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박근혜 “북핵 용납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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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북한의 핵 개발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박근혜 당선인이 최근에 미국의 정부 대표단과 접견했지요. 눈에 띄는 이야기가 많았는데요. 위원님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한국과 동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여성 대통령이 되는 박근혜 당선인이 지난 16일 당선을 축하하며 양국 새 정부 사이의 외교정책을 조율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미국 정부 대표단을 접견했습니다. 미국 정부 대표단은 캠벨 국무부 차관보, 러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선임 보좌관, 리퍼트 국방부 차관보 등으로 구성됐습니다.

박근혜 당선인은 이들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핵 개발은 용납할 수 없고 이에 단호히 대응하겠지만, 인도적 지원을 비롯한 대화의 창은 열어 놓겠다”고 말했습니다. 박근혜 당선인의 발언에는 차기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이 함축적으로 들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북한 핵 문제를 풀어나갈 것이며, 동시에 북한과 대화하면서 신뢰를 쌓고 인도주의적 지원들은 해나갈 것이라는 메시지를 북한과 세계에 알린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박근혜 당선인은 한미동맹이 신뢰를 바탕으로 21세기 현실에 맞는 포괄적인 전략동맹으로 확대 발전되도록 하겠다는 발언을 하였습니다. 이는 한미동맹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동맹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는 당선인의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 역시 한국에서의 첫 여성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면서, 미국이 박근혜 당선인에 대한 깊은 신뢰를 가지고 있으며 북한 문제를 포함한 모든 현안을 해결하는데 한미가 핵심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저는 차기 박근혜 정부와 오바마 대통령 정부간의 동맹관계가 전략적이고 전반적인 부문에서 더욱 긴밀해질 것으로 확신합니다.

박성우: 박근혜 당선인이 특사를 중국에 제일 먼저 보내기로 했습니다. 이건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고영환: 중국 정부는 지난 1월 10일 정부 특사를 박근혜 당선인에게 이미 보내서 당선을 축하한 적이 있었다는 점을 참고로 먼저 말씀을 드립니다. 박근혜 당선인은 지난 16일에 주변 4강, 즉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중에서 중국에 제일 먼저 자신의 특사를 파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박근혜 당선인의 특사는 22일부터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당총서기에게 친서를 전달하는 등 특사 활동을 할 예정입니다.

서울 외교가에서는 한국이 미국에 앞서 중국에 먼저 특사를 파견하는 것을 의아해 하는 분위기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당선 후 미국에 제일 먼저 특사를 보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주변 4강국에 동시에 특사를 파견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조치는 더욱 이례적으로 보이는데요.

박근혜 당선인은 평소에 한중관계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에 걸맞게 한 단계 더 발전시키겠다고 말해 왔고, 중국이 먼저 고위급 특사를 보내와 당선을 축하하면서 중국에 고위급 특사를 파견해 달라고 요청한 것을 고려해 중국에 먼저 특사를 파견하기로 한 것 같습니다.

한국에게는 물론 미국과의 관계가 중요하지만, 중국과 앞으로 북핵 문제 등을 포함해 협력할 사안이 많다는 점도 중국에 먼저 특사를 보내게 된 배경으로 보입니다. 전직 외교관 출신인 제가 봐도 박 당선인이 국가 외교에 능숙한 분이라는 점을 느끼게 됩니다.

박성우: 이번엔 북한 소식 좀 살펴보지요. 이른바 ‘강계정신’이 퇴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위원님도 동의하시는지요?

고영환: 동의합니다. 북한은 지난 16일 이른바 ‘강계정신’ 발표 15주년을 조용히 보냈습니다. 북한은 정주년, 즉 꺾어지는 해를 크게 쇤다는 점, 그리고 김정은 제1비서가 김정일 위원장의 후계자라는 측면을 고려할 때, 이번에는 강계에서만 행사를 진행한 것이 이채롭습니다. ‘강계 정신’은 김정일의 가장 큰 업적 중 하나인데도 조용히 경축한다는 것은 김정은 제1비서의 ‘김정일 흔적 지우기’와 ‘김일성 주석 따라하기’의 일환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김정일 위원장은 김일성 주석에 비해 북한 인민들 속에서 신뢰를 많이 받지 못했습니다. 좋지 않은 기억들이 많다는 뜻이죠. 그래서 김정은 제1비서가 의도적으로 부친의 흔적을 지우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일이 가장 큰 업적으로 내세웠던 ‘선군정치’도 퇴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당을 더 강화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띕니다.

김정은 제1비서의 현지지도 등 통치 형식도 김정일 때 모습은 잘 안 보입니다. 반면에 김일성 주석의 말투, 행동, 말하는 형식 등을 따라하고 있지요. 이는 인민들 속에서 김일성 주석이 환생하였다는 이미지를 조성해 후계체제를 굳히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말투와 행동만 따라한다고 김일성 주석만큼 카리스마를 가질지는 의문입니다.

박성우: 바다에 표류하다 구조된 북한 주민들이 ‘김정은의 은덕’에 눈물 흘렸다는 북측 매체의 보도가 최근에 있었습니다. 김정은 체제를 자랑하는 일종의 체제 선전일텐데요. 위원님도 북한에서 오셨습니다만, 이런 보도를 접하면 북한 주민들은 어떤 생각을 하나요?

고영환: 김정은 제1비서가 서해에서 표류하던 주민 4명을 46시간 만에 비행기로 구조해주었다는 사실이 최근에 노동신문 등에 크게 보도됐지요. 최근 북한 어민들이 동해와 서해에서 자주 표류하고 있습니다. 지난 9일 단둥시 앞바다에서 연료가 떨어지고 기계장치 등이 고장나 표류하던 어민 31명이 중국측에 구조된 사실이 있었고, 지난해 말엔 북한 어민 6명이 탄 배가 난파해 표류하다 러시아 국경경비대에 구조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한국 해군도 울릉도 앞바다에서 파도에 밀려 표류하던 북한 어민 3명을 구조해 북한에 돌려보낸 적도 있습니다. 지난 해 말과 올해 초에는 어민들의 시신으로 가득찬 여러척의 북한 배들을 일본측이 발견한 적도 있습니다.

북한 어민들이 낙후한 배에 연료도 많이 넣지 않은 상태로 고기도 잘 잡히지 않는 먼바다까지 나가는 것은 외화벌이를 경쟁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고, 이 때문에 사고가 자주 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도자가 어로공(어민)들을 구했다는 보도가 나가면 북한 주민들 대다수는 그 당시에는 감동을 받습니다. 그러나 그때뿐입니다. 북한 당국이 구해 준 어민의 수는 극히 일부이고, 많은 사람들이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에게 구조되어 북한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먼바다에서 죽고 있죠. 이런 사실은 북한 지도부가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국과 외국에서 실제 구조되어 따뜻하게 대우를 받고 돌아간 사람들과 그들의 친척, 친구들은 이런 선전을 보면 속으로 웃는다고 합니다.

박성우: 체제 선전과 관련해서 하나 더 짚어 보지요. 최근에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인 ‘구글’의 슈미트 회장이 북한을 다녀갔는데요. 북측은 이걸 갖고도 체제 선전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위원님, 이런 모습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드십니까?

고영환: 최근에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인 ‘구글’의 회장이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가자 북한 당국이 우주정복의 성과로 온 세계가 열광하고 있는 가운데 구글 회장이 조선을 축하 방문하였다, 인공위성 발사로 북한의 위력에 겁을 먹은 적대국 미국까지 축하 방문단을 보냈다, 이런 내용으로 김정은의 이른바 위대성을 선전하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의 우주 비행선이 달나라에 간 게 벌써 수십 년 전이고 미국이 우주에 얼마나 많은 위성들을 띄어 놓고 있는데, 이제 가장 초보적인 단계의 위성 발사에 성공한 북한을 보고 미국이 놀라겠는가, 그리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의 위성을 장거리 미사일로 보고 제재를 토의하고 있는데 미국이 무슨 축하 대표단을 보내겠는가, 이런 생각이 들고요.

이런 선전들을 들을 때면 북한에 살았던 저로서도 어떻게 북한 지도부가 저렇게까지 사실을 오도할 수 있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저 정도까지 사실을 과장하는 것을 보면서 창피한 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런 것들이 제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박성우: 체제를 선전해야 한다는 건 그 체제에 한계가 있기 때문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립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