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욕 먹는게 억울하면 나쁜 짓 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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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이 통과됐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결의안을 통과시켰지요. 먼저 설명을 좀 해 주시죠. 어떤 내용이고, 어떤 효과가 있습니까?

고영환: 지난 2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회의를 열어 지난해 12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제재 결의안 2087호를 기권 한 표도 없이 만장일치로 채택했습니다. 이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사일을 발사한지 42일만에 나온 결과입니다.

결의는 제재 대상의 확대, 북한의 금용기관들에 대한 감시 강화, 공해상을 다니는 의심스러운 북한 선박에 대한 검색 기준 마련, 제재를 회피하기 위하여 다량의 외화 현금을 가지고 다니는 북한 관리들에 대한 제재 강화, 전면적 성격의 대북한 수출통제 강화, 제재 대상 기관 및 인물에 대한 추가 지정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습니다. 안보리는 북한의 로켓발사를 규탄하고 탄도 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모든 활동을 중단할 것도 요구했습니다.

이번 결의로 인해 북한의 핵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 해외에 나가 있는 북한인들의 은행계좌가 감시를 받으며, 북한 배가 수상한 물품을 싣고 항해한다는 의심을 받으면 바다 위에서 검색도 당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미사일 발사, 핵무기 제조에 관여한 인물과 기관들, 예를 들면 원자력총국장, 서해 위성발사 총책임자, 단천 무역, 단군 무역회사 등도 제재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습니다.

종합적으로 말씀 드리면,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혹은 핵무기 제조에 관여되는 북한의 무역, 금융, 외화 등에 타격을 입히게 되는 거지요. 북한은 ‘왜 우리만 가지고 그러느냐’는 말을 할 수 있는데요. 이제까지 북한은 계속하여 국제사회의 규범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였고 다른 나라들처럼 투명하게 국제사회가 지켜야 하는 절차를 밟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북한 말에 “욕을 먹는게 억울하면 나쁜 짓을 하지 말라” 라는 말이 있습니다.

박성우: 중국의 행동이 눈에 띕니다. 의장성명도 아니고 한 단계 더 격이 높은 결의안에 찬성했기 때문인데요. 이건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고영환: 지난 2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가 끝난 다음날 나온 신문들의 1면을 차지한 사진은 회의에서 중국측 대표가 북한에 대한 제재 결의안에 손을 번쩍 들어 찬성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중국이 이른바 ‘형제 국가’라는 북한에 벌을 주는 행동에 찬성한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는데요. 유엔에서는 중국측 대표가 북한 제재에 찬성하였고, 중국 외교부도 이번 대북 제재안이 “균형잡힌 결의안”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더 중요한 점은 중국의 새 지도자인 시진핑 당 총서기가 제재 결의안 채택 다음날인 23일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중국에 보낸 특사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중국은 북한 핵과 대량살상무기를 반대한다는 뜻을 명백하게 밝혔다는 사실입니다.

중국의 이번 입장에 대해 여러 가지 해석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은 중국의 새 지도부가 북한의 젊은 지도자에 대한 길들이기를 하고 있다는 분석인데요. 저도 중국이 ‘북한의 떼쓰기에 마냥 당하고만 있지 않겠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규범에 맞게 행동하도록 해야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평가합니다.

또한, 북한의 우방인 러시아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백하게 밝혔죠.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23일 안보리의 행동에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북한은 국제사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북한이 가장 친하다고 하는 중국과 러시아로부터도 배격을 당하고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북한은 러시아 외무장관의 말처럼 고집만 피우지 말고 국제사회의 충고를 받아 들여야 할 것입니다.

박성우: 북한의 반응도 주목할만 한데요. 우선, 한반도 비핵화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건 김일성의 유훈을 지키지 않겠다는 뜻인데요. 위원님,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북한은 유엔안보리 제재 결의가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외무성 성명을 발표하여 조선반도 비핵화는 종말을 고했다, 물리적 대응을 하겠다, 군사력을 질량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 위성발사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등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그간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가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며 비핵화를 반드시 이루겠다고 해 왔고, 김정일 위원장도 아버지의 유훈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할아버지, 아버지의 비핵화 유훈을 손주인 김정은 제1비서가 집행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김일성 주석, 김정일 위원장의 유훈을 가장 잘 지킬 수 있어서 후계자가 되었다고 하는데, 유훈을 지키지 않겠다고 한다면 이는 자기모순에 빠지는 겁니다. 이는 후계자의 정당성도 훼손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진정한 후계자라면 김일성 주석이 원하던 바대로 북한의 비핵화를 이루어야 할 것입니다.

박성우: 향후 정국이 복잡하게 돌아갈 것 같은데요. 위원님, 앞으로 한반도 정국이 어떻게 전개될 걸로 보시는지요?

고영환: 유엔 안보리가 제재를 결의하자마자 북한은 마치 이를 기다렸다는듯이 강력한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한 후 항상 핵실험을 하면서 정세를 긴장시키는 일정한 행태를 보여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핵실험을 할 것이라는데 대다수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핵실험을 추가적으로 단행하여 조만간 새로 출범하는 한국 정부, 얼마전에 새로 출범한 미국의 오바마 2기 행정부, 그리고 지난해 말에 출범한 중국의 시진핑 체제에 정면으로 대치하는 것이 북한으로서도 부담스런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북측 외무성 성명에도 그런 뉘앙스가 풍깁니다.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대화는 가능하다”고 언급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사실 모든 대화의 문이 잠긴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지요.

북한은 항상 큰 사고를 치고 난 후 대화에 복귀하는 행태를 보였습니다. 물론 북한이 국제사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미사일을 쏘았고, 이런 북한의 태도에 격분한 세계 주요 국가들이 제재를 결의하였기 때문에 한반도 상황이 안갯속으로 들어 간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3차 핵실험을 하여 사태를 최악으로 끌고 가기에는 북한 정부도 너무 많은 부담을 지게 됩니다.

저는 북한이 새로 출범하는 한국의 새 정부가 취할 대북 태도와 미국 정부의 대북정책을 살펴보면서 핵카드를 만지작거릴 수는 있겠지만, 핵실험 강행은 신중하게 할 것으로 봅니다. 북한은 핵실험을 하여 중국이 중북 국경을 봉쇄해 버리면 수개월 내에 큰 고비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쉽사리 핵실험을 하지 못하리라고 보지만, 항상 이상한 일을 워낙 많이 해온 북한이기 때문에 속단할 수는 없습니다.

박성우: 북한의 핵이나 미사일 문제를 들여다보면 항상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위원님,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방법은 뭐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가장 쉬운 방법은 우크라이나와 남아프리카 공화국처럼 핵무기를 포기하여 영구한 안전을 보장받고 경제적 발전을 이룩하여 인민들이 행복해 하는 결정을 지도부가 내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북한은 리비아가 핵을 포기하여 정권이 무너진 것처럼 사실을 오도하고 있습니다. 리비아가 무너진 것은 핵무기를 포기해서가 아니라 카디피 정권이 너무나 부패하고 독재를 휘둘러 민심이 떠났고, 이렇게 변한 민심이 민중혁명으로 승화했기 때문입니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강력했던 왕국들이 무너진 것은 인민들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고위관리들의 부정부패가 심해 민심이 떠났기 때문입니다. 이를 북한이 명심하였으면 좋겠습니다.

박성우: 그렇습니다. 핵이 있다고 해서 정권을 지킬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지적, 북한 당국도 새겨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