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상봉 계획대로 진행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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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남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오는 20일부터 25일까지 금강산에서 갖기로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행사가 제대로 진행될 것인지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한미 군사훈련을 앞둔 시점에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열릴 수 있을지 우려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어쨌거나 북측이 지난 5일 상봉행사 일정에 일단은 합의했습니다. 위원님, 그 이유는 뭐라고 보면 될까요?

고영환: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10월 이후 중단되었던 이산가족 상봉이 3년 4개월 만에 다시 재개될 것 같습니다.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북한에 이산가족 상봉을 제기하였고 북한이 이를 받아들인 셈입니다.

지난 5일 남북 적십자 실무회담에서는 오는 20일부터 25일까지 남과 북의 각각 100명의 이산가족들이 금강산에서 상봉하게 하자고 합의했습니다. 한국이 원래 제기한 날짜는 2월 17일부터 22일까지인데, 북한측이 20일부터 25일까지 뒤로 며칠을 미루었지만 상봉 일정에는 합의한 것이죠.

북한이 한국 정부가 제의한 이산가족 상봉에 동의한 것은 표면적으로는 지난달 16일 국방위원회 중대제안을 통해 남북 상호비난 중지 등을 제의하였을 때 한국 정부가 말로만 그러지 말고 ‘이산가족 상봉에서부터 진정성을 보이라’고 북한에 요구한 데 대한 대답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여러 가지 사정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은 장성택 처형 이후 현재 북중 경제협력이나 무역이 중단되거나 침체되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느끼고, 특히 한국이 요구하는 이산가족 상봉제안을 받아들임으로써 일종의 탈출구를 만들고, 이를 통해 금강산 관광 재개와 식량 및 비료 지원 등 경제적 지원을 받아내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으로는 북한이 이제까지 보인 행태로 보아 한미 군사훈련이 시작되면 이를 트집 잡으면서 ‘우리는 이산가족 상봉도 해주었는데 군사훈련을 했으니 우리가 도발을 해도 할 말이 없지 않느냐’는 식의 주장을 하기 위한 명분을 쌓으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박성우: 벌써부터 그런 조짐은 보이고 있지요. 북측이 한미 군사훈련을 문제삼으면서 이산가족 상봉 계획의 이행을 재고할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 좀 더 설명해 주시죠.

고영환: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을 합의한 바로 다음날인 지난 6일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성명에서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위험천만한 핵전쟁 마당에서 치른다는 것을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재고할수도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북한이 상봉 합의서에 서명한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이를 재고할 수 있다고 위협한 것은 인도주의적 문제인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대남 압박수단으로 활용할 의도가 있음을 보여준 것입니다. 과거에도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의 대가로 쌀과 비료 등의 지원을 받아냈고, 이번에도 남북관계를 주도하는 카드로 상봉행사를 활용하려는 뜻을 보인 거죠. 특히 북한은 이달 말부터 한국에서 진행되는 군사연습인 ‘키리졸브 훈련’ 등이 한반도의 긴장을 격화시키는 ‘전쟁연습’이라며 한국을 압박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결국 북한은 인도주의적 사안인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남북관계에서 주도권을 잡고 남측을 길들이는 의도로 활용하려 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에도 이산가족 상봉을 나흘 앞두고 행사를 깨버린 전적이 있는 북한이 이번에는 쉽게 이산가족 상봉을 무산시키기는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강하게 주장하였고 국방위원회도 중대제안을 통해 이러한 입장을 계속 견지한 마당에 북한이 합의사항을 또다시 깨는 경우 남북관계 개선은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인도주의적인 사항을 정치적으로 악용한다는 비난에서, 그리고 진정성 시비에서도 빠져 나올 수가 없을 것입니다. 저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박성우: 위원님의 전망대로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잘 치러졌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소식을 좀 살펴보지요. 지난 주에는 주목할만한 뉴스가 많았습니다. 우선 미국의 캐리 국무장관이 “중국과 한반도 통일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말했는데요.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고영환: 지난 1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안보회의에 참가하였던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2주 안에 중국에 가서 북한 문제와 한반도 통일 문제, 남중국해 문제 등을 논의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반도 통일 문제가 논의된다는 것은 그만큼 양국이 북한 정세의 변화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케리 장관의 다른 발언들을 함께 분석해 보면, 남북 통일 문제가 이미 한미일 삼국간에 협의되고 있고, 2월 중순에 있을 케리 장관의 중국 방문에서 미중 양측이 통일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북한 핵 문제가 아니라 북한 문제, 남북한 통일 문제를 미국과 중국이, 그리고 한미일 삼국이 주요 현안으로 다룬다는 것이 가지는 의미는 매우 큽니다. 이는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 내부 정세가 긴장되어 있고, 이러한 북한 상황에 대해 한반도 관련 당사국들이 크게 우려하고 있음을 뜻한다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박성우: “중국이 북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오판”이라는 지적이 중국 내 학자들에게서 나왔는데요. 이건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중국의 최대 국책 연구기관인 사회과학원이 ‘2014년 아시아, 태평양 지구 발전 연구 보고서’를 지난달 공개했습니다. 상기 보고서는 시진핑 국가주석 시대 1년을 맞아 향후 5년에서 10년 동안 중국과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전략 과제들을 집중 분석했는데요. 이에 따르면 중국은 향후 5-10년 동안 한반도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세 가지 일로, 첫째 남북통일, 둘째 현상유지, 셋째 국지적 군사충돌을 꼽으면서, 그 중 남북통일의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에서는 특히 “향후 한반도 통일의 과정에서 중국이 어떠한 상황에서도 북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오판을 불식시켜야 한다”고 한 문장이 주목을 끌었습니다. 이는 북한이 지리적 중요성, 즉 완충 지역이라는 중요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북한을 지지해야 한다는 중국 정부의 현재 입장에 변화가 있음을 시사하는 것입니다.

즉 북한은 북한이 가지는 전략적 가치 때문에 중국이 북한을 버리지 않을 것이며, 따라서 중국의 충고를 무시하고 핵실험과 핵개발 등을 해도 중국이 어쩌지 못할 것이라는 지도부의 오판을 불식시켜야 한다는 뜻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해 한반도와 극동 지역의 안정과 한반도 통일이 중국에 도움이 된다면 완충지대로서의 북한이 갖고 있는 가치도 포기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결론적으로 북한이 지금처럼 핵을 가지고 장난을 치고 군사 도발 등으로 동북아 정세를 교란시킨다면 중국은 한국 주도의 통일을 지지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박성우: 그렇군요. 지금까지는 중국 내 학자들에게서 나온 의견이긴 하지만, 북한 지도부도 신중하게 이를 주목하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질문도 드리고 싶습니다. 김정은 제1비서가 평양의 한 고아 보육 시설을 방문했는데, 당시 김 비서가 구두를 신은 채로 아이들이 생활하는 방을 돌아다니는 사진이 보도됐습니다. 이걸 두고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위원님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지난 5일 노동신문은 김정은이 평양시 애육원과 육아원을 방문한 사진과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동 사진과 기사에 의하면, 김정은은 애들을 무릎 위에 앉히고 쓰다듬어 주던 김일성의 모습을 재연하였는데, 이때 외국 사람들의 눈에 뛴 것은 김정은이 구두를 신고 방에 들어갔고 어린이들은 양말을 신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어린이 방이 아니더라도 사람 사는 방에 들어가면 신발을 벗는 것이 한민족의 풍습인데, 김정은은 이를 무시하고 애들 방에 구두를 신고 왔다갔다 했습니다. 이 사진들을 보면 김정은이 어린이들, 더 나아가 북한 인민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그대로 알 수 있습니다. 김정은에게 있어서 북한 주민은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박성우: 김정은 제1비서는 자기 딸이 잠자는 방에도 구두를 신고 들어가는지 궁금해집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