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김정은 제1비서의 외가쪽 가족 묘지가 제주도에서 발견됐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김정은의 외조부와 외증조부의 묘지가 제주도에서 발견됐다고 조선일보가 보도했습니다.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고영환: 자유아시아방송의 박성우 기자와 제가 2012년 제주도에 취재를 가서 김정은의 친모인 고영희의 아버지, 그러니까 김정은의 외할아버지 고경택과 외증조부 고영옥의 족보를 찾아내 방송 하고 족보 내용을 자유아시아방송 홈페이지를 통해 알렸습니다. 그런데 지난 28일 한국의 조선일보가 김정은의 외할아버지와 외증조부 그리고 외할아버지의 동생인 고경찬 씨가 묻혀 있는 가족묘지를 발견하여 사진과 함께 신문에 게재하였습니다.
신문에 의하면 김정은의 외할아버지인 고경택의 묘는 시신이 없는 허총(헛 무덤) 상태로 발견되었고, 그를 비롯한 김정은 외가의 묘들이 제주시 봉개동에 있는 가족묘지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외할아버지의 묘가 허총이 된 것은 고경택이 북한에 가서 사망하여 그리된 것이고, 나머지 가족들의 묘는 진짜였습니다.
사실 자유아시아방송팀도 제주도에 가서 족보를 찾은 후에 묘지도 찾아보려고 애썼는데 그날이 바람이 워낙 많이 불고 땅도 지척거려 찾아내는데 성공을 못했습니다. 많이 아쉬웠습니다.
여기서 다시 정리를 해 드리면, 김정은의 외할아버지 고경택은 1913년 제주시 조천읍 와흘리에서 태어났고, 고경택의 아버지 그러니까 외증조부 고영옥은 고경택이 태어날 때 ‘종사랑’을 지냈는데, 이는 면장급 정도의 벼슬입니다. 일제시기에 조선사람이 벼슬을 했으니 당시 먹고사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고경택은 16세 되던 1929년에 일본 오사카로 넘어갔고, 그후 일본군 피복을 만드는 히로타 공장에서 관리로 일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1952년에 김정은의 생모 고영희를 오사카 쓰루하시라는 곳에서 낳았습니다. 그리고 1962년 99차 귀국선을 타고 북한으로 들어갔습니다. 김정은의 생모 고영희는 만수대 예술단에서 무용수로 일하다가 1970년대 후반기에 김정일을 만났고, 그 둘 사이에서 아들 김정철과 김정은, 그리고 딸 김여정이 태어났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김정은의 외할아버지 고경택은 제주에서 태어났고, 1929년에 일본 오사카로 갔으며, 그곳에서 일본군복을 만드는 공장에서 간부로 일한 친일분자라는 소리이고, 김정은의 어머니 고영희는 일본에서 태어나 북한으로 간 재일동포이며 무용수 출신이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들이 제주도에서 발견한 족보, 무덤, 일본 정부의 문서들을 통해 증명이 되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박성우: 고영희에 대한 우상화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지요. 앞으로 어떻게 될 거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현재까지 김정은의 친모 고영희에 대한 우상화 작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앞에서도 말씀을 드린 것처럼 김정은의 외가에 문제가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에서 김일성의 어머니 강반석, 김정일의 어머니 김정숙은 둘 다 ‘조선의 어머니’라 불려왔고, 이제는 고영희를 ‘조선의 어머니’라 불러야 정상이지요.
그러나 김정은의 외할아버지가 일본군복을 만들어 바치던 친일파이고, 어머니는 재일교포에 무용수이고, 더 나아가 고영희의 언니 고영숙은 북한을 탈출하여 미국에서 살고 있고, 외삼촌 고동훈 역시 북한에서 탈출하여 구라파에서 살고 있는 탈북자들입니다. 그야말로 성분이 너무 복잡하여 고영희를 우상화하는데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북한은 앞으로 김정은의 친가는 지금처럼 ‘백두산 혈통’, 그리고 외가는 제주도와 연관이 있으니 ‘한라산 혈통’ 이렇게 혈통을 조작하려 들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수차례 강조한 것처럼 김정은의 외가쪽이 너무 문제가 많고 출신 성분이 좋지 않아 우상화를 하는데 많은 애를 먹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박성우: 다른 소식도 좀 살펴보지요. 이번에도 묘지 이야기인데요. 북중 간에도 묘지 때문에 논란이 생긴 듯 합니다. ‘북한 내 중국군 묘지를 놓고 북중 간에 이상기류가 흐른다’는 보도가 있었는데요. 왜 그렇습니까?
고영환: 지난 12월 22일 중국 공산당 중앙당 학교 국제전략연구소 장렌구이 교수는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에 “조선의 경제가 어려워 조선에 있는 중국인민지원군 묘지 대부분이 황폐화되어 있다. 조선 정부는 지원군 묘지에 대한 수리를 추진하라. 한국에 있는 중국지원군 묘지는 관리가 잘 되어 있다. 우리 중국은 한국과 중국이 한국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중국군 묘지에 안장되어 있던 중국군들의 유해를 중국에 송환하기로 합의한 것을 환영한다”는 내용의 기고문을 작성하여 게재했습니다.
이 기사를 본 중국주재 북한 대사관의 문성혁 참사는 지난 27일 환구시보에 반박기사를 실었는데요. 내용의 핵심은 북한은 중국열사들의 묘지를 제대로 관리 보호하고 있다, 자칭 한반도 문제 전문가라는 사람이 북한을 모함하는 목적이 어디에 있나,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북한과 중국 측이 공식 신문 매체에서 이리 다투는 것 자체가 이전에는 없었던 일이며, 따라서 많은 전문가들은 장성택 부장 처형 이후 북중 관계가 예사롭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이런 분석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박성우: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도 북한과 관련해서 상당히 주목할만한 발언을 했습니다. 위원님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이 지난 25일 영국 일간지인 파이낸셜 타임즈와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 중국과 북한 사이에 일부 문제들에서 이견이 있는 것이 사실이며, 그중 하나가 북한 핵프로그램이다”라면서 “중국은 절대로 우리 집 앞에서 난이 일어나고 말썽이 일어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종합하여 보면, 중국은 북한이 핵을 발전시키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고, 북한이 난을 일으키는 것, 즉 전쟁이나 도발을 일으키는 것도 허용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이죠. 서방의 신문사와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도발을 일으키지 말라, 핵무기를 발전시키지 말라’고 공개적인 경고를 보낸 것은 의미가 큽니다. 외교부장의 발언은 그 나라 정부의 공식입장입니다. 이번 발언은 중국이 얼마나 김정은 정권의 핵개발과 전쟁도발을 엄중히 생각하고 반대하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북한은 세계 2대강국인 중국의 경고를 무시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박성우: 마지막으로, 이란 대통령이 남북문제의 해결을 위해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요. 이건 어떻게 해석하셨습니까?
고영환: 이란을 방문한 한국의 강창희 국회의장이 지난 27일 이란 대통령 하산 로하니를 만나 회담을 했습니다. 여기서 로하니 대통령은 “이란은 핵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지키겠다, 남북한의 어려운 문제 해결을 위해 이란이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들이 이란 대통령의 발언에 주목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란은 북한처럼 핵을 개발하는 나라였고 북한과도 친한 나라입니다. 그런데 보수적인 대통령이 선거에서 져 물러나고 개혁적인 성향의 로하니가 대통령이 되면서 이란은 군사적인 목적의 핵개발을 중지할 것을 국제사회에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핵을 폐기하기 위한 조치들을 취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핵무기개발에 집착하는 북한과 전혀 다른 행보인 것이죠.
핵을 포기하는 이란이 핵을 고집하는 북한과 핵무기 폐기를 주장하는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굉장히 의미가 있는 일이며, 북한과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는 이란이 북한의 핵을 포기하도록 하는 일, 남북한 사이의 관계를 개선하는 일을 한다면 긍정적인 효과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미국이 ‘악의 축’이라고 불렀던 나라 중 하나인 이란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북한 지도부도 유심히 지켜보고 있을 듯 합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