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측이 청와대를 “1차 타격 대상”으로 지목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부원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북측 최고사령부가 “1차 타격 대상은 청와대”라는 내용의 성명을 냈는데요. 부원장님, 어떻게 해석하셨습니까?
고영환: 북한군 최고사령부가 지난 23일 이른바 '중대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성명은 "'참수작전'과 '족집게식 타격'에 투입되는 적들의 특수작전 무력과 작전 장비들이 사소한 움직임이라도 보이는 경우 우리 혁명무력이 보유한 모든 전략전술 타격수단들은 선제적인 정의의 작전 수행에 진입할 것"이라며 "1차 타격 대상은 동족대결의 모략 소굴인 청와대와 반동 통치기관들"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북한의 이러한 성명은 미국이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참수작전', 즉 북한의 수뇌부 제거를 수행하는 미 특수부대, 원자력추진 잠수함 노스캐롤라이나호, F-22 스텔스 전투기 등을 한반도에 파견한 것을 계기로 발표한 것으로 보입니다.
참수작전은 미군이 독재정권과 싸우면서 적용한 작전 개념입니다. 독재국가에서는 군대가 보통국가들에서처럼 인민과 국가를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독재자 한 명을 위해 싸웁니다. 이라크 사례를 보면 독재자 후세인만 없애니 이라크군이 그대로 무너졌습니다. 이런 현상을 보면서 도입된 작전 개념이 참수작전입니다. 북한군도 인민과 국가를 위해 싸우는 군대가 아니라 김정은 한 명을 위한 군대이므로 김정은만 제거되면 북한군은 이라크군처럼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고, 그래서 참수작전이 북한 지도자에게 위험한 것입니다.
제가 놀란 것은 우선은 북한이 미군의 참수작전 개념을 성명을 통해 주민들에게 설명했다는 점입니다. 이런 설명을 들으며 북한 주민들이 진정 머릿속으로 무엇을 그릴까, 그런 부분에 주목했고요. 두 번째는 김정은이 참수작전 훈련 소식을 들으면서 속으로 얼마나 위협을 느꼈으면 그런 성명을 낼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핵무기를 수천 발 가지고 있는 군사 강대국인 러시아까지도 미국에 대고 ‘불에 타 없어질 것’이라는 등 ‘때리면 때리는 대로 맞을 것’이라는 등의 협박을 하지 않았는데 핵무기 서너 발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이 미국을 그토록 위협하는 것을 보면서 미국 국민과 미군이 속으로 얼마나 우습게 생각할까, 그런 생각을 해 봤습니다.
박성우: 북한 내부 소식을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북한군 서열 1위 황병서가 한동안 모습을 감췄죠. 어떤 맥락에서 봐야 할까요?
고영환: 북한군 권력서열 1위인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최근 김정은이 참석한 군 관련 행사에 잇달아 불참하고 있어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은 지난 23일 김정은이 인민군 군악단 창립 70주년 연주회를 관람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수행자들을 호명했지만 황병서의 이름이 없었습니다. 인민무력부장, 총참모장, 총정치국 조직부국장과 선전부국장들이 주런히 참석한 행사에 총정치국장이 빠진 것입니다. 황병서는 지난 20일 진행된 김정은의 인민군 '쌍방기동훈련 및 공군 비행 훈련' 참관 때도 불참했습니다. 황병서는 지난 16일 김정일 생일을 맞아 당·정·군 고위 인사들과 함께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한 행사 후 사라졌습니다.
물론 황병서가 평소에 척추가 좋지 않다는 것은 대북 전문가라면 누구나 알고 있어 일각에서는 그가 아파 병원에 누워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김정은이 참가하는 이른바 1호 행사에는 죽을 정도가 아니면 반드시 참가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제가 볼 때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중요 행사들에 불참한 이유는 다른 곳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2월 초에 있었던 리영길 총참모장의 숙청을 계기로 군부에 대한 '세도'와 '비리' 조사가 본격 진행 중일 가능성이 있고, 이런 비리에 황병서가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금 비판을 받고 있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둘째로는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일으키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는 조건에서 황병서가 정찰총국 등 군부의 대남 군사적 도발을 진두에서 계획하고 지휘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총참모장이 바뀌었죠. 너무 자주 바뀌니까 이걸 또 어찌 해석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부원장님은 어찌 보셨습니까?
고영환: 올해 82세이고 이미 도태되어 사회에 들어갔던 리명수 전 인민보안부장이 북한군 총참모장에 임명된 사실이 북한매체를 통하여 지난 21일 공식으로 확인됐습니다. 노동신문은 이날 군 기동훈련 소식을 전하면서 리명수를 '조선인민군 총참모장인 육군 대장 리명수 동지'라고 호칭했습니다. 김정은 집권 이후 5년간 북한군 총참모장은 2012년에 숙청된 리영호, 지난해 4월에 처형된 현영철, 이미 사망한 김격식, 처형된 것으로 알려진 리영길에 이어 5번째입니다.
북한 군부에서 최고의 작전통으로 불리는 리명수는 북한군 작전국장, 인민보안부장을 지내다가 김정은 등장 후 사라졌습니다. 김정은이 5년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인민무력부장, 총참모장들을 연이어 처형하고 숙청하였고 수많은 장령들의 견장에서 장령별을 뗐다 부쳤다 하는 ‘견장정치’를 하는 것도 세계 역사에 없던 일인데, 사회로 도태되었던 82세나 된 노인을 총참모장으로 다시 내오는 것도 특이합니다. 김정은으로서는 젊은 장군들을 써보았는데 신통치 않았고 그러니 부친 때 썼던 간부들을 다시 써보는게 좋겠다는 생각을 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아무튼 지금 평양에서 장군별을 달고 있는 것, 당과 군대의 고위간부를 하는 것이 얼마나 마음 졸이는 일인지 여기 서울에서도 충분하게 가늠할 수 있습니다.
박성우: 요즘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모두 이 행사와 관련이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은데요. 제7차 당대회가 5월에 열릴 예정입니다. 이 행사를 앞두고 북한 당국이 ‘70일 전투’를 할 모양입니다. 이게 왜 필요한가요? 그리고 잘 될 거라고 보시는지요?
고영환: 북한이 제7차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전체 당원들을 대상으로 속도전 사업방식인 '70일 전투'를 독려하고 나섰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당 중앙위원회의 편지를 전체 당원들에게 전달하는 행사가 평양에서 열렸다고 지난 24일 보도했습니다. 당중앙위원회는 편지를 통해 7차 당 대회를 앞두고 '70일 전투'를 전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회의에 이어 '70일 전투'를 벌이기 위한 지휘부 조직안도 발표됐습니다.
저는 평양외국어대학을 다닐 때인 1974년 남포시 대대리에 나가 사회주의 대건설에 동원된 적이 있었고, 그해 10월 하순부터 12월 말까지 '70일 전투'에 참여한 바도 있습니다. 그때 정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며 일했고, 먹고살만하였던 그때도 굉장히 힘들었는데, 지금부터 7차 당대회가 열리는 5월초까지 북한 주민들이 얼마나 더 힘들어 할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에 와서 제일 좋았던 것 중 하나는 그런 70일 전투니 100일 전투니 모내기 전투니 하는 것들이 없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박성우: 마지막으로 이 소식도 살펴보죠.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날 중국 단둥에서는 북한 외교관이 교통사고를 냈다는 소식인데요. 북한 외교관 출신이신 부원장님께서 보시기에 왜 이런 일이 생겼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중국 단둥 주재 북한 외교관인 염철준 영사가 지난 7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자축하는 모임에서 술을 마신 뒤 운전하다가 교통사고를 일으켜 중국인 3명을 숨지게 한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단둥의 한 소식통은 "지난 7일 저녁 염 영사는 단둥 주재 북한 공관원 및 고위급 주재원들과 함께 모여 미사일 발사 성공을 축하하는 술자리를 가진 후 음주 운전을 하다가 중앙선을 넘어 택시와 정면으로 충돌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사고로 중국인 3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단둥의 다른 소식통은 "사고를 낸 렴 영사는 사망자 1인당 중국 돈으로 50만 위안씩 150만 위안이라는 거액을 배상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며 "돈을 마련할 길이 없는 염 영사와 그가 소속된 단둥 출장소는 산하 무역 주재원들을 상대로 강제 모금을 하고 있어 주재원들의 원성까지 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외교관들 속에서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내는 사건은 중앙에 보고하지 않아서 그렇지 실제는 더 많습니다. 이유는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적고, 사고를 내더라도 외교관의 특수신분이 있어 주재국의 단속도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입니다. 술 한두 병 마셨다고 무슨일이 일어나겠느냐고 생각하는, 음주운전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생각들이 이런 중대 사고를 유발하는 것입니다.
박성우: ‘나한테는 별일 없겠지’ 하는 생각으로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내는 거죠. 요즘 북한 지도부가 하는 일들을 보면 김정은도 ‘나한테는 별일 없겠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부원장과 함께했습니다. 부원장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