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러시아 나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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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이 공개적으로 러시아 편들기에 나섰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지난 해 발생한 우크라이나 사태를 놓고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진행 중인데요. 그런데 북한이 공개적으로 러시아 편들기에 나섰습니다. 그 이유는 뭐라고 분석하시는지요?

고영환: 우리 청취자들을 위하여 우선 우크라이나 사태가 무엇인지 잠깐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우크라이나 사태란 2014년 2월부터 크림반도를 러시아가 무력 점령하고 4월경에는 러시아 영토로 편입하고 이후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친러시아 반군이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내전을 겪고 있는 일을 말합니다.

2014년 2월 이전 시기 크림반도는 우크라이나의 영토였습니다. 2014년 초 친러시아 성향의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이 실각하고 친서방 세력이 우크라이나의 권력을 장악하면서 러시아는 신 우크라이나 임시 정부를 ‘쿠데타로 권력을 탈취한 합법적이지 않은 정권’으로 규정하며 반발하였습니다. 우크라이나가 NATO 가입 등 친서방 진영으로 갈 것을 두려워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정권 교체 과정에서 러시아인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크림반도를 침공해 점령하였습니다. 이에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세계 다수 국가들이 러시아에 의한 크림반도 침공과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 동부의 분리주의자들에 의한 우크라이나 내전 상황을 규탄하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북한이 러시아 정부의 정치적 입장을 적극 옹호하며 전통적인 친선 관계를 넘어서 러시아의 ‘나팔수’ 역할을 자처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북한은 로동신문의 글 등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비난하고 러시아편을 드는 입장을 발표하고 있으며 지난해 3월 유엔 총회에서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을 불법으로 규정한 결의안이 회부되자 쿠바 등 10개국과 함께 반대표를 던져 러시아를 적극 지지했습니다.

북한은 창건 이후 소련과 중국에 의거하여 존립하여 온 나라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가장 가까웠던 나라인 중국과의 관계가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처형 이후 급격하게 냉각되면서 북한에게는 러시아만 유일하게 친구로 남은 셈이 됐습니다. 그러니 북한은 러시아를 잃지 않으려고 백방으로 외교적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박성우: 북한이 러시아의 ‘나팔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그렇게 하면서 북한은 또 한편으로는 미국과 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위원님께서는 북한이 미국과 대화를 해 보겠다는 의지를 여전히 갖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고영환: 최근 시기 성김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중국과 일본 방문을 계기로 북미 대화가 추진됐다가 무산된 사실이 드러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소니 영화사에 대한 북한의 해킹 사태 이후 미국이 대북 강경정책을 보여 왔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입니다. 그런 가운데서 미국이 북한을 상대로 압박과 대화를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 즉 두 갈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점이 이번에 다시 확인된 셈입니다.

성김 특별대표가 제3국에서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 회동하는 방안을 제안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성김 특별대표가 자신들과 만날 의향을 보임에 따라 김 특별대표를 평양으로 초청했으나 미국에 의해 거부당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북한이 성김 대표의 평양 초청 내용을 공개하고 지난달 9일 미국에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임시 중단하면 핵실험을 임시로 중단할 수 있다’고 제안한 후 이를 다음날 공개한 것 등도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에 관심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게 하는 부분입니다.

한국의 한 고위 당국자는 지난 3일 “이번에 북미 모두 대화에 마음이 있다는 것은 확인된 것 같다”면서 “몇 년간 북미간 대화가 없었기 때문에 하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조만간 북미가 무슨 대화를 한다고 해도 놀랄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윤덕민 한국 국립외교원장도 최근에 “현재의 상황이 보여주듯이 북미가 말레이시아 등에서 만날 개연성은 있다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향후 상황의 전개에 따라 다르겠지만 북한과 미국이 서로 대화를 하는 통로는 열어 놓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박성우: 오늘은 북한을 둘러싼 국제관계에 대해서 좀 더 여쭤보겠습니다. 김정은 제1비서가 오는 5월에 러시아를 방문하지 않겠느냐는 추정이 많이 나오고 있지요. 김 비서의 모스크바 방문이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거라고 보시나요?

고영환: 안드레이 데니소프 주중 러시아 대사는 지난 9일 러시아 통신사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오는 5월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논리적이며 이것이 러시아와 중국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계속하여 그는 “시진핑 중국 주석은 가장 먼저 승전 기념행사 참석을 확인한 지도자 가운데 한 명이며, 북한 지도자 김정은도 초청을 수락해 모스크바를 방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언급하였습니다.

데니소프 대사는 “러시아와 중국은 같은 정도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 한반도의 번영, 북한과의 관계 개선 등에 관심이 있다”면서 “중러 양국 관계에서는 어떤 문제도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를 직설적으로 해석하자면, 김정은 제1위원장이 중국이 아니라 러시아를 먼저 방문하더라도 크게 문제 될 게 없다는 의미입니다.

외교 전문가들은 북핵 문제 등으로 북한과 중국 관계가 껄끄러워진 상황에서 김정은이 2011년 집권 후 첫 방문국으로 중국이 아닌 러시아를 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중국도 공식적으로는 김정은이 러시아를 먼저 방문하더라도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지만 김정은의 러시아 우선 방문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도 사실이거든요. 저는 개인적으로는 김정은이 중국보다 러시아를 먼저 방문하는 경우 중북관계가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박성우: 잠시 언급하셨습니다만, 김 비서의 모스크바 방문 가능성과 관련한 중국 정부의 입장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고영환: 중국 정부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올해 5월 러시아 방문 예정 소식에 일단은 긍정적인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달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과 러시아는 모두 중국의 우호적인 이웃 국가로 두 나라는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의 승리를 위해 중대한 희생과 중요한 공헌을 했으므로 공동으로 기념할 가치가 있다”면서 “우리는 북러 양국의 이런 교류와 왕래가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지난달 21일 기자회견에서 “참석을 확인한 20개 국가 중에 시진핑 주석도 들어있다”고 밝힌 바 있어 김정은 제1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하는 경우 시 주석과 김 제1위원장의 만남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김 제1위원장이 중국보다 러시아를 먼저 방문하는 것을 중국 측이 못마땅해 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박성우: 중국도 9월에 2차대전 승리 70주년 기념 행사를 베이징에서 갖지요. 이 행사를 계기로 김정은 제1비서가 중국을 방문하게 되지 않겠느냐는 추정도 나오는데요. 위원님은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고영환: 김정은 제1위원장이 처음으로 방문하는 나라가 러시아냐 중국이냐를 놓고 세간의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핵 문제에 대한 진전이 없으면 김정은의 중국 방문이 성사되지 않을 것이라는 중국 전문가의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리카이성 상하이 사회과학원 국제관계연구소 연구원은 지난 6일 관영 환구시보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에 “중국 입장에서 김정은이 데뷔 무대를 어디로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중요한 것은 그의 핵 문제에 대한 의도와 북중 관계에 대한 태도”라는 글을 기고했습니다.

그는 기고문에서 “중국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강력한 반대 입장을 천명했으며 북중 간에는 민감한 문제에 대한 견해차가 존재한다”면서 “북한이 중국과 함께 할 의향이 있다면 중국은 그의 방문을 언제든지 환영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중국은 그가 다른 나라 몇 군데를 방문하든 상관없이 초청국이 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아주 직설적인 표현이죠. 이 기고문을 통해 우리는 김정은이 중국보다 러시아를 먼저 방문하는 경우 중국이 불편해 할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박성우: 중국 정부의 불편한 심기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고요. 또한 중국측이 학자의 의견을 언론에 밝히는 형식으로 북핵 문제의 진전을 김정은의 방중 조건으로 제시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