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핵안보정상회의 반대하는 북한 이해하기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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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다음달 서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와 관련해 북한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북한이 “핵안보정상회의를 수수방관하지 않겠다”고 경고했습니다. 왜 이러는 걸까요?

고영환: 우선 핵안보정상회의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데요. 이번에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는 2010년 워싱턴에서 열렸던 제1차 회의에 이은 2차 회의입니다. 북한에서 제가 외교관 생활을 할 때 가장 크게 지냈던 행사가 공화국 창건 40돌 행사였는데, 그때가 북한의 마지막 전성기였고요. 당시 평양에 왔던 국가 및 정부 수반이 5-6개 나라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온나라가 들썩이었던 기억이 아직 생생합니다. 이번 서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는 3월26일부터 27일까지 서울에서 열리고 세계 53개 나라의 국가 수반과 유엔, 유럽연합 등 세계 최대 4대 국제기구가 참가하는 사상 최대규모의 국제회의입니다.

회의 의제는 고농축 우라늄 및 플루토늄 사용의 최소화, 핵 물질과 방사성 물질의 안전한 관리, 원자력 시설의 보호, 그리고 핵 및 방사성 물질의 불법 거래 방지입니다. 그러니까 북한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이번 회의에서 핵무기 감축 같은 문제를 논의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과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의 파괴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사망하고 얼마나 자연환경이 파괴될 수 있는지 똑바로 알게 되었잖아요. 그래서 세계는 핵안전, 즉 핵시설의 안전한 관리와 보호, 핵 물질이 테러분자에 손에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는 문제, 그리고 핵 물질의 사용을 최소화하는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요. 그래서 이번 2차 서울회의에서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범세계적인 대책을 토론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북한이 3월에 서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와 관련해 “남조선에서 핵안전 문제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경악할 일이다”라며 이를 “엄중한 도발”로 간주하고 “수수방관하지 않겠다”고 합동성명으로 위협했는데요. 세계가 후쿠시마 핵원전 발전소 폭파 사고로 핵안전에 대해 관심을 높이고 있고, 그래서 이런 회의가 열리는 것인데, 한민족인 한국에서 역사상 최대규모의 세계회의가 열리는 걸 놓고 “우리민족끼리”를 외치는 북한이 반대한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박성우: 또 한가지 주목할만한 일이 있었습니다. 북한이 오는 4월 당대표자회를 하겠다고 밝혔는데요. 2010년 9월에 이어 19개월 만입니다. 이번엔 의제가 뭐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당대표자회가 열린 지 2년도 안 돼서 또다시 여는 건데요. 이는 김정일의 사망과 관련이 있고요. 그의 사망으로 지도부에 공백이 발생했으니 지도부를 빨리 선출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로부터 이미 후계자로 허가를 받아 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그가 4월 당대표자회에서 당 총비서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로 보입니다. 따라서 당의 다른 비서직들을 누가 가져가는가에 더 큰 관심이 쏠립니다. 김정은의 고모 김경희가 인민군 대장이 된 이후 이번 대표자회에서 당비서로 올라갈지, 그리고 고모부 장성택도 당비서로 승진할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그렇게 될 경우, 이는 한 가족이 국가를 운영하게 된다는 의미가 있지요. 그리고 김정일이 사망하였으니 당규약도 개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어쨌든 이번에 북한은 ‘강성대국’을 선포하겠지요. 이상한 건 강성대국이라는 북한이 아직도 외국에서 식량을 지원해달라고 하는 겁니다. 아무튼 4월에 북한에서 흥미로운 일이 많이 벌어질 것 같습니다.

박성우: 김정은을 중심으로 하는 체제 구축작업이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도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이 소식도 좀 짚고 넘어갔으면 좋겠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첫째 아들 김정남이 요즘 호텔비를 못 낼 지경에 처했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동생 김정은을 험담한 대가라는 추정이 있지요?

고영환: 그렇습니다. 마카오에 살고 있는 김정일의 맏아들 김정남이 호텔의 숙박비도 못 낼 정도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러시아의 주간지 ‘아르구멘티 이 팍티(논증과 사실)’가 지난 15일 보도했습니다. 이 잡지사는 최근 기자를 마카오에 보내 김정남을 특별 취재했고, 김정남이 마카오의 고급호텔 ‘그랜드 라파’에서 밀린 호텔비 1만5천 달러를 내지 못해 17층 호텔방에서 쫓겨났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리고 이 잡지는 김정남의 아파트비는 중국 정보당국에서 대주고 도박과 유흥비는 북한에서 송금해 주었는데, 김정남이 최근 후계자 김정은에 대해 비판을 강화하면서 북한에서 오던 돈이 끊어진 것 같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저희들이 수차례 방송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김정남은 북한의 화폐개혁과 경제정책들을 심하게 비판해왔고, 북한이 온통 부정부패로 물들어 있어 소련의 붕괴 직전 상황을 연상시키며, 후계자 김정은이 나이도 너무 어리고 경험도 없으며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 어린이 같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북측이 발끈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따라서 지원도 중지해 버린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더 한심한 것은 마카오에 수백만 달러짜리 집이 있는 김정남이 자기 집을 두고 최고급 호텔에서 잠을 잔다는 것입니다. 김정일의 자식들은 왜 다 이런지 모르겠습니다. 북한 인민들은 이 추위에 얼어죽고 굶어 죽으며 고통을 받고 있는데, 김정일의 맏아들은 1만5천 달러 호텔비를 못 내서 쫓겨나고, 이런 걸 보면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박성우: 이번주엔 이 소식을 빼놓을 수가 없지요. 중국에서 공안당국에 체포된 탈북자들의 강제 북송을 막기 위한 노력이 한국에서 연일 벌어지고 있지요?

고영환: 그렇습니다. 북한을 탈출해 중국에 체류하던 중 공안에 잡혀 북송될 상황에 처한 탈북자들이 34명에 이른다는 보도가 있었고, 이후 한국 정부, 국회, 그리고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현재 중국 외교부 등 관계기관과 밀접하게 연계를 취하면서 탈북자들을 북한에 강제 송환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고 국제사회에도 관심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한국 국회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집권당인 새누리당과 야당인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을 반대하는 결의안을 이미 국회에 제출했고요. 제가 개인적으로도 잘 아는 자유선진당의 박선영 의원은 서울 주재 중국대사관 앞에서 21일부터 단식 농성 투쟁을 하고 있어요. 이외에도 한국의 유명한 배우들이 중국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차인표 씨는 북한식으로 말하면 인민배우 정도 되는 배우인데요. 그는 “누군가가 거리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것을 구원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며 탈북자들이 북송되면 처형당하기 때문에 그대로 둘 수 없다”며 시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탈북자 단체 성원들과 탈북자들 수백명이 매일 시위를 하고 있고, 신문과 방송이 이를 보도하고 있습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건 북한 주민 그리고 탈북자들이 결코 외롭지 않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인권과 삶을 위해서 싸우고 있다는 걸 북한 주민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박성우: 그렇습니다. 그리고 진짜 이분들이 외롭지 않도록 한국 사회가 노력해야 한다는 점도 잊지 않아야겠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실장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