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남한의 이명박 전 대통령이 출간하는 회고록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이명박 전 대통령이 오는 2월 2일 회고록을 출간하지요. 남북관계와 관련한 내용들이 미리 공개됐는데요. 북측에 계시는 우리 청취자들도 관심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위원님께서 가장 주목한 내용은 무엇이었습니까?
고영환: 이명박 전 대통령이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을 냈고, 이 책이 다음 달 2일 공식 출간됩니다. 맛보기로 미리 공개된 내용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끄는 부분은 역시 남북관계와 관련된 내용이었습니다. 이 책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은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한국의 고위관리들과 중국 지도자들을 통하는 등 여러 방식으로 다섯 차례 이상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해왔다고 공개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제5장 ‘원칙 있는 대북정책’에서 “북한은 2009년 8월 23일 김대중 전 대통령을 조문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김기남 당시 북한 노동당 비서 등 조문단이 청와대를 예방(방문)했을 때 정상회담을 제안했고, 조문단이 북한으로 돌아간 직후인 8월 28일엔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남북 정상회담을 원한다’는 메시지를 현인택 당시 통일부 장관에게 보내왔다”고 밝혔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그때부터 2개월여 후인) 10월 10일 베이징에서 한국·중국·일본 정상회의가 열렸을 때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김정일 위원장을 만났는데 남북 정상회담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고 회고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같은 해 11월 한국의 통일부와 북한의 통일전선부 간 실무접촉에서 북한은 옥수수 10만t, 쌀 40만t, 비료 30만t, 아스팔트 건설용 피치 1억 달러어치, 북측의 국가개발은행 설립 자본금 100억 달러를 제공해 달라고 요구해 회담은 무산됐습니다.
북한이 남북 정상회담을 요구하던 때는 이명박 대통령과 한국 정부에 대한 북한의 비난이 최고조에 이르던 시기였습니다. 외적으로는 한국을 입에 담기 어려운 말로 위협과 비난을 하면서 뒤로는 남북 정상회담을 다섯 차례 이상 요구하고 수십만 톤의 쌀과 100억 달러가 넘는 돈을 요구하였다니 어이가 없습니다. 연평도를 포격하면서 100억 달러를 요구한다니 북한의 전형적인 이중성의 끝이 도대체 어디까지인지 놀랍기 그지없습니다.
박성우: 회고록에 따르면 중국의 지도자들도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서 상당히 노력을 기울였는데요. 그 이유는 뭐라고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이명박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중국이 남과 북을 오가며 남북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적극 중재에 나섰다고 밝혔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2009년 10월 10일 베이징에서 열린 한·일·중 정상회의에 참가하였는데 바로 그 자리에서 원자바오 당시 중국 총리가 “내가 김정일 위원장을 만났는데 그가 (남북) 정상회담을 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중국 총리의 이 발언에 이 전 대통령은 정치적 인기를 얻기 위한 회담은 반대하며 남북 정상회담이 진행된다면 서울에서 개최하여야 한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합니다.
그로부터 2주가 지난 2009년 10월 24일 태국에서 열린 아세안+3(아세안과 한중일 3국) 정상회의에서 이 전 대통령과 원자바오 총리가 다시 만났다고 합니다. 이 자리에서 원 전 총리는 “김정일 위원장이 대통령 각하를 진심으로 만나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라고 또 다시 말했다고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밝혔습니다. 그로부터 2년 후인 2011년 5월22일 일본 도쿄에서 한·일·중 정상회의가 있었는데, 이 회의에 참가하고 돌아가는 길에 원자바오 전 총리가 바로 다음 날 김정일 위원장을 만날 예정이라고 하면서 “김 위원장은 아무런 조건도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대통령이 직접 만나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중국 지도부가 이렇게 남북의 정상회담을 중재하기 위해 노력한 것은 당시 김정일의 건강이 매우 나빴고 어린 후계자가 있기는 했으나 북한은 계속하여 고강도 군사도발을 하면서 한반도와 동북아의 정세를 악화시키고 있으니 남북 정상회담을 해서 지역 정세를 안정시키려는 전략적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박성우: 천안함 폭침 사건 두 달여 뒤 남측이 5.24 대북제재 조치를 취했죠. 이와 관련해 남북이 비밀 접촉을 가졌다는 내용도 공개됐는데요. 위원님, 이와 관련해선 어떤 생각 하셨습니까?
고영환: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북한은 이명박 정부 시절 다양한 채널로 먼저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제안했는데요. 북한은 2010년 3월 자행한 천안함 폭침에 따른 대북제재, 즉 5·24 조치가 발표되고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은 2010년 6월 국가안전보위부 고위 간부의 명의로 한국의 국가정보원과 접촉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내 왔다고 이 전 대통령이 자서전에서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2010년 7월에 한국의 국정원 고위 간부가 평양을 방문하여 북한측과 회담을 가졌다고 합니다.
이 자리에서 북한은 천안함 폭침에 대해 “동족으로서 유감이라고 생각한다”는 식으로 사과를 얼버무리려 했고, 남한측의 천안함 폭침 사과와 재발 방지 요구에 북한은 쌀 50만t 지원을 요구했다고 이 전 대통령은 밝혔습니다. 그해 12월 5일에는 북측 고위급 간부가 비밀리에 서울을 방문해 이 전 대통령 면담을 요구했으나, 이 대통령이 이를 거절했다고 합니다.
한국의 영해에서 정상적인 순찰 활동을 하던 한국의 경비함을 폭침시키고 이에 대한 사과를 받기 위하여 평양에 간 남측의 고위 간부에게 쌀 50만t을 요구한 북한의 태도는 정상적인 국가로서는 도무지 할 수 없는 비정상적인 행위라고 생각하고요. 한국의 외화 지원에 목말라 하면서도 한국의 군함을 폭침시키는 행위만큼이나 비상식적입니다.
박성우: 지난 목요일에는 5.24 대북제재 조치의 해제 조건과 관련해서 한국 정부가 다시 한 번 원칙을 확인했는데요. 어떤 내용입니까? 그리고 적절하다고 보시는지요?
고영환: 한국의 통일부는 지난 29일 5·24 대북제재 조치 해제를 위해서는 북한이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한 시인과 사과, 재발방지 등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5·24 조치 해제를 위해서는 “국민이 납득할만한 북한의 책임있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면서 “이 사건에 대한 북한의 시인과 사과, 재발방지 약속 등이 책임 있는 조치라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계속해서 그는 “(천안함 폭침은) 북한의 소행으로 결론난 사항으로 북측이 자기들 소행이 아니라고 하는 부분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북한은 할 말이 있으면 대화의 장에 나와서 할 말을 하면 된다”며 당국간 대화에 응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만일 한국군이 남포 앞바다에 있는 북한군 경비정을 어뢰로 쏴서 폭발시켰다면 북한이 가만히 있었겠습니까? 북한은 도발을 하고 사람들을 죽이고도 사과 한 마디 하지 않고 있는데 남한이 5.24 제재 조치를 해제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고요. 현재 한국 정부가 취하고 있는 입장은 명백하고도 정확하다고 봅니다.
박성우: 이번 회고록이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고영환: 이명박 전 대통령이 회고록을 통해 남북 정상회담 추진 관련 내용을 폭로하였는데, 이는 일정한 수준에서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민낯이 그대로 들어났기 때문에 북한의 반발로 현재 진행 중인 남북대화를 위한 당국 간 노력이나 향후 남북관계에 일정 기간 악재가 될 수 있다고 개인적으로 판단합니다. 그러나 회담이나 남북관계는 서로의 필요성이 있어서 하는 것이니 일정한 시간이 흐르면 이번 사건은 지나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길게 봤을 때 문제가 될 사안은 아니라는 말로 이해가 되는데요. 남북관계가 다 그렇죠. 이번 사안도 장기적 안목에서 들여다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