과 직접대화를 하자고 하는 것은 북한에 의한 소니픽처스 해킹 도발 이후 강경해진 미국 정부의 입장을 완화시켜 보려는 의도로부터 나온 것 같습니다. 소니픽처스를 공격하였다가 강력한 역공을 당한 후 북한이 당황해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성우: 잘 아실 것 같아서 여쭤보는데요. 안명훈 차석대사는 어떤 인물인가요?
고영환: 안명훈 북한 차석대사는 김정은을 국제형사재판소에 기소하자는 유엔 총회 결의안을 막지 못한 죄로 북한에 소환된 리동일 차석대사의 후임으로, 현재 뉴욕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제네바 주재 유엔사무국 대표부 참사관과 북한 외무성 미국국 부국장을 지낸 정통 외교관입니다. 제가 북한 외교부에서 근무할 때, 그리고 스위스에 출장을 가서도 몇 번 만났던 후배 외교관이기도 합니다. 영어를 아주 잘 하고, 프랑스어도 조금 하고, 다재다능한 외교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성우: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고영환: 명목상으로는 국제기구에 나가 있는 대표부죠. 그런데 사실상으로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도모하는 게 가장 중요한 목적입니다. 미국의 국회의원, 정부 관료, 학계 교수와 학자들을 만나서 친북 분위기를 만들고 북한과 관계를 개선하자는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기본 역할이고요. 하나 더 첨언하자면, 친북 종북 분자들과 사업을 하는 것도 유엔 대표부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성우: 북한의 입장에선 미국이 강경한 대북정책을 펼 때일수록 미국을 상대로 외교력을 십분 발휘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북한 외교관 안명훈의 행보를 앞으로 지켜보는 것도 북한과 미국의 관계가 어디쯤 와 있는지를 알게 하는 척도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