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김정은에 대한 우상화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김정일이 사망한 지 여섯 주가 지났습니다. 이제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을 '어버이'라고도 부르던데요. 우상화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실장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고영환: 김정일이 지난해 12월17일 사망했고, 김정일이 사망한지 열흘이 지난 지난해 12월30일 김정은은 28세의 나이로 최고사령관이 됐습니다. 북한은 김정일이 10월8일에 했다는 '10.8 유훈'을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유훈이 정말로 있었는지, 그리고 있었다면 그 자리에 누가 있었는지가 궁금하고요. 또 실제로 있었다고 하더라도, 옛날에 왕이 죽기 전에 유언을 남기면서 누가 나의 대를 이어 왕이 되라고 말했던 식의 일이 21세기 광명천지에 일어난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납득이 어렵지요.
사회주의 나라라고 하는 북한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서 심지어 북한과 형제 관계에 있는 러시아의 한 신문 조차도 올해 1월10일자 만평에서 '군사의 천재라는 소리를 듣기 위해 나폴레옹과 쑤워로브 장군은 수십차례의 전쟁에서 이겨야 했는데 김정은은 군복만 입으면 된다'며 북한을 꼬집었을 정도입니다.
북한은 또 지난 25일부터는 김정은을 "어버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어요.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의 만경대 혁명학원 방문 소식을 전하면서 "경애하는 어버이"라는 표현을 썼거든요. 아버지 장례식을 치룬지 하루 만에 최고사령관이 되고, 이틀만인 올해 1월1일에는 은하수공연을 참관하고, 아버지 사망 수일 만에 '경애하는', '위대한', '천재 중의 천재', '하늘이 낳은 지도자' 등의 수식어들을 가져다 붙이다 못해, 올해 29세의 청년에게 "어버이"라는 극존칭을 쓰는 것은 북한이 현재 후계 속도를 굉장히 높이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김정일은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한참 뒤에도 '위대한' 이라는 수식어를 자신에게 붙이지 못하도록 하였고, '경애하는'이나 '군사의 천재', '하늘이 낳은 위대한 수령' 등의 표현은 쓰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뒤 3년상이라는 이른바 추도기간을 정하고 그 기간이 지난 뒤에야 국방위원장이나 당총비서 자리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김정은은 장례식을 치른 그 다음날 최고사령관이 되었고, 이틀이 지나 105땅크사단을 방문하고, 땅크를 몰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TV에 방영됐지요. 그리고 그날 저녁에는 예술공연을 봤습니다.
북한의 일반 가정에서도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1년 동안은 자숙을 하는데, 최고 지도자라는 사람이 아버지의 시신이 채 식기도 전에 마치 기다린 것처럼 최고 칭호들을 가져다 쓰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지요. 그런데도 이런 표현들을 쓰는 것은 현재 북한 내부가 매우 어렵고 복잡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듯 하고요. 이렇게 하기 보다는 인민들의 의식주 생활에 신경을 더 쓰는 것이 민심을 얻는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박성우: 미국의 스티븐 보즈워스 전(前)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김정은의 실권 장악 가능성이 작다"는 말을 했는데요. 어떤 맥락에서 나온 발언입니까? 그리고 실장님은 보즈워스의 의견에 동의하시는지요?
고영환: 스티브 보즈워스는 미국의 대북정책 담당 특별대표를 지냈고요. 북한도 여러번 방문하고 북한의 고위급 외교관들과 수없이 만난 미국의 대북 전문가 중 한 사람인데요. 그는 지난 23일 미국 뉴욕에 있는 아시아소사이어티에서 "김정은의 실권(실제권력) 장악 가능성을 낮게 본다"고 발언했습니다. 그는 또 "북한의 고위급 간부들이 김정은에게 의사 결정권을 부여하지는 않을 것이며, 북한군 장령들이나 당의 고위간부들이 김정은에게 아버지 김정일이 가졌던 수준의 권력을 부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보즈워스는 더 나아가 "북한의 간부들은 명목상의 지도자로서 김정은을 필요로 하며, 그들의 왕국에는 얼굴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보즈워스 대사를 직접 만나 보았는데 굉장히 합리적인 분이라는 인식을 받았어요. 저도 보즈워스 대사의 의견에 많은 부분 동의합니다. 나이도 어리고 경륜도 경험도 없는 김정은이 아버지 김정일처럼 그렇게 많은 권력을 가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보고요. 다른 나라들의 경우를 보더라도, 강한 통제력 즉 강한 독재로 나라를 통치하던 사람이 죽으면, 항상 권력에는 공백이 생겼고, 그러한 공백을 군인들이 항상 차지했거든요. 애급(이집트)에서도 무바라크가 물러난 자리에 지금 군대의 장령들이 들어서 있습니다. 북한은 선군정치를 하면서 군대가 너무 강해진 측면이 있거든요. 저는 김정각 총정치국 1부국장, 이영호 총참모장이나, 김원홍 조직 부국장, 그리고 오극렬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같은 사람들이 그냥 맥없이 무너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박성우: 미국의 패네타 국방장관은 김정은을 '영 보이(Young Boy)', 그러니까 '어린 남자아이'라고 불렀습니다. 미국 고위급 관료의 김정은에 대한 인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인데요. 실장님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페네타 미 국방장관이 지난 1월12일 텍사스주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모든 사람이 평양의 '영 보이'가 어떻게 할 것인지 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영어로 '영 보이'는 한국말로 번역하면 어린 남자아이라는 뜻입니다. 미국의 고위급 간부들이 김정은을 어린아이라고 부르고 있다는 것이 무척 이채롭고, 이것이 큰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하는데요. 이 사람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미국의 고위급 간부들이 김정은을 아직 아이로 보고 있으며, 그래서 무슨 도발을 일으킬지 모른다는 우려도 동시에 하고 있는 것으로 봅니다.
박성우: 북한의 실세는 장성택이라는 말이 자주 나오는데요. 장성택의 친인척이 대외사업 부문에 포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있었지요. 어떤 해석이 가능합니까?
고영환: 장성택과 김경희 부장 사이에 하나뿐이던 딸 장금송이 프랑스 파리에서 유학중 자살했어요. 그래서 그들 부부에게는 자식이 없어요. 대신 평양 방어사령관을 했던 큰형 장성우의 아들이며 장성택의 조카인 장용철이 현재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대사로 근무하고 있고, 또 다른 조카는 대외경제 협력추진위원회에서 간부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또 장성택은 최근 자신의 매부인 전영진을 쿠바 대사로 임명했어요. 전영진의 딸은, 북한 주체사상 담당비서였다가 한국으로 1997년에 망명한 황장엽 비서의 아들과 결혼을 해서 둘은 서로 사돈지간입니다. 전영진은 현재 나이가 75세의 고령인데요. 이런 사람을 쿠바 주재 대사로 임명했다는 건 그만큼 김경희와 장성택의 힘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하고요. 북한은 지금 장성택, 김경희, 김정은, 이렇게 한 가족이 지도하는 가족 국가가 됐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박성우: 독일주재 북한 대사가 현지 경찰에 적발됐다는 소식도 최근에 있었는데요. 실장님은 예전엔 북한의 외교관으로 활동하셨잖습니까. 이런 뉴스를 보시면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고영환: 독일 주재 북한대사 리시홍이 지난 1월15일 서부 베를린의 한 강에서 낚시를 하다가 현지 경찰에 단속됐는데요. 스위스나 독일 같은 나라에서는 낚시가 환경문제 때문에 금지되어 있고, 일부 지역에서 허용한다고 하더라도 낚시 허가증이 있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그 대사라는 사람은 낚시 자체가 금지되어 있는 곳에서 낚시를 했고, 경찰이 다가가 단속하면서 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그냥 웃으면서 낚시를 계속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경찰들이 당황했다고 하는데요. 외교적 망신도 이런 외교적 망신은 없는 것 같아요.
저도 북한 외교관 생활을 했는데, 북한 외교관들은 그다지 할 일이 많지 않습니다. 월급이 다른 나라 외교관들에 비해 10분지 1도 안 되기 때문에 골프 같은 건 치기가 힘들고 고작 할 수 있는 게 낚시인데요. 낚시는 아프리카 주재 북한 외교관들이 많이 하고, 저도 많이 했어요. 외교관들이 하는 일은 낚시 정도에다가 면세품인 술과 담배 장사를 하는 정도인데요. 경찰이 단속하면, 미안하다고 하고 그 자리를 빨리 빠져나왔거든요. 그런데 금지된 곳에서 낚시를 하면서 경찰이 말리는데도 낚시를 한 걸 보면 참 어이가 없고, 이런 일이 어떻게 벌어질 수 있느냐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박성우: 한 나라를 대표하는 사람이 대사인데, 그런 사람이 나라 망신을 시켰다는 말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실장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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