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금강산에서 진행되고 있지요. 무려 60여년간 헤어졌던 가족이 만나는 자리라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장면이 많습니다. 위원님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남측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 82명과 동반 가족 58명으로 구성된 상봉단이 지난 20일 군사분계선을 넘어 금강산 상봉장소로 가 북측 상봉자들과 만났습니다. 무려 60여년만의 만남이지요. 한국에서는 이산가족 상봉 장면을 신문과 방송이 집중 보도해 온 국민이 가슴아픈 사연이 있는 상봉 장면들을 지켜 봤습니다. 저도 탈북자의 한사람이고 보니, 수 십 년 동안 헤어졌던 부모 자식, 부부, 형제 자매들이 서로 부둥켜안고 우는 모습에 눈물이 났습니다. 90살이 넘은 노인들이 휠체어에 앉아, 혹은 병환이 심해 구급차에 실려가 북쪽의 가족을 만나는 어르신들 모습을 보며 ‘세상에 이보다 가슴아픈 이야기가 어느 나라에 있겠는가’ 하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정치가 무엇이고 이념과 사상이 무엇인데 한겨레가 이렇게 갈라져 60여년 동안 서로 만나보지도 못하는가, 이 세상 유일의 분단국가, 새들도 오가는데 인간은 오가지도 못하게 막혀진 군사분계선, 이런 비정상적인 것들을 빨리 극복하고 온 민족이 서로 얼싸안고 춤을 추는 그날이, 통일의 그날이 빨리 왔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런 여러가지 생각을 해봤습니다.
박성우: 이산가족 상봉을 정례화하거나 고령자를 위한 특별 상봉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유를 좀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고영환: 현재 한국에서 상봉을 신청한 이산가족 생존자의 수는 7만 1,480명이고, 이중 매년 돌아가시는 분이 평균 3,800여명이며, 이번 상봉 참석자 중 최고령자의 연세가 96세이고, 상봉 신청자 대부분이 70세 이상이며, 앞으로 한 10여년이 지나면 이분들의 대부분이 세상을 뜨게 될 것입니다. 이런 수치만 봐도 참으로 마음이 미어집니다.
지난 60-70년동안 가족을 생전에 단 한번이라도 보고 싶다는 마음을 안고 사시다가 이 세상을 뜨신 분들이 한국에만 있겠습니까? 북한에서도 똑 같은 상황일 것입니다. 전쟁으로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리고 기약없이 헤어진 분들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는 것이 국가와 정부의 임무가 아니겠습니까.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8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한 후 가족을 만나지 못하고 돌아가시는 분들이 너무 많다, 남북이 힘을 합쳐 고령이신 모든 이산가족 분들이 오랫동안 쌓인 한을 풀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이산가족들이 상봉도 하지 못함은 물론이고 생사조차 알지 못하는 현재의 방식에는 한계가 많으며, 한국이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다양한 방안과 생사확인 방안을 검토해 보라고 지시했습니다.
현재 여러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지만, 그 중 현실적인 방안은 80세 이상의 고령 가족들을 위한 긴급 상봉을 먼저 실현하는 것이고, 이외에도 정례적인 상봉을 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방안, 서신 왕래를 하는 방안 등이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북측이 인도주의적 사안인 이산가족 상봉을 정치적 문제, 군사적 문제와 연계시키려고 하는 것인데요. 이런 태도부터 바꾸어야 할 것입니다.
박성우: 이산가족 상봉 소식 만큼이나 큰 뉴스가 지난주에 또 하나 있었습니다. 유엔의 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지난 17일 북한의 인권 침해에 대한 최종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유엔의 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북한 당국의 인권침해 상황이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이 문제를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하는 것을 권고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지난 17일 발표했습니다. 유엔은 지난해 3월 북한인권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 1년동안 북한 당국에 의한 인권침해 행위들에 대하여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조사들을 해왔고, 마침내 북한 인권침해에 관한 최종보고서를 낸 것입니다.
동 위원회는 최종 보고서에서 ‘권한을 보유한 국가적 혹은 국제적 사법기관이 범죄 수사에 나설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런 결과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저는 북한에 있을 때는 인권이 무엇인지도 몰랐습니다. 외교관으로 해외에 나가 다니면서 외국에서는 판사가 수표한 체포영장이 없으면 체포나 투옥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수용소에 가두고 고문하는 것은 중대범죄에 해당하며, 국가가 주민들을 강제로 타지역으로 추방할수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상이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리고 정치적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사람들을 처형하는 자들은 언젠가는 죗값을 받게 될 것입니다. 인류 역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박성우: 관련된 질문입니다. 아프리카에 있는 나라인 보츠와나는 유엔 보고서가 나온 직후 북한과의 관계 단절을 선언했습니다. 그 의미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앞에서도 말했지만,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지난 17일 보고서를 내고 북한 인권침해 상황이 반인륜적 범죄에 해당하며 유엔 안보리가 북한 정부를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하고 책임자에 대한 제재를 가하라고 권고한 뒤 아프리카의 보츠와나 정부가 북한과의 외교관계를 단절한다고 선언했습니다.
보츠와나 정부는 지난 19일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이 대량학살을 자행하고 국민을 노예로 전락시키며 굶주리게 한다는 유엔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북한과 즉각적으로 외교관계를 끊는다고 밝혔습니다. 성명에서는 “보츠와나 정부는 국민의 인권을 짓밟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자행하는 국가와는 함께할 수 없다“는 내용도 들어 있습니다.
저는 외교부 6국에 있을 때 보츠와나에 가본 적이 있습니다. 잠비아 주재 북한 대사가 보츠와나를 같이 봤거든요. 30여년 전에는 보츠와나가 비록 북한보다 못살았지만, 현재 보츠와나는 아프리카 나라이면서도 인권 의식이 굉장히 높은 나라로 변모했거든요. 세계 최첨단을 가고 있다고 하는 북한이 아프리카의 보츠와나에게 외교관계를 단절당하는 상황이 안타깝습니다.
박성우: 마지막으로 이 소식도 좀 살펴보죠. 김정은과 리설주 부부가 미국산 시계를 차고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찍혔는데요. 북한의 인권상황과는 참 대비되는 모습이었습니다. 위원님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김정은과 부인 이설주가 김정일 생일 축하 공연에 차고 나온 미국제 시계가 세상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모바도’라고 불리는 이 시계는 원래 스위스 명품인데, 미국 회사가 인수하여 미국 시계로 변모했습니다.
북한 전역에 33곳이 넘는 곳에 호화 특각을 가지고 있고, 1천만 달러짜리 최고급 요트를 가지고 있는 김정은이 한 개에 2만 달러 정도하는 이 시계를 손목에 차고 있는 것이 무엇이 그렇게 놀라운 일이겠습니까마는, 북한 주민들은 끼니 걱정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고 있는데 인민의 지도자란 사람이 명품시계를 차고 다니니 세상이 김정은 부부를 조롱하고 있는 것입니다. 명품 시계를 차지 말고 명품 경제를 일떠세웠으면 좋겠습니다.
박성우: 그렇죠. 명품 경제도 중요하고, 명품 인권 국가를 만드는 일도 중요하겠지요. 앞에서 보츠와나 이야기를 해 주셨는데요. 이 나라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민주주의가 잘 운영되는 나라로 알려져 있지만, 반면에 평균 수명이 39세에 불과할 정도로 가난한 나라입니다. 이런 나라가 인권문제를 이유로 북한과 단교를 선언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신중하게 되짚어 봐야하는 대목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