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이 제3차 핵실험을 강행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먼저 의도 분석을 좀 들어보고 싶습니다. 북측이 핵실험을 한 이유는 뭐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북한의 역대 지도부는 핵이 있어야 체제도 지키고 남한을 무력으로 통일할 수 있으며 이른바 통일전쟁 시 미군이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억제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핵개발은 김일성 주석 때부터 3대째 대를 이어 내려온 북한 지도부의 강력한 의지의 실현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핵개발을 하려면 핵실험을 해야 합니다. 이번에 북한이 핵실험을 한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북한 지도자들의 의지를 실현하기 위한 핵무기 제작 데이터를 얻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이유는 핵실험을 하여 세계에 대고 “우리 조선은 핵무기 보유국이다, 조선은 핵 강국이다”라고 선전하고 싶은 것이고, 세 번째는 아직도 20대의 나이로 경험이나 지도력이 부족한 김정은이 “내가 취임하여 핵무기를 만드는데 드디어 성공하였다, 그러니 나는 위대한 지도자다, 그러므로 나를 믿고 따르라”는 식의 이야기를 당과 군대 그리고 주민들에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런 북한의 목적들이 달성될지는 두고 봐야겠지요.
박성우: 북측은 핵을 보유하면 정권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위원님,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북한은 1950년대부터 핵을 가지면 미국과 대항할 수 있고, 또다시 이른바 통일전쟁을 하여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여기에 엄청난 재원과 노력을 투입하여 왔습니다. 냉전이 끝나고 구소련이 붕괴하고 세계에서 말썽을 부리고 국제적인 규범을 지키지 않고 자국민들을 잔인하게 학살하던 나라들, 이른바 옛 유고슬라비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 독재국가들이 미군과 다국적 군대에게 힘 한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연이어 망하는 것을 보면서 핵을 가져야겠다는 절실한 생각을 하였다고 봅니다.
그런데 가장 최근 몇년 사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 목적이 조금 바뀐 것으로 보입니다. 핵을 가지고 있으면 북한 정권이 아무리 독재를 하고 국제규범을 위반하고 제 마음대로 행동하여도 미국과 세계가 북한 지도부를 어떻게 하지 못할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씀을 드리면 김정은 지도부가 핵무기를 가지고 있으면 김씨 가문이 4대, 5대, 6대를 내려가면서 북한을 통치하여도 그 누구도 김씨 가문을 어쩌지 못할 것이다, 주민들이 굶주리고 인권이 무참히 짓밟혀도 정권은 영원히 지킬 수 있다, 이런 생각을 갖고 핵실험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지난 13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밝힌 것처럼 대륙간 탄도 미사일 수만개, 핵폭탄 수천기를 가졌던 구소련이 미사일이나 핵이 없이 없어서 망한 것이 아닙니다. 국가가 주민들의 의식주 생활을 엉망으로 만들고, 핵무기 등을 만들면서 경제가 파탄되었기 때문에 구소련이 망한 것이지요. 역사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북한은 역사에서 교훈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박성우: 중국의 반응이 중요한데요.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핵 실험 이후 중국 외교부는 공식 성명을 통해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을 단호히 반대하며 북한은 비핵화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중국 주재 지재룡 북한 대사를 여러번 소환하여 핵실험을 하지 말 것을 강하게 요구하기도 했지요.
흥미롭게 봐야할 점은 또 있습니다. 중국의 관영언론인 환구시보는 “북한이 핵실험 의지를 단념하지 않으면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북한이 강경한 외교로 중국을 대한다면 중국은 상호관계 악화를 감수하고라도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를 하는 사설을 게재했습니다. 여기서 ‘상호관계의 악화를 감수한다’는 건 외교관계를 끊을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중국 칭화대학 국제전략연구소의 추수룽 부소장은 지난 13일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행동은 비이성의 극치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보편성, 타당성, 여론, 합리적 가치, 이 모두를 무시하고 있다. 중국은 유엔 차원의 대북제재에 찬성할 것이며, 중국 단독으로도 대북제재 조치를 취할 것이다“라며 강하게 북한을 비판했습니다.
중국인들은 특히 북한이 춘제, 즉 음력설 기간에 핵실험을 한데 대해 매우 화가 났습니다. 중국인들은 인터넷에 “수십년간 중국이 북한에 식량과 원유를 지원해 주었더니 북한은 가장 큰 명절인 춘제 기간에 핵 폭죽으로 보답하는구나“라고 썼습니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미군이 북한을 반대하는 군사행동을 한다면 내 월급을 몽땅 미군에게 주겠다“라는 강경한 글까지 인터넷에 올렸습니다.
중국의 반응이 이전과 다릅니다. 예사롭지 않습니다. 만일 중국이 마음먹고 식량, 원유, 콕크스탄 지원을 모두 중단하고 금융제재를 가하면 북한은 6개월을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북한 지도부는 중국 정부와 인민들의 마음이 이전과 다르고, 중국이 세계 2대 강국이라는 것을 헤아려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로 파국이 올 수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박성우: 북한이 핵실험하는 데 쓴 비용의 추정액이 최근 한국 언론에 많이 보도됐습니다. 위원님께서도 하실 말씀이 많을 것 같은데요?
고영환: 한국의 연합뉴스가 지난 12일 북한이 핵개발에 쓴 비용을 보도했는데요. 이 기사는 정보 당국과 연구소 등이 종합적으로 분석한 내용을 소개한 거고요. 핵 개발에 들어간 비용이 최소 11억 달러에서 15억 달러라고 전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영변 핵단지 등 핵시설 건설에 6억에서 7억 달러 정도가 들어갔고, 고농축 우라늄 시설에는 2억 내지 4억 달러가 투입되었고, 핵무기를 설계, 제조, 실험하는데 들어간 비용은 1억5천만 달러에서 2억2천만 달러입니다. 이와 함께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 핵 실험장을 건설하고 두 차례 핵실험을 하는데 들어간 비용이 5천만 달러입니다. 이런 걸 다 합하면 적게 잡아도 11억 달러라는 것이죠.
옥수수 1톤의 국제시장 가격이 300달러 정도이니 11억 달러면 옥수수 370만 톤을 구입할 수 있는 거액입니다. 이는 북한 주민 전체가 거의 1년 동안 놀면서 먹고살 수 있는 양입니다. 김정일이 남겨 놓은 가장 큰 업적이라고 자랑하는 핵과 미사일 개발에 들어간 전체 비용은 28억에서 38억 달러라고 하는데, 이 돈으로 식량을 사면 9백만 톤에서 1천만 톤을 살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식량만 있었어도 그 힘들었던 ‘고난의 행군’ 시기에 한명도 굶어 죽지 않았을 것입니다. 김정일 위원장이나 김정은 제1비서에게 중요한 것은 김씨 가문의 영원한 통치이고 체제 유지이지, 북한 인민의 삶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 자료로도 충분하게 설명이 된다고 봅니다.
박성우: 마지막으로 하나 더 여쭤보지요. 위원님께서 보시기에 한국 사람들의 북한 핵실험에 대한 반응은 어떠했습니까?
고영환: 북한이 핵실험을 하자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걱정되지 않는다, 그 사람들 밤낮으로 하는 일이 그런 것이니 신경 쓸 것이 없다,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라며 차분하게 대응했고요. 북한이 이제는 그런 일들, 즉 군사적 도발이나 핵실험 같은 우둔한 짓을 하지 말고, 경제 개혁이나 경제 건설을 하여 북한 인민들이 먹고사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는 식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젠 북한의 도발에 익숙해져 있다는 소리이고, 북한을 무서워하지도 큰 위협으로도 느끼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북한이 항상 ”전면전“이니, ”불바다“이니, ”소탕전“이니 하는 말들을 하도 해내니 이젠 신경쓰지 않는다는 소리이기도 합니다. 세상은 말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으로 해서 돌아가는 것입니다. 북한은 그런 도발들이 오히려 북한을 더욱 깊은 고립으로 몰아간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박성우: 그렇습니다. 북한이 도발을 지속해서 얻을 건 없다는 건데요. 위원님도 자주 하시는 이야기입니다만,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최근에 했던 말이 참 기억에 남습니다. “구소련이 핵이나 미사일이 없어서 망한 게 아니다”라는 말을 북한 지도부도 새겨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