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이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북한이 결국엔 또 핵실험을 할 모양입니다. 의도 분석을 좀 해봐야 할텐데요. 위원님, 어떻게 풀이하십니까?
고영환: 다들 아시다시피 지난해 12월 12일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쏘았고 이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제재 조치를 취했습니다. 이에 반발하여 북한 외무성과 국방위원회가 반발 성명을 내놓았는데, 지난달 27일 중앙통신의 보도에 의하면 김정은 제1비서도 “최근 조성된 정세와 관련하여 실제적이며 강도 높은 국가적 중대조치를 취할 것이다”라고 발언하였습니다. 김정은의 지시가 나오기 전에도 북측 매체는 ‘인민들이 핵실험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한 적도 있기 때문에 이른바 ‘중대조치’는 3차 핵실험을 의미하는 것으로 전 세계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3차 핵실험을 앞두고 북한에서는 현재 전쟁이 당장에라도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번 핵실험은 북한이 장거리 탄도 미사일 시험을 한 뒤 이뤄지는 것이어서 핵무기 전달체계를 완성하려는 의도가 제일 큰 것으로 보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핵무기를 만들어 장거리 미사일에 담아 미국까지 공격하는 수단을 만들려는 의도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북한은 과거 십여 년 이상을 ‘강성대국’을 만들겠다고 선전하여 왔는데, 정작 지난해 4월 15일 강성대국을 선포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여 이른바 ‘우주 강국’이 되었다고 지난해 12월 발표했지요. 이번에도 핵실험을 하여 성공하였다고 말하면서 ‘우주 강국’에 이어 ‘핵 강국’, ‘군사 강국‘이 연이어 이뤄졌다고 발표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또한 북한 인민들을 김정은 제1비서 두리에 뭉쳐 세워 내부 단결을 도모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핵실험을 하면 전 세계의 대북제재가 강화될테고, 그러면 정세가 긴장될 것이니, ‘전쟁에 대비하자’면서 내부 긴장을 높여 체제 유지에 이롭게 하려는 다목적인 핵실험으로 판단됩니다.
박성우: 김정은 제1비서가 ‘국가안전 및 대외부문 일꾼협의회’라는 걸 소집했다고 보도됐는데요. 처음 들어보는 협의회입니다. 위원님께서 북한에 계실때도 이런 협의회가 있었나요?
고영환: 김정은 제1비서의 ‘중대조치’ 결심이 이른바 ‘국가안전 및 대외부문 일꾼 협의회’라는 것을 통해 발표됐지요. 이 협의회에는 핵무기 담당 비서인 박도춘 비서, 보위부장, 총참모장, 외무성 제1부상, 당 국제 비서 등이 참석했습니다.
회의 모습만 보면 안전 및 대외부문 일꾼 협의회가 맞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저는 이 협의회 사진을 보면서, 이는 외부세계에 김정은 제1비서가 해당 부문 일꾼들을 모아 놓고 의견을 들으면서 합리적으로 정책 결정을 하는 모습을 연출한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북한 같은 1인 지도체제 하에서 김정은이 아랫사람들의 의견을 들은 후 지시를 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북한에서 외교관을 할 때에는 이런 협의회가 없었습니다. 다만, 대외정책을 결정할 때, 예를 들어 대미정책과 군사정책이 동시에 발생할 경우, 부총참모장 등 장령들과 외무성 1부상이 외무성에서 협의를 하고 종합된 의견을 김정일에게 제의서로 보고하면서 ‘해당 부문 일꾼들과 협의하였습니다’라고 보고하는 형식을 갖췄습니다. 다른 예를 들자면, 남한 문제와 외교문제가 결합된 문제가 발생하면 통전부 부부장이 외무성에 와 강석주 1부상과 토론 협의하는 형식을 취하곤 했습니다.
어쨌거나, 이른바 ‘하늘같은 지도자’가 어떻게 아랫사람들과 협의를 할 수 있겠습니까. 이건 북한체제의 속성과 맞지 않습니다. 이번 김정은의 협의회 사진은 외부세계에 우리도 다른 나라들과 같이 정상적인 협의를 하는 정상적인 국가이다, 그리고 이번 결심이 아주 중대하니 그런 줄 알라는 식의 말을 하고자 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박성우: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유엔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이른바 ‘중대조치’를 취하겠다고 말을 해 둔 상태입니다. 이 중대조치는 뭐라고 보면 되나요?
고영환: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만장일치로 북한에 대한 제재 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중국까지도 찬성한 결의안에는 금융제재와 선박 검색 등의 조치가 들어 있습니다.
만일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하면 북한과 거래하는 다른 모든 나라의 금용기관들도 제재하는 강력한 금융제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북한 사람들 명의로 외국에 예치된 북한의 통치자금도 모두 봉쇄할 수 있고, 북한 사람들이 외화 현금을 가지고 다니는 것도 통제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북한은 다른 모든 나라와의 금융거래가 정지되어 경제의 피가 마르게 되는 것이죠.
또한 해운제재도 강화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젠 북한 배만 외국에 못 가는게 아니고, 일단 북한에 들어갔던 다른 나라 배까지도 다른 모든 항구에 들어갈 수 없게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북한의 모든 짐이 항구에 묶이게 되는 것이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미국, 유럽연합, 일본 등 거의 모든 나라들은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북한이 아주 고통스럽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인민들이 고통스러워질 것을 뻔히 알면서도 핵실험을 강행하려 하는데, 이는 북한을 더욱 고립시키게 할 것입니다. 핵실험은 중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요즘 아마 제일 마음이 불편한 나라는 중국이 아닐까 싶습니다. 요즘 중국의 북한에 대한 불만이 상당한 것 같지요?
고영환: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후 북한에 대한 제재를 결의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중국측 대표가 손을 번쩍 들어 찬성 의사를 밝히는 모습이 국내외 언론에 사진으로 크게 실렸는데요. 이는 중국이 북한의 행동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하고 있음을 보여줬지요.
지난 1월 26일에는 중국의 환구시보가 인민일보 고급기자 딩강(丁剛)의 다음과 같은 글을 실었는데요. “현재 한반도 정세는 중국이 기존에 운영하던 전략공간을 옥죄고 있다. 중국을 곤란하게 만드는 자는 스스로 곤란해질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가 북한에 안전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북한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는 북한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북한 안에 있다.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이야말로 핵보유보다 북한 정권의 안전을 지켜줄 것이다”라는 강력한 어조의 내용입니다.
또한 중국의 인터넷망에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준비 조치를 규탄하는 글이 홍수와 같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북한을 왜 도와주느냐, 북한을 망하게 내버려두어야 한다, 지도자들만 잘 먹고 잘사는 그리고 인민들이 굶주리는 그런 나라가 무슨 형제 국가냐, 이런 내용입니다. 중국도 개혁, 개방을 하면서 인민의 여론에 신경을 쓰고 있지요. 인민의 여론이 들끓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정책도 변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북한이 중국을 만만하게 보는데, 중국은 예전의 중국이 아닙니다. 미국 다음으로 큰 세계 2위의 경제력을 가진 나라이고 항공모함을 가진 나라입니다. 북한은 중국을 우습게 보면 안 될 것입니다.
박성우: 유엔 주재 한국 대사가 북핵 문제의 “악순환을 끊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는데요. 현재 상황으로 봐선 그럴 것 같습니다. 위원님 의견은 어떠신가요?
고영환: 유엔 주재 김숙 한국대사가 북한이 유엔의 제재를 무시하고 핵실험을 계속하는 악순환을 끊기 어려울 것 같다고 지난달 30일 전망했습니다. 우선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한국이 2월 1일부터 한 달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국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한국대사가 안보리 의장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한국의 외교적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음을 의미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한국대사의 말에 수긍이 갑니다. 북한은 이미 헌법에 핵보유국임을 밝혔고, 유엔이 제재하여도 핵실험을 계속해 왔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문제는 북측이 핵무기를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다는 점입니다. 핵무기만이 자신들의 안전을 지켜준다고 믿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뜻이죠.
앞에서 중국 기자가 쓴 것처럼 핵무기가 안전을 지켜주는 것이 아닙니다. 구소련은 핵무기를 수만개 보유했습니다. 그런 소련이 망한 것은 핵무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내부 경제가 붕괴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문제는 간단합니다. 북한 지도부가 역사적 진리를 빨리 깨닫고 핵무기를 포기하고 경제적 번영을 일으켜 인민들이 행복하게 살도록 만들면 됩니다. 미국도, 중국도, 그리고 한국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대규모의 경제적 원조와 도움을 준다는데 북한이 왜 그리 고집을 피우는지 모르겠습니다.
박성우: 그렇습니다. 핵실험을 해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다시 강화되면 결국 고생하는 건 힘없는 인민뿐입니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인한 악순환의 고리가 이제는 좀 끊어지길 희망해 봅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