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떼쓰기가 안 먹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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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측이 줄기차게 한미 군사훈련을 문제삼고 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참 일이 많은 한 주였습니다. 남북 고위급 접촉이 두 차례나 열렸는데요. 회담 결과를 떠나서, 오늘은 이 질문부터 드리고 싶습니다. 북측이 한미 군사훈련을 계속 문제 삼았지요. 처음엔 ‘중단’하라고 했다가, 나중엔 이산가족 상봉 행사 이후로 ‘연기’하라는 요구를 했습니다. 북측의 입장이 미묘하게 바뀐 건데요. 그 이유를 뭐라고 분석하십니까?

고영환: 지난 12일과 14일 판문점 한국측 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남북 고위급 접촉이 열렸습니다. 북한에서는 원동연 통전부 부부장이, 한국에서는 김규현 청와대 안보실 1차장이 참석했습니다. 이번 회담에서는 북한이 대표단의 격과 구성을 한국과 맞춘 특징이 있는데요.

북한은 회담 초기에는 한국에서 이달 24일부터 진행되는 ‘키 리졸브’ 훈련 기간 동안에는 이산가족 상봉이 진행될 수 없다며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중단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이에 한국 대표단은 이산가족 상봉과 군사훈련을 연계하는 것은 ‘순수한 인도주의적 문제와 군사 문제를 연계시켜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어서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북한은 ‘키 리졸브’ 훈련을 이산가족 상봉이 끝나는 2월 25일 이후로 연기하라는 요구를 내놓았습니다. 박성우 기자 말씀대로 처음에는 키리졸브 훈련을 ‘중단’하라고 하였다가 나중엔 훈련을 ‘연기’하라는 쪽으로 입장을 바꾼 것이죠. 참으로 이색적인 풍경이었습니다. 북한이 이렇게 이례적으로 입장을 바꾼 것은 우선 한국 박근혜 정부의 지난해 행동들과 원칙들로 보아 북한이 무리하게 요구한다고 해서 이미 결정된 ‘키 리졸브’ 훈련을 중단할 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음으로는 현재 북한이 처한 대내외적 환경과 연관된 듯 한데요. 지난해 핵실험 이후 미북관계는 악화일로를 겪고 있고, 중북관계는 장성택 처형 이후 냉각될 대로 냉각되어 있으며, 남북관계 역시 박근혜 정부의 원칙적인 입장 앞에서 북한 특유의 이른바 ‘떼쓰기 정책’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사정과 관련된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북한이 처한 난국에서 출로를 찾으려면 한국과의 관계를 발전시킬 수밖에 없는 사정이 북한의 입장을 변화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봅니다.

박성우: 14일 회담 결과를 보면, 북측이 결국엔 ‘한미 군사훈련을 연기하라’는 요구도 접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엔 한국 정부가 남북 접촉에 임하면서 보여줬던 기본 입장에 대해서 좀 살펴보죠. 남측은 이산가족 상봉 일정도 합의대로 진행되어야 하고, 한미 군사훈련도 계획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우리 청취자들을 위해서 설명을 좀 해 주시죠. 그 이유는 뭐라고 보면 되겠습니까?

고영환: 한국 정부의 입장은 이산가족 상봉은 순수한 인도주의적 문제이라는 것입니다. 현재 남쪽에 남아있는 이산가족 73,000여명은 20여년 후면 이 세상을 모두 뜰만큼 다 고령이고, 그러니 그분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흩어진 가족들 얼굴이라도 한 번 보고 죽고 싶다는 분들의 소원을 들어 주는 인간의 도리를 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키 리졸브’ 훈련의 일정은 이미 지난해 결정됐고, 매해 진행되는 방어 훈련이며 군사적인 문제인데, 왜 인도주의적 문제와 군사적 문제를 연계하느냐는 것입니다. ‘키 리졸브’ 훈련은 북한이 남한을 침공해 오는 경우 어떻게 막아내야 하는가를 훈련하는 것이고, 이게 의심스러우면 북한군 대표자들이 내려와 참관하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훈련을 보면 방어훈련인지 금방 알게 될테니 오지는 않고 ‘침략훈련이다’면서 ‘군사훈련을 하면 이산가족 상봉 행사도 뒤로 미뤄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던 것이죠. 군대는 훈련을 하는 것이 본분이고, 북한군도 지난해 말부터 계속하여 동계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은 훈련을 하면서 한국에게는 하지 말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이산가족 상봉은 흩어진 가족을 만나는 인도주의적 사안이고, 한미 군사훈련은 한국 내부의 문제이고 군사적 문제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박성우: 이번 남북 고위급 접촉의 의미도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을 듯 한데요. 남북관계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지요. 위원님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지난해에는 한국을 집어삼킬 것처럼 협박과 위협을 줄기차게 해오던 북한이 올해 들어 남북관계를 개선시키자고 하고, 이를 위해 남북 당국자 회담을 열자고 하고, 회담에서도 다소 달라진 모습을 보이는 것이 이례적입니다. 북한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은 크게 변한 것이 없는데, 북한이 이렇게 변한 것에는 다 이유가 있어 보입니다.

북한이 남북관계를 개선시키자고 나오는 것은 앞에서도 잠깐 언급한 바와 같이 북한이 처해 있는 대내외 환경이 녹록지 않기 때문입니다. 핵실험으로 중국과의 관계가 중북 정상회담이 열리지 못할 정도로 나쁘고, 미국은 더 말할 것도 없고, 한국은 비정상적이었던 남북관계를 정상으로 되돌리고 원칙과 신뢰가 통하는 남북관계를 만들려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가 확고하고, 그러니 북한은 여기서 돌파구를 찾아야 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죠. 그 돌파구가 남북관계 개선입니다. 그래서 이번 남북 접촉에 많은 관심이 쏠린 것이죠.

박성우: 관련해서 하나 더 여쭤보죠. 요즘 들어서 북측은 통일부가 아니라 청와대로 통지문을 보내는 일이 잦은데요. 이건 왜 그렇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이제까지 북한은 남북대화를 요구하거나 제안할 때 한국의 통일부에 통지문을 보내왔습니다. 통일부가 통일 업무의 주무 부처이니 통일부를 통해 남북관계 현안을 토론하여 왔던 것이죠. 그러나 최근 북한은 남북관계에 대한 제안을 하거나 접촉을 제의할 때 청와대 문을 직접 두드리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은 이번 접촉을 제안하면서 ‘청와대 관계자가 직접 참가하였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제시했습니다.

북한에는 주석부가 없으니 청와대 같은 기구를 굳이 찾는다면 국방위원회 서기실이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국방위원회 서기실은 없고, 김정은 서기실이 대외적으로 활동할 때 국방위원회 서기실 같은 이름을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북한이 청와대에 직접 통지문을 보내고 팩스를 보내 남북접촉 등을 제안하는 것은 우선은 한국의 최고통치권자인 대통령의 결심을 속히 얻어내려는 의도로 풀이할 수 있다. 형식을 맞추기 위하여 북한에서는 국방위원회가 나서고 있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는 북한이 한국 정세를 얼마나 깊이 파악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박성우: 마지막으로 가벼운 질문 하나 드리죠. 요즘 동계 올림픽 보느라고 밤잠 설치시는 분들 많은데요. 위원님은 어떠십니까?

고영환: 지금 러시아의 흑해 연안에 있는 아름다운 휴양 도시인 소치에서 동계 올림픽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소치와 서울은 시간차이가 5시간이 나니 대체로 밤에 경기를 하고, 그래서 밤에 경기를 보게 되니, 저도 최근에는 밤 2시가 지나야 잠을 자곤 합니다. 그러나 피곤하다가도 한국의 이상화 선수가 속도빙상에서 금메달을 따고, 다른 선수들도 선전하는 것을 보면 기운이 솟고 기분이 좋아집니다.

이번 동계 올림픽에 80여개 나라가 참가하였고, 그중 대다수 나라가 잘사는 나라들입니다. 그래서 동계 올림픽은 ‘부자 나라들의 스포츠 경기 대회’라는 말도 있습니다. 이번에 유감스럽게도 북한은 한 명의 선수도 올림픽에 보내지 못했습니다. 돈도 없고, 경기장 시설도 좋지 않고, 운동기구도 비싸니 훈련이 제대로 되지 못하고, 그래서 좋은 성적을 쌓지 못하니 올림픽에 참가하지 못하였다고 합니다.

이런 것이 너무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한민족인데 한국은 올림픽에 선수들을 보내 금메달도 따고 그러는데, 북한은 선수를 한 명도 보내지 못하니 한 동포로서 기분도 안 좋고 마음이 알싸합니다. 남북의 선수들이 같이 올림픽에 나가는 날이 오면 정말 좋겠습니다.

박성우: 언젠가는 남북 단일팀이 만들어져서 올림픽에 출전하는 날도 오지 않겠습니까. 그날이 빨리 오려면 남북관계가 좋아져야 할 것이고, 그 첫단추는 남측이 말하는대로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제대로 진행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