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내 지속되는 이례적인 반북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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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의 핵실험을 비판하는 중국인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예전엔 보기 힘들었던 현상인데요. 소규모이긴 합니다만, 북한의 핵실험을 비판하는 시위가 중국 곳곳에서 열렸습니다. 위원님,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고영환: 북한이 핵실험을 한 후 중국 사람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습니다. 현재 중국 곳곳에서 북한의 핵실험을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데요. 요녕성 심양 주재 북한 영사관 앞에서 북한 반대 시위가 일어난데 이어서 푸순, 단동, 광주 등 여러 곳에서 중국인들이 핵실험과 북한의 폭력적인 행동을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시위 참가자들은 북한이 중국 국경에서 야만적인 핵실험을 했다면서 유엔과 국제사회 그리고 중국 정부가 북한에 대한 강력한 군사, 경제적 제재를 가해야 하며, 북한에 대한 일체의 원조를 중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시위장들에서 사복 차림의 보안원들이 시위를 만류하려 하자 “북한은 우리 집 앞에서 핵실험을 하고 있는데 우리는 제 집안에서 시위도 못 하는가, 당신들도 중국 사람이라면 우리의 시위에 참가하라”고 소리를 지르는 등 시위가 점차 강해지는 양상입니다.

이 정도로 일반 주민들이 북한의 핵실험을 반대하고, 그런 내용의 글을 쓰고, 시위를 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그만큼 북한을 반대하는 기류가 강하게 중국 인민들 속에서 흐르고 있다는 의미이고, 중국 당국도 이를 일부러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박성우: 중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북한이 핵실험을 세번이나 하도록 내버려 둔 데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면서요?

고영환: 북한이 중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핵실험을 한데 대하여 중국 지도부와 지식인, 전문가 내부에서 중국의 잘못된 대북한 정책의 근본적인 전환을 요구하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상해국방전략연구소 자오추 부소장은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이 같은 사회주의 국가로서 중국의 동지이며 형제라는 허위의식과 북한이 미중 사이의 완충지대라는 낡은 지정학적 관념이 중국의 대북한 정책의 실패를 불러 왔다. 조그마한 이웃 국가인 북한이 핵개발의 길을 걷는 것을 세계적인 대국인 중국이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불가사이한 일이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중국 평론 통신사도 지난 13일 “북한은 더 이상 중국의 방화벽도 아니고, 중국과 한국은 이미 우호적 관계이다. 중국은 주한미군의 한반도 주둔이나 한반도 통일이 중국에 가져올 위험에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내용의 글을 실었습니다.

인터넷에서는 더 심한 자성의 글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중국이 베트남을 성심성의로 지원해주었는데 결국 중국과 베트남은 전쟁을 하는 사이로 변하였다. 북한과도 동일한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 북한은 중국의 적이다”라는 글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북한과 중국 사이의 관계가 험악해지고 있습니다. 북한 사람들은 중국이 좋을 때는 좋더라도 한번 “푸싱”, 즉 “안돼”라는 소리를 하면 무섭다는 말을 합니다. 북한은 중국이 “푸싱”이라고 하기 전에 무모한 행동들을 자제하여야 할 것입니다.

박성우: 중국 정부도 일반 시민과 전문가들의 이 같은 여론을 무시할 순 없겠지요?

고영환: 직접적인 답변을 하기 전에 한 가지 말씀 드릴 것이 있습니다. 지금 중국의 고위 간부들은 인터넷 여론을 굉장히 무서워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패한 고급 간부가 뇌물로 받은 돈으로 큰 집을 지었다는 사실이 집 사진과 함께 인터넷에 올라오면 수천만 명의 중국 사람들이 이를 보고 비판하며, 공산당 지도부는 이 사실을 알게 되면 그런 부패한 간부를 철직시키고 감옥에 넣습니다. 중국 지도부가 이제는 인민들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고 있고 여론을 중시한다는 의미입니다.

중국 인민들이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중국 지도부는 이를 절대로 무시할 수 없을만큼 중국 정치가 변해가고 있습니다. 중국 인민들의 의식이 깨어 있고 중국 지도부도 많이 민주화되고 있어 인민들의 여론을 정책에 반영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중국의 대북한 정책이 바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관련해서 하나 더 여쭤보겠습니다. 중국 정부의 향후 대북 정책이 ‘외사영도소조’라는 걸 통해서 수정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요. 위원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고영환: 북한이 2차 핵실험을 하였던 2009년 6월 호금도 주석은 중국 대외정책 결정의 최고기구인 공산당 외사공작영도소조에 중국의 대북정책 재검토를 지시한 걸로 알려졌었죠. 그로부터 2개월 후 호금도 주석이 주최하는 외사소조 회의가 열렸고, 여기에서 한 편은 북한이 미국과 중국의 중간 완충지지대라는 기존의 대북 전력을 수정하고 원유, 식량 등을 지원하지 말자는 의견이 나왔고, 다른 편에서는 북한 체제가 붕괴되면 수많은 탈북자들이 북중 국경을 넘어 중국에 들어와 동북지방의 안전이 위협을 받으니 북한에 대한 지원을 해서 붕괴를 막자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격렬한 토론 끝에 외사영도소조는 북한의 핵을 반대하되 북한에 대한 지원은 지속하자는 결론을 내렸다고 합니다.

오는 3월 전국인민대표회의 후에 들어설 새로운 시진핑 주석의 지도부가 다시 외사영도소조를 열 것이라고 합니다. 지금 중국 내부에 불고 있는 강력한 반북한 분위기를 봐서는 이 외사영도소조 회의에서 중국의 대북한 정책이 수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입니다. 만일 중국이 대북한 정책을 수정하여 북중 국경을 폐쇄하고 식량, 원유, 콕크스탄 등 전력 물자들의 지원을 중지한다면 북한은 아마 3개월 이상을 버티지 못할 것이고 고난의 행군시보다 더 큰 시련을 겪게 될 것입니다. 북한 지도부는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국제사회와 중국이 반대하는 더 이상의 도발을 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박성우: 이번엔 북한 내부 소식을 좀 살펴보겠습니다. 지난 16일은 이른바 광명성절입니다. 김정일의 생일이지요. 이날을 맞아서 김정은 부부가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 보도됐는데요. 이 사진을 보면 두 가지 특기할 사항이 눈에 띕니다. 첫번째는 리설주의 배가 홀쭉해졌다는 건데요. 리설주가 출산을 한 것 같다는 해석이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지요?

고영환: 지난해 10월 모란봉 악단 공연을 보는 김정은 제1비서의 부인인 리설주의 배가 불러 임신한 것이 명백해 보였는데, 지난달 1일 신년음악회에 나온 리설주의 배는 홀쭉한 상태로 사진에 찍혔습니다. 이는 리설주가 지난해에 해산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할 수 있겠지요. 한국 정부의 당국자도 리설주가 해산을 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전문가들 속에서는 리설주가 원래 올해 해산하여야 했는데, 김일성 출생 100돌과 시일을 맞추기 위하여 지난해 연말에 제왕절개 혹은 유도분만을 하여 애기를 출산을 하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사실 김정일 위원장도 원래는 1941년생이었는데 김일성 주석과 30년이라는 정주년을 맞추기 위해 1942년으로 생일을 바꾼 일도 있었습니다. 어떻게 인간이 삼대에 걸쳐 1912년, 1942년, 2012년 이렇게 딱딱 맞추어서 생일을 맞을 수 있겠습니까? 이는 김씨 가문의 우상화를 위하여 북한이 얼마나 많은 것을 조작하는지 알 수 있게 합니다.

박성우: 장성택 부장도 김정은 부부와 함께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는데요. 장 부장의 태도도 상당히 눈길을 끌었습니다. 리설주의 목례가 끝나기도 전에 장성택은 손을 내린 상태였는데요. 위원님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저는 개별적으로 이 사진에 큰 의미를 두지 않습니다. 일부러 삐딱하게 김정은의 부인보다 먼저 손을 내렸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 장성택 부장이 북한의 2인자인 것은 틀림이 없으나 김정은, 리설주보다 더 높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어떻게 이렇게 조율이 안 된 사진들이 공개되는지 하는 점입니다. 무엇인가 북한 내부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자꾸 생기는 이유입니다.

박성우: 적절한 지적이라고 생각됩니다. 예전엔 나올 수 없는 사진이 나왔다는 점, 이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됩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