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은 북한의 핵과 관련해서 제기되는 다양한 근본적인 문제들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시간에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이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겠다고 나선 건 언제부터라고 보십니까? 그리고 핵무기를 만들기로 결심한 이유는 무엇이었다고 판단하십니까?
고영환: 김일성이 정확히 언제부터 핵무기를 만들겠다고 생각한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6.25 전쟁을 북한이 일으키고 낙동강까지 밀고 나갔다가 유엔군이 참전하면서 북한이 후퇴하게 되고 중국 인민지원군 백만명 이상이 한국전에 참전하면서 6. 25 전쟁이 유엔군과 중국군 사이의 큰 전쟁으로 발전한 것이 대략 1950년 말 1951년 초인데, 그때 미국 일각에서 중공군을 반대하여 핵무기를 쓰자는 의견이 나오고, 그로부터 전쟁이 답보상태를 겪게되자, 이때 김일성이 핵무기를 개발해야겠다는 의도를 갖게된 것으로 북한 간부들은 알고 있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 전후복구 건설이 마무리되고 북한이 숨을 돌리기 시작한 1950년대 후반부터 북한의 핵개발 의지가 본격화됐다고 봅니다. 1950년대 말 북한은 김일성종합대학에 핵물리학과를 내오고, 1960년대 구소련과 핵원자력 기술연구를 했으며, 러시아 핵기술 연구소인 두브나 연구소에 유학생을 보내면서 핵개발 기술을 차곡차곡 쌓게 됩니다. 1980년대에는 영변에 핵발전소를 짓고 본격적인 핵개발을 시작하여 핵실험을 하는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죠.
핵무기를 만들기로 결심한 이유는 김일성 주석이 6.25 전쟁을 일으키고 세계 최강인 미국과 싸우면서 ‘핵무기가 없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기 때문인 것 같고요. 아무래도 남북 통일을 이루려면 무력으로 다시 한 번 붙어야 되는데, 이번에도 틀림없이 미군이 개입하게 될 것이고, 미국의 개입을 막고 북한이 남한을 무력으로 점령하려면 핵무기를 가져서 미국을 핵으로 위협하고 참전을 막자는 생각을 한 것이 가장 기본적인 핵무기 개발 결심의 이유라고 봅니다. 물론 나중에 핵이 미국과 대화의 무기로도 쓰일 수 있다는 점, 이를 이용해 미국을 대화의 테이블에 끌어 들일 수 있다는 점 등 외교적인 목적이 덧붙여져서 현재의 핵문제가 불거진 것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박성우: 구소련이 북한에 핵 기술을 지원해 준 이유는 뭐라고 보면 되나요?
고영환: 북한에 핵기술을 전파하고 지원해 준 나라는 분명 구소련입니다 그런데 구소련이 북한에 핵기술을 지원해 준 이유는 핵무기를 만들라는 게 아니라 평화적인 핵을 통해 전력 생산을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구소련은 북한이 전력을 생산하는데 핵기술을 쓰려고 하니 도와달라고 해서 두브나 연구소 등에서 핵 기술자를 양성해 준 것인데, 북한은 자체로 키운 핵 기술자들과 유학을 한 기술자들을 동원해 핵무기를 만드는 핵개발을 한 것이죠. 결국은 북한이 구소련을 교묘하게 속인 겁니다. 물론, 후에 와서는 파키스탄과 핵 기술을 서로 주고받은 것은 있지만, 초보적인 시기에 핵 기술을 도와준 것은 구소련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박성우: 위원님도 북한에서 외교관 생활을 하셨습니다만, 북한의 당 간부나 관료들은 사적인 자리에서 북한 지도부의 핵개발과 핵실험에 대해서 어떤 말을 주고받습니까?
고영환: 제가 북한에 있을 때 핵개발에 대한 이야기를 간부들에게서 많이 들었어요. 외무성 간부들과 당 국제부 간부들, 인민무력부 간부들 모두가 했던 이야기는 핵을 가져야 한다, 핵이 있어야 통일을 한다, 미국도 핵이 있어야 철수시킬 수 있다는 등의 소리가 주류를 이루었어요. 핵개발에 대한 의지가 대단했어요. 더군다나 그때까지만 하여도 북한이 나름 잘 나갈 때이니, 핵을 경제문제와 연결하여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일반 주민들도 같은 생각이었다고 봅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고 합니다. 최근 탈북한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 보면, ‘고난의 행군’을 겪고 난 뒤 먹고사는 문제가 너무나 절박해지면서 사람들이 핵 문제에는 관심이 없고, 먹을 것도 땔 것도 전기도 없는데 핵개발에 쓴다고 수십억 달러를 소비하니 참 어이가 없다, 이런 반응이라고 합니다. 특히 해외에 나와 있는 외교관, 무역일꾼, 그리고 인민생활을 직접 책임진 내각 쪽 간부들 속에서 불평이 많다고 합니다.
박성우: 국제사회가 핵무기 개발을 반대하는 이유는 뭐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까?
고영환: 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 미국과 구소련이 핵무기를 만들었습니다. 그때 미소 양국은 핵무기를 가지면 상대방이 자기를 공격할 수 없을 것이고 자신은 상대방에게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2차대전이 거의 끝나가던 1945년 8월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폭탄을 투하했습니다. 그 때 엄청난 폭발이 있었고, 전 세계가 깜짝 놀랐죠. 그 이후 냉전이 끝나고 미소양국은 핵무기가 위험하니 핵무기를 감축하자, 그리고 세계의 다른 나라들이 핵무기를 더 만들지 못하게 국제사회가 힘을 합치자는 대원칙이 생겨났습니다.
그 결과로 핵무기 수가 줄어들고 있고 핵실험도 더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핵을 만들겠다고 하니 세계가 경악하는 것이죠. 가뜩이나 6.25 전쟁을 일으켰던 전례가 있는 나라이고 동북아 평화를 끝없이 위협하는 나라가 핵무기를 만들고 있으니, 이를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북한의 핵을 막지 못하면 경제 강국이며 기술 강국인 일본이 핵을 만들겠다고 나올 수 있고,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돈도 있고 경제력도 있고 기술력도 있는 한국인데 결심하면 못 만들겠습니까? 그렇게 되면 동북아시아에 핵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수 있고, 이는 동북아는 물론 세계 평화를 깨는 일이 되는 것이니 세계가 모두 북한의 핵개발을 반대하는 것이죠.
박성우: 북한의 경우는 한반도 비핵화를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고 말해왔으면서도 이를 번복하고 있습니다. 북한 나름대로 논리가 있을 텐데요. 그 논리는 무엇입니까? 그리고 그 논리의 허점은 뭐라고 보시나요?
고영환: 김일성 주석은 생전에 항상 북한은 핵을 만들 능력도, 의사도 없다고 반복해 말했습니다. 제가 대학생 생활을 할 때, 그리고 외교관 생활을 할 때, 이 말을 수십 수백번 들었고, 다른 나라 외교관들에게도 이 말을 전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도 생전에 ‘비핵화는 수령님 유훈’이라고 반복해 말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말을 바꾸어 핵보유국이 되었다고 헌법에 명시했습니다. 그리고 핵은 미국을 반대하여 만들어졌고, 미국을 반대하여 쓸 것이다, 이렇게 공식적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내세우는 논리는 미국이 핵을 가지고 위협하니 우리도 핵을 가져야겠다, 누구는 가지고 누구는 가지면 왜 안되느냐, 그런 논리인데요. 미국이 언제 북한을 핵으로 공격하겠다고 말한 적이 단 한번이라도 있나요? 없습니다. 그러니 미국이 북한을 반대하여 핵을 쓰겠으니 북한도 핵을 가져야 한다는 논리는 정확하지도 않고 근거도 없습니다.
만약 북한이 핵을 만들지 않고, 도발을 하지 않고, 경제개혁을 하고, 평화로운 나라가 되면, 미국은 물론 한국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하는데, 왜 위험한 일을 자처해서 합니까? 북한의 핵은 오히려 북한체제를 위험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비핵화만이 북한을 발전시키고 동북아에 평화와 번영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북한의 핵 보유를 정당화하기 위한 논리는 정확하지도 않고, 근거도 없다, 논리적 비약이라는 말로 요약하면 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