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의중은 유연한 통일문제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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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남한의 박근혜 대통령이 외교안보통일 분야 업무보고에서 남북 대화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지난 월요일에 외교안보통일 분야 각 부처의 업무보고가 청와대에서 열렸습니다. 위원님 보시기에 가장 중요한 내용은 무엇이었나요?

고영환: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9일 청와대에서 통일부, 외교부, 국방부, 국가보훈처 등 외교안보통일 분야 4개 부처의 2015년도 업무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우리 국민은 오뚝이 같은 민족성을 발휘해 온 역사적 경험이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반드시 평화통일을 이룰 수 있도록 해당 부처들이 중추적인 역할을 해 달라”라고 강조하면서 통일 분야의 올해 과제들을 제시하였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정리해 보면 첫째로, 남북한 주민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남북 교류 협력 대화를 추진하고, 둘째로 통일준비의 외연을 확대하며, 셋째로 확고한 안보와 국가관의 토대 위에서 통일준비를 하라는 내용입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은 “여러가지로 얽혀있는 남북관계를 풀고 통일을 준비해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선 허심탄회한 남북간의 대화가 필요하다”며 “남북교류와 협력의 질을 높이고 작은 협력부터 이뤄가려면 조속히 남북 간에 통일 준비를 위한 실질적인 대화가 시작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대통령 앞에서 한 통일부의 업무보고에서 특이한 점은 광복 70돌이 되는 올해에 남과 북을 X자로 잇는 종단철도 시범운행 계획을 밝혔다는 것입니다. 즉 남한의 목포를 떠나 북한의 라진을 거쳐 시베리아로 향하는 횡단열차, 부산을 출발하여 신의주를 거쳐 중국 횡단철도로 이어지는 철도시범 운행계획을 밝힌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 분야의 과제를 제시하고 특히 남북 간의 대화를 강조한 것은 김정은 제1비서가 신년사를 통해 남북 정상회담의 가능성을 시사한데 대한 답변 형식이나, 남북 당국자들간 대화 재개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남북대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한국 정부가 좀 더 유연하게 통일 문제에 접근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박성우: 그런데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업무보고 후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과연 대화를 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왜 이런 말이 나왔다고 보시나요?

고영환: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지난 19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내외신 기자 설명회를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류 장관은 현재의 상황에 대하여 “북한의 대화 의지에 대해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돼가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류 장관은 “단정적으로 보고 있지는 않지만 북한이 작년에는 전단문제가 중요한 것처럼 얘기를 하다가 최근에는 (한미합동) 군사훈련을 가지고 또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류 장관은 이어서 “원론적 차원에서 말하자면 그런 문제들이 있기 때문에 남북대화를 하자는 것 아니냐”면서 “근본적 차원에서 남북간 불신, 군사적 긴장의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첫 걸음이 바로 남북대화”라고 강조했습니다.

류길재 장관의 이 발언은 지난해 말 한국 정부가 통일준비위원회 명의로 북한에 당국 간 대화를 제안했지만 북한이 이에 대한 답변은 하지 않고 대북전단 살포 중단을 언급한 데 이어 최근에는 한미 합동군사훈련 중단을 대화의 조건처럼 요구하고 있는 것에 대한 언급으로 풀이됩니다.

박성우: 또 한가지 언론의 관심을 끌었던 사안이 있지요. 금강산 관광의 재개 문제를 놓고 남측 정부가 좀 애매모호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점인데요. 그 원인은 뭐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한국 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18일 유엔의 대북제재와 금강산 관광과의 관계와 관련해 “정부는 아직 국제사회의 제재와 상충된다고 보진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정부 당국자는 “다만 금강산 관광에 대해 남북간에 어떤 논의도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이렇다 저렇다’고 입장을 밝힐 계제가 아니다”라며 “차후에 금강산 관광 사업을 놓고 남북 간에 협의가 되면, 사업 재개에 대한 합의가 되는 막바지 단계가 되면, 국제사회와 함께 협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계속하여 “우선 2008년 관광객 피살 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것이기 때문에 그 문제에 대한 남북간 협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언급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금강산 관광의 재개를 위해서 북한의 여러 책임 있는 조치와 제도적 보장을 요구하고, 이에 앞서 선제적, 일방적으로 취한 조치의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며 “그런 것이 다 진행돼서 철회가 됐을 때 이것이 유엔 제재와 상충이 되는지를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부의 이런 입장은 금강산 관광의 재개 문제와 관련해 이른바 북한의 ‘벌크캐시’, 이 말은 다량으로 가방에 넣어 운반하는 현금을 의미하는데, 이것이 핵 개발 자금으로 전용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를 차단하는 유엔의 조치를 고려하겠다는 정부의 기존 방침들과 뉘앙스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평가가 가능한 부분입니다. 이는 대통령의 제안대로 대북정책에서 융통성을 보이고자 하는 맥락에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박성우: ‘남북 대화와 북한의 비핵화를 선순환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이야기도 나왔죠. 이 말이 나온 맥락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을 듯 한데요. 설명을 좀 해 주시죠.

고영환: 북한의 핵 문제와 관련해서 남한의 외교부와 통일부는 지난 19일 진행된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에서 진전을 만들고 남북관계 발전과 북한 비핵화가 선순환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선순환이라는 의미는 말 그대로 남북관계와 북핵 문제가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진전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겁니다.

이 안에는 북한 비핵화 문제 해결에서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남북대화마저 중단될 수는 없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볼 수 있으며, 남북관계 발전이 북한 비핵화 진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만큼 현재 북핵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남북관계 개선을 추진하면서 북핵 문제도 해결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한국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한편으로는 북핵 문제가 남북대화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한다는 의미로도 분석할 수 있습니다.

남북관계와 비핵화 문제를 선순환 시킨다는 것은 상식적인 내용이기는 하지만 이전 시기 한국 정부가 별로 사용하지 않았던 표현이고, 그래서 남북관계와 북핵 문제에 대한 정부의 태도가 다소 변한 것 아니냐는 해석들도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박성우: 오늘 우리가 말씀드리고 있는 ‘청와대 업무보고’라는 것에 대해서 북한에 계시는 우리 청취자들이 궁금해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자리인지에 대해서 설명을 좀 해 주시죠.

고영환: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9일 오전 청와대에서 통일부, 외교부, 국방부, 국가보훈처 등 4개 부처로부터 ‘통일 준비’를 주제로 업무보고를 받았는데요. 한국 대통령들은 매년 초에 정부 부처들로부터 한 해에 해야 할 일들에 대해 보고를 받습니다. 해당 부처의 장관들이 올해 할 일을 정리하여 대통령 앞에서 보고한다고 보면 됩니다. 대통령 보고가 끝나면 한국의 해당 장관들은 기자들에게 설명회를 갖습니다. 그만큼 정책의 투명성과 공개성을 가진다는 측면이 강하고요.

반대로 북한은 매년 말에 다음 해에 해당기관들이 어떤 일들을 할 것인지에 대해 문서로 지도자에게 보고하고, 이것이 동의가 되면 친필지시 형태로 내려옵니다. 그러니까 북한에서는 친필문건으로 동의가 나오면 집행하는 차이가 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박성우: 올해는 광복 70주년, 분단 70년, 종전 70년, 6.15 선언 15주년 등 기념할 게 아주 많은 해입니다. 그래서 남북 양측 모두 연초부터 대화 의지를 밝히고는 있지만, 한 발 더 들여다 보면 풀어야할 숙제가 많다는 것도 알 수 있지요. 양측 모두 슬기를 발휘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