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내 빤히 보이는 중대제안은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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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측의 국방위원회가 남측에 ‘중대 제안’을 내놨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북측 국방위가 지난 16일 남측을 상대로 중대 제안을 발표했습니다. 어떤 내용입니까? 그리고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북한은 국방위원회의 이름으로 된 이른바 ‘중대 제안’을 한국에 했습니다. 내용은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음력설을 맞아 서로를 자극하고 비방하는 일을 그만두자는 것이고, 두 번째는 상대방에 대한 군사적 적대 행위를 전면 중단하고, 특히 2월말에 시작될 키리졸브 훈련과 독수리 훈련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입니다. 그리하면 남북 이산가족 상봉 등을 해주겠다는 것이죠.

북한이 왜 이런 제의를 하였을까? 우선, 지난 해 말 장성택에 대한 잔인한 처형으로 인해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문제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고, 현재 북한의 대중관계를 비롯한 대외관계가 모두 엉망진창으로 깨져버렸고, 대내적으로는 경제가 파탄나 극도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북한은 돌파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남북 상호비난을 그만두자는 제안인데요. 지지난해까지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을 ‘쥐새끼’로 비유하면서까지 비난을 해왔는데 왜 갑자기 이럴까? 이는 김정은이 한국을 비난해 보았자 자신이 잃는 것이 더 많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김정은은 자신을 ‘백두혈통’이라고 하는데, 절반은 어떻게 백두혈통에 맞출 수 있겠지만, 나머지 절반, 즉 어머니 고영희는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재일동포이고 외할아버지는 일본 군복을 만들던 이른바 ‘부사산(후지산) 혈통’입니다. 외가 쪽이 일본의 ‘부사산 혈통’이라는 것이 시간이 흐를수록 자꾸 전파될 것이 두려운 것이죠. 그래서 남과 북이 서로 비방을 중지하자고 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얻는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기 때문이죠.

그리고 군사훈련을 하지 말라고 하였는데, 현재 북한군은 연대급 군사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2월에 들어가서는 군단급, 국가급 훈련을 하려고 합니다. 북한은 훈련을 해도 되고 한국은 하면 안 된다는 것은 억지입니다. 한국의 키리졸브 훈련이나 독수리 훈련은 북한군의 공격을 가정하고 이를 막기 위한 방어훈련입니다. 그래서 한국군은 훈련을 할 때마다 북한에 통지문을 보내 한국의 방어훈련을 와서 참관하라고 하는 것입니다.

한국 국방부는 16일 저녁 대변인을 통해 기본적으로 북한이 계속하여 한국을 비방해 왔다고 지적하면서 훈련을 중지하자고 하는 것은 지난 시기의 경험으로 보아 더 큰 도발을 위해 명분을 축적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군대는 훈련을 해야 군대이지요. 저도 북한 전문가의 한 사람으로 북한의 통지문이 명분축적용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그러면 남북관계는 앞으로 더 경색되는 건가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고영환: 북한이 조평통과 국방위원회를 내세워 연례적인 한미 군사훈련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그러면 남북 이산가족 상봉도 해주겠다고 하는 것은 군사훈련을 앞두고 대내외적인 명분 쌓기를 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북한이 신년사와 조평통 통지문을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하자고 하면서도 한국의 종교계, 학계, 노동계 등 각부문 단체들에 팩스를 보내 반정부 투쟁에 나서라고 선동하는 것을 보아도 북한의 이중적인 태도가 분명해지는 것이죠. 또 군사훈련을 하지 말라고 하면서도 북한은 군사훈련을 이미 시작했고 그 범위를 늘여 나가고 있는 것도 북한이 더 큰 군사적 도발을 하기 위한 명분 쌓기를 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인도주의적 사안인 남북으로 흩어진 이산가족의 상봉 문제를 흥정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은 정말로 북한이 어떤 정권인지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북한이 군사훈련을 군단급으로, 전군급으로 확대하고, 한국이 한미 합동 방어훈련을 시작하면서 남북관계가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다른 소식도 좀 살펴보겠습니다. 남북관계가 순탄하면 이런 이야기는 나오지 않을 듯 한데요. 북측이 남측에 진 빚이 많지요. 이걸 돌려받는 방안을 좀 강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여당인 새누리당에서 나왔는데요. 위원님께서는 이런 의견이 나온 배경이 뭐라고 보십니까? 그리고 실현 가능하다고 보시는지요?

고영환: 한국의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의 정우택 최고위원이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회의에서 북한이 한국에 지고 있는 빚이 많다며 이를 돌려받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현재까지 북한이 한국에 물어야 할 돈, 즉 한국 정부가 북한에 제공한 차관 액수는 3조5천억원, 미화로 35억 달러 정도입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에 쌀과 비료, 경공업 원자재 등을 제공하면서 많은 부분을 무상으로 주었고 일부는 저리자로 제공하습니다. 북한은 빚과 이자를 갚기 시작하여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리고 통일부가 북한에 빚을 상환하라고 8차례나 통지문을 보냈는데도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물건을 받아갈 때는 꼭 갚겠다고 해놓고 시간이 지나면 모르쇠하는 것이 북한이라고 하지만, 언제 어떻게 갚겠다는 의지도 표현하지 않고 있는 것은 국제관례를 무시하는 처사입니다.

물론 이런 의견도 있습니다. 한국과 북한은 한겨레이고 동포인데, 잘사는 한국이 북한을 무상으로 도와줄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죠. 하지만 북한은 남에게 손을 벌려 살아나가려 하지 말고 남에게 빚을 지었으면 갚으면 좋겠습니다. 북한이 한국에 진 빚을 갚지 않는 것을 외국인들이 보면서 한 동포에게도 빚을 갚지 않는데 어떻게 우리가 북한에 외화를 빌려주겠는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북한 지도부의 행태를 보아 북한이 한국에 진 빚을 갚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런 행동이 결국은 국제사회로부터의 신뢰를 깎아 먹게 됩니다. 그래서 북한이 국제적인 관례는 좀 지켰으면 좋겠습니다.

박성우: 지난 한 주 동안 또 한가지 주목할 뉴스는 한국의 야당인 민주당이 북한인권 증진을 위한 법안을 만들겠다고 밝힌 점입니다.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북한인권법 제정을 반대해온 야당인 민주당이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 인권에 대한 진전된 입장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지난 13일 국회에서 한 신년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은 북한 인권문제를 직시하고 있다”면서 “북한의 인권과 민생을 개선하기 위한 북한인권민생법안을 당 차원에서 마련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민주당이 북한 인권을 계속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으로의 선회를 의미합니다. 새누리당도 인권법을 국회에서 채택하겠다고 하고 있고 민주당도 인권법 제정에 찬성하는 입장으로 선회하는 분위기인 만큼 올해 북한 인권법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하겠습니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올해는 북한인권이 개선되는 획기적인 해로 되었으면 합니다.

박성우: 마지막으로, 김정은 제1비서의 지난해 공개활동 내역을 분석한 결과가 나왔는데요. 위원님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지난해 김정은의 공개 활동을 통일부가 분석하여 자료를 내놓았는데, 경제부문 시찰이 71회, 군사부문 시찰이 62회로 나타났습니다. 경제부문 시찰은 2012년보다 거의 배로 증가하였는데, 이는 숫자상의 증가일뿐이고, 실제로는 경제부문이라고 하여도 문수물놀이장, 마식령 스키장, 미림 승마구락부 등 전시성, 그리고 위락성 시설에 대한 시찰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김정은은 놀이터 같은 곳을 다닐 게 아니라 탄광, 제강소, 협동농장 같이 주민 실생활과 관련된 장소들에 많이 다니며 인민 생활의 실제 모습을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박성우: 그렇습니다. 남측을 상대로 속내가 빤히 보이는 이른바 ‘중대 제안’을 할 게 아니라, 경제 건설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취지로 이해가 됩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