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이 “김정은 체제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일본의 어느 언론인이 책을 한 권 냈습니다. 김정남과 전자우편으로 주고받은 내용이 들어 있는데요. 주목할 게 많았지요?
고영환: 일본의 도쿄신문 고미유지 편집위원이 김정일의 맏아들 김정남과 지난 7년간 주고받은 150여 통의 전자우편과 두 차례의 직접 인터뷰를 통해 들은 이야기들을 정리한 책 “아버지 김정일과 나”라는 책을 최근 일본에서 출판하였습니다.
김정남은 북한의 60년대 유명한 영화배우였던 성혜림에게서 태어난 김정일의 맏아들입니다. 후계자 김정은은 김정일과 재일교포 출신 무용가 고영희 사이에서 태어난 둘째 아들이고요. 따라서 김정은은 김정일의 셋째 아들이 되는 셈이지요.
이 책에는 매우 흥미있는 내용들이 많이 살렸는데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몇 가지 말씀 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김정남이 “북한의 권력 세습은 비웃음의 대상이 될 것”이라면서 3대세습을 강하게 비판한 것이 흥미롭고요. 김정남은 이복동생인 김정은이 나이도 너무 어리고 정치 경험도 부족하기 때문에 지도자로서 성공하지 못할 것이며 김정은 체제가 오래가지 못한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리고 김정남은 할아버지 김일성과 얼굴만 닮은 김정은이 북한 인민들을 만족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하면서, 현재 김정은은 상징적인 인물에 불과하고 기존의 고위간부들이 권력을 쥐고 흔들 것이라고 발언했습니다.
김정남은 김정일 생존시 김정일이 아들에게 권력을 넘겨주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며 권력세습은 아버지 김일성의 업적을 망칠 것이라고 했지만, 결국은 3대 세습을 강행하여 세상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다고 통탄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자기를 스위스에 유학 보내고 많이 외로워했지만 다른 여자를 얻고 그 여자에게서 정철, 정은, 여정이가 태어나면서 사랑을 이복 동생들에게 주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김정남은 자신이 후계자가 되지 못한 원인에 대해, 스위스 유학을 마치고 평양에 돌아가 아버지에게 개혁과 개방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했고, 그 말이 있은 다음부터 아버지가 자기를 멀리했다고 전자우편에서 적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이야기로 김정남은 북한이 개혁개방을 하지 않으면 북한이 망하고, 개혁개방을 하면 북한 사회주의 정부가 무너질 것이라는 예상도 했습니다. 저는 김정남이 비교적 정확하게 북한의 정세를 보고 있고, 전망도 아주 훌륭하게 하고 있다고 봅니다. 외국에 나와 살면 저절로 세상 보는 눈이 생기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박성우: 김정남이 일본의 이 언론인에게 2년 전에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내 생각을 적절한 때에 공개해 달라”는 겁니다. 책이 이제 나왔으니, 적절한 때가 지금이라는 뜻인데요. 어떤 해석이 가능한가요?
고영환: 김정남은 9년간의 해외 생활을 통해 개혁개방만이 북한이 나갈 길이라는 인식을 가졌다고 그를 아는 사람들이 말하고 있어요. 한국에 망명했던 전 노동당 중앙위원회 황장엽 비서는 생존시 ‘김정남이 정권을 잡으면 북한이 개혁개방을 할 수도 있다’고 여러 번 말한 적이 있어요. 김정남이 2년 전에 일본 기자에게 적절한 시점에 자기의 발언을 공개해 달라고 부탁을 하였고, 이 발언을 묶은 책이 최근 나온 것은 김정남의 승인이 없이는 불가능했습니다. 지금 이 책을 낸 것은 김정남 자신이 북한 개혁개방의 상징이며 북한에서 만약 권력다툼이 일어나는 경우 자신이 잠재적인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을 지금 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김정남 자신이 개혁개방을 김정일에게 주장하다가 권력에서 멀어졌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김정은이 오래가지 못할 거라고 이야기를 한 것을 보면 자신만이 북한의 개혁개방을 이끌 수 있는 대안 세력임을 강조하려 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일과 후계자 김정은이 들으면 대로할 소리들을 김정남이 이렇게 거침없이 하는 것을 보면 북한 체제가 견고하지 못하며 곧 김정은이 군부 등 권력 세력에게 밀려 실권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성우: 미국의 어느 연구원이 “김정은에게 두 형은 최대 도전과제일 수 있다”라는 해석을 내놨습니다. 동의하시는지요?
고영환: 네, 전반적으로 동의합니다. 미국 외교협회의 스나이더 연구위원은 지난 18일 외교협회에 낸 보고서에서 김정은에 대한 세습작업이 순조로워 보이긴 하지만 김정남과 김정철 문제가 빠져 있다고 지적했고요. 보고서에서 그는 김정일의 영결식에 다 같은 아들들임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의 형 김정남과 김정철이 빠진 것은 두 형이 권력에서 배제된 것을 확인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나, 동시에 김정은의 권력과 지도력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습니다.
설명을 잠시 드리자면, 김정은은 같은 배의 아들이며 형인 김정철과 묘한 경쟁관계에 있는 것 같고요. 현재 중국에 머물고 있는 맏형 김정남은 앞에서도 언급한 것 같이 김씨 가문의 봉건왕국과 같은 3대세습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거든요. 김정남의 맹렬한 세습반대와 김정은 지도력에 대한 비판, 그리고 다른 형인 김정철과의 불화는 김정은이 정통성을 가지고 있다는 북한 선전당국의 노력을 훼손시킬 수 있고, 당과 정부 그리고 군대 내의 불협화음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지요.
스나이더 연구원은 김정남의 김정은에 대한 공개적인 비판은 ‘김정남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에 대한 문제와 연결되며, 현재 그의 배후에는 중국 정부가 있으며, 중국은 김정은 체제가 실패하는 경우를 대비하여 개혁개방만이 북한 국가가 살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김정남을 김정은의 대체세력으로 간주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습니다. 봉건왕조에서 막내아들이 왕이 되는 경우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김정남이나 김정철도 하염없이 아무것도 안 하고 허송세월을 보내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김정남이 부쩍 개혁개방만이 살 길이라고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중국이 김정남을 대안세력의 하나로 간주하고 있을 수 있다는 스나이더 연구원의 시각에 저도 동의합니다.
박성우: 오늘 개혁개방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요.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이 미국의 AP통신과 회견을 하면서 경제 개혁을 언급했습니다. 드문 일이죠. 어떤 의미를 찾아볼 수 있습니까?
고영환: 지난 16일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 위원회 양형섭 부위원장이 미국의 AP 통신사와 평양에서 가진 기자 회견에서 “김정은 부위원장이 지식기반 경제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중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의 경제개혁 사례들을 살펴보고 있다”고 언급하였습니다.
이 발언은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북한에서 개혁개방을 언급하는 것은 철저히 금지되어 있거든요. 김정일은 생전에 “나에게 그 어떤 개혁도 바라지 말라”고 수많이 지적한 바 있습니다. 저도 북한에서 외교관 생활을 할 때 개혁개방 소리를 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직접 경험한 적도 있어요. 그런데 김정일이 사망한지 1개월이 되는 지금 북한의 고위간부가 개혁이라는 말을 외국기자에게 한 거죠.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게 있습니다. 양형섭이 ‘개혁’이라고 했는지 아니면 경제 ‘개선’이라고 했는지는 확인이 당장은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김정일 시대 북한은 경제 ‘개선’이라는 용어를 써왔기 때문입니다. 북한에서 쓰는 개선이라는 용어는 개성이나 나선 같은 봉쇄된 지역에서 부분적인 개방을 하여 외화를 벌어들이되 우리식 사회주의는 강화한다는 의미를 갖습니다. 김정일의 선군사상을 한치의 드팀(어긋남)도 없이 따라가겠다고 김정은이 영결식에서 이야기한 상황에서 이렇게 개혁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 자체가 의아스럽습니다. 저는 김정은이 중국처럼 개혁개방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전처럼 철조망을 치고 일부 지역 그러니깐 개성, 황금평, 나선지구 등에서 폐쇄된 부분적인 개방을 할 것이고, 이것이 조금 더 확대될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만, 전반적인 개방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알겠습니다. 다음 주에는 전통 명절인 설이 끼어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새해 축하합니다’라고 인사하지요. 경제 개혁과 개방을 통해서 새해에는 정말 축하할 일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실장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