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김정은의 1월 공개활동 중 대부분이 군대와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김정은이 요즘은 군대만 돌아다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김정은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올해 1월 한달 동안 14건의 공개 활동을 했는데, 그중 10건이 군부대 방문입니다. 올해 1월1일 105땅크사단 방문을 시작으로 169군부대, 3870군부대, 671대연합부대, 공군 378군부대 등 10곳의 군부대를 방문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4곳도 2건은 공연 관람이었고 다른 2건은 군대가 짓고있는 건축물이었기 때문에 한 달 내내 군부대를 방문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김정일이 사망한 후 나온 장례 위원회 공보에서도 북한은 김정은이 김정일의 선군사상을 한 치의 드팀(어긋남)도 없이 이어나갈 것임을 천명하였고, 장례식이 끝난 바로 다음 날 김정은은 인민군 최고사령관이 됐습니다. 그리고 올해 들어 진행한 첫 공식 활동도 105땅크사단을 방문한 것이었습니다. 이는 김정은이 앞으로 김정일의 선군사상을 따라 갈 것임을 의미합니다. 또한 김정은이 군부대 방문을 통하여 군대를 틀어쥐고 군대 안에서 자신의 입지를 튼튼히 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는 거지요. 군대 내에서 김정은의 지위가 공고하지 못하기 때문에 군을 빨리 틀어쥐려는 의도에서 이렇게 군부대를 자주 다니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박성우: 한 나라의 지도자가 챙겨야 할 게 군대뿐만은 아니지요.
고영환: 물론입니다. 한 나라 지도자가 챙겨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한 나라의 사람들이 배고프지 않고 겨울에 춥지 않도록 하며 따뜻한 옷을 입고 지내도록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요. 옛날부터 백성의 의식주를 책임지는 것이 지도자가 해야 할 첫번째 의무라고 사람들은 이야기해 왔습니다. 지도자는 총포를 만드는 일보다 경제와 농업을 빨리 회복하여 사람들이 따뜻한 음식을 먹고, 따뜻한 옷을 입고, 따뜻한 집에서 살도록 하는 일에 집중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조건을 만들기 위해 대외관계도 회복하여 외국인들이 많은 외화를 북한에 투자하게 하고 남북관계도 개선해야 한다고 봅니다. 한국은 북한이 도발만 하지 않는다면 북한에 대량의 지원을 하겠다고 이야기하지요. 이런 제의를 받아들이면 나라 경제가 금방 살아나고 주민들도 행복해 할 것인데요. 그 나라 안에 사는 사람들이 굶고 추위에 떨어 불만이 쌓여가는데 핵을 만들고 총만 만든다고 하여 나라가 지켜지겠는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박성우: 일본 언론의 보도인데요. 중국이 북한에 식량 50만 톤과 원유를 지원했다는 내용입니다. 사실이라면, 중국이 바라는 바가 있기 때문일 텐데요. 중국의 속내는 뭐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중국이 김정일 사망 직후 북한에 50만 톤의 식량과 25만 톤의 원유를 지원하기로 결정하였다고 일본의 도쿄신문이 1월30일자로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은 중국의 북한에 대한 대규모 지원 결정이 김정일 사망 발표 다음 날인 2012년 12월20일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이 주재한 회의에서 나왔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단동 등을 비롯한 북중 국경지역을 통하여 중국 화물차들이 압록강을 넘어가는 게 실제로 목격되고 있습니다.
김정일 생전에 중국은 김정일이 수차례 중국을 방문하여 식량과 원유 등을 지원해 달라고 하여도 ‘지원하겠다’고는 하면서도 실제로는 아주 조금씩 지원하는 흉내만 내왔고, 이에 대해 북한 지도부는 상당히 기분이 상하는 현상이 반복됐는데요.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한 후 중국 지도부가 신속하게 북한에 대규모 식량과 원유 등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은 절대 권력자였던 김정일이 갑자기 사망하고 당시 28세의 젊은 사람이 지도자가 되면서 북한 체제가 심하게 흔들릴 가능성이 높고 잘못될 경우 북한 정부가 붕괴할 수도 있겠는 판단을 중국 지도부가 한 것으로 볼 수 있고요. 북한이 붕괴할 경우 북중 국경이 혼란스러워지고 대규모 탈북자가 압록강을 넘으면 중국 국경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다는 계산을 한 것 같습니다. 따라서 김정은 후계 체제를 조기에 안정시킬 목적 하에 신속하게 전략물자 지원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더 길게 보면 중국은 이번 지원을 통하여 북한 인민들 속에 친중 분위기를 조성하고 친중 이미지를 심어주어 향후 북한에서 큰 변화가 일어날 경우 자연스럽게 북한 인민들이 중국쪽으로 기울도록 하려는 의도도 숨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박성우: 지난해 북중 교역액이 사상 최대였다는 뉴스가 있었는데요. 한중 교역과는 본질적으로 상당한 차이가 있었지요?
고영환: 지난해 북한과 중국 사이의 무역이 수출과 수입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였다고 한국 무역협회가 중국의 해관 통계를 근거로 발표했는데요. 이 자료에 의하면 북한은 지난해 중국에 25억달러어치의 상품을 수출했고, 수출 품목은 무연탄, 철광석, 구리광석, 마그네사이트 등 거의 모두가 광물이었습니다. 북한은 대신 중국으로부터 31억 달러어치의 쌀, 옥수수, 밀가루, 비료, 직물, 휘발유, 화물차 등을 수입했습니다. 2010년도 북중간의 무역액이 30억달러 정도였으니 거의 2배정도 무역액이 늘어 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의 중국 경제에 대한 예속성도 높아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거지요. 무역 품목을 보면 예속 정도가 얼마나 심한지 알 수 있습니다. 북한은 중국에 지하자원을 팔고, 중국으로부터 식량과 가공품을 수입하고 있습니다. 상당히 불균형적인 문제가 있어보이는데요.
제가 이걸 한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상태와 비교해 보겠습니다. 1992년 한국과 중국이 수교를 맺었는데, 당시 무역액은 63억 달러였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한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액은 2,206억 달러입니다. 한중 무역액이 북중 무역액의 근 40배에 이른다고 볼 수 있는 거지요. 한국은 중국에 휴대폰(손전화), 승용차, 반도체, 디지털TV 등을 팔고 있고, 중국으로부터 콩, 고추, 마늘 등 농산물을 수입하고 있어요.
내용의 차이가 크지요. 한국은 중국으로부터 농산물을 사들여오고 중국에 가공품을 파는데, 북한은 중국에 광물을 팔고 중국으로부터 일용품을 들여가고 있는 거지요. 이걸 보면, 지난 수 십년 동안 북한은 남한을 외국에 예속된 경제라고 비판해 왔는데 오히려 지금 북한 경제의 중국 경제에 대한 예속성이 많이 높아지고 있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박성우: 마지막 소식입니다. 조선시대 평균 남자 키가 161cm, 그리고 여자 키는 149cm였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지요. 그런데 이게 북한과도 관련성이 있다면서요?
고영환: 지난 1월31일 서울대학교 해부학 교수팀이 15세기부터 19세기까지 조선시대에서 나온 116명의 유골을 조사했는데요. 남성의 평균 키는 161.1cm, 여성 키는 148.9cm였다고 합니다. 2011년 한국의 국방부가 발표한 한국 남성의 평균 키가 176.cm, 여성의 평균 키가 161.9cm입니다. 많이 커진 거지요.
한국의 질병관리본부가 탈북자에 대한 조사를 해 봤습니다. 탈북자 8,214명에 대한 표본 검사를 했는데, 탈북 남성의 평균 키는 165.4cm, 여성은 154.2cm였습니다. 그러니까 조선왕조 사람들의 키하고 별반 차이가 없는 것입니다. 같은 민족인데 남쪽은 구라파 사람들만큼 커지고, 북쪽은 조선 왕조시대의 키에서 머물러 있는 거지요. 한민족인데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게 참 마음 아픕니다.
박성우: 그렇습니다. 이런 차이를 줄이려면 남북간 교류가 늘어나고, 대북 지원이 많아져야겠지요. 그래야 북측의 영양 상태가 좀 좋아지지 않을까, 그리고 키 차이도 좀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실장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