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잇단 군부대 방문은 내부결속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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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김정은 제1비서가 연이어 군부대를 시찰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김정은 제1비서가 최근 들어서 군부대를 자주 방문했는데요. 이건 어떤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습니까?

고영환: 김정은 제1비서가 2월 들어 323군부대, 526군부대, 630군부대 등을 연이어 방문하면서 “싸움준비를 다그쳐라”고 군인들을 독려했습니다. 김 비서의 방문이 집중되는 부대를 보면 포병부대, 항공육전병 부대, 공군 부대 등 공격부대들입니다. 이는 김정은이 남한을 군사적으로 직접 공격하는 임무를 담당하는 부대들을 참관했다는 뜻이어서 주목됩니다.

김정은 제1비서가 최근 공격부대들을 연이어 방문하는 것은 우선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한 후 현재 유엔 안보리에서 토의되고 있는 대북한 제재 문제에 ‘물 타기’를 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즉 국제사회가 제재하면 더 큰 군사적 도발을 할 것이다, 그러니 제재수위를 높이지 말라는 무력시위를 하고 있는 셈이지요.

가장 중요한 목적은 북한 인민에게 ‘전쟁이 가까워지고 있다, 그러니 뭉쳐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하려는 것 같습니다. 특히, 식량이나 부식물 공급이 잘 안 돼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인민군 병사들에게 ‘전쟁이 언제 터질지 모른다, 그러니 불평을 하지 말고 전투준비를 잘하여 최고사령관에게 충실하라, 전쟁만 승리하면 오늘의 모든 배고픔이 없어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 김정은의 두리에 뭉치도록 하려는 데 기본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한반도에서 북한만 도발하지 않으면 전쟁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전쟁 바람이 부는 북한과 달리 한국에서는 어디를 가도 전쟁 소리가 없습니다. 봄이 가까워지면서 봄나들이 차량들로 고속도로가 가득 차 있을 정도입니다. 이를 명심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박성우: 최근에는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강등 3개월 만에 다시 대장 계급을 달았습니다. 이게 의미하는 바는 뭐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김정은 제1비서의 최측근으로 부상하였던 김영철이 지난해 10월경 중장으로 강등되었지요. 여러 가지 소문들이 많았지만 저는 지난해 7월 숙청된 리영호 전 총참모장의 사건과 연관되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김영철 총국장이 리영호를 일부 추종하였다는 과오의 책임을 졌던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 그가 3개월 만에 다시 대장으로 승진한 것은 김정은 제1비서가 김영철에게 다시 힘을 실어 줘 그의 특기인 대남 군사적 도발을 언제든지 일으킬 수 있도록 준비하고 명령만 기다리라는 신호를 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은 군사도발, 전쟁도발의 유혹을 뿌리쳐야 합니다. 현대전에서 북한이 한국군과 미군을 상대로 승리할 가능성은 제로, 즉 ‘영’ 수준이라는 것이 세계 군사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지금은 전쟁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지요.

박성우: 북한 내부 소식을 좀 살펴보지요. 북측이 최근 들어서 ‘3대혁명소조원 열성자회의’라는 것도 개최했고, 또 시·도 당세포비서대회도 열었습니다. 이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입니까?

고영환: 북한이 최근 제4차 전당 세포비서 대회를 연 데 이어 최근 각 도·시당 세포비서대회를 개최하면서 김정은의 신년사 과업들을 수행하고 그에게 충성을 다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각 도·시당 세포비서대회를 열게 된 것은 김정은이 참가한 중앙 대회에는 이른바 모범적인 세포비서들만 참가할 수 있었고 대다수 비서들은 참여하지 못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각 도·시당에서 세포비서대회를 열고 여기에 전체 세포비서들을 참석시켜 기층조직부터 김정은에 대한 충성심을 고취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은 세포비서대회에 이어 ‘3대혁명소조원 열성자회의’를 개최했는데요. 지금으로부터 40년 전 김정일 위원장은 3대혁명소조 운동을 일으켜 김일성 주석 시기의 나이든 간부들을 도태시키고 자신의 친위대인 젊은 사람들을 당 간부로 교체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번 3대혁명소조원 열성자회의도 근본 목적은 김정일 위원장의 나이 든 간부들을 차례로 몰아내고 김정은이 자기 나이 또래의 젊은 간부들로 그 자리를 채워 자신만의 권력기반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세포비서 대회든, 3대혁명소조 대회든 김정은 제1비서가 나이든 간부들을 젊은 간부들로 바꾸어 자신만의 권력기반을 조성하려는 의도가 분명히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이든지 성급하게 하면 반발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됩니다.

박성우: 이번엔 북한 바깥으로 한 번 가보겠습니다. 일본에선 북한 대사관 역할을 하는 게 조총련인데요. 재일총련 본부 건물이 경매로 넘어갈 처지에 놓였지요?

고영환: 박 기자님이 정확히 말씀을 하셨는데, 재일본 조선인 총련맹, 즉 조총련은 공식외교관계가 없는 일본과 북한 사이에서 북한 대사관 역할을 하였습니다. 이와 함께 대외연락부, 작전부, 통전부 등 대남 부서들의 일본 전초기지 역할을 하면서 한국과 일본 사람들을 납치하는데 기여하여 좋지 않은 기억도 있지요.

이 조총련 중앙본부 건물이 경매로 넘어가게 됐다는 건데요. 먼저 경매란 무엇인가를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경매는 건물을 담보로 은행에 돈을 빌렸는데 원금과 이자를 제때에 갚지 못하여 재판소가 그 건물을 강제로 팔아 돈을 빌려준 은행에 돌려주는 일입니다. 여기에는 그 어떤 정치적 의도가 없고 시장경제 원리가 작동합니다. 이렇게 된 원인은 총련 계열인 조은신용조합이 이 건물을 담보로 빚을 냈다가 이미 파산하였고, 따라서 도쿄에 있는 조총련 건물도 경매에 붙여지게 된 것입니다.

그동안 재일동포들이 민족교육을 한다면서 자랑으로 여기던 조총련 건물이 경매에 넘어가게 된 것은 북한이 조총련 건물처럼 부동산을 가지고 있던 조총련계 교포들에게 이를 담보로 빚을 내 조국에 충성자금으로 바치라고 하였고, 이런 빚들이 쌓여 조총련의 상징이었던 중앙본부 건물까지 강제로 팔리게 된 것입니다.

저는 일본에 가면 꼭 한 번 가보는 곳이 조총련 건물입니다. 도쿄 한복판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데요. 이 건물이 다른 사람들에게 넘어가는 게 참 마음이 아프고요. 이로인해 조총련 사람들이 많이 동요하고 있다는 말이 들리는데요. 이것도 마음이 아픕니다.

박성우: 그런데 평양에는 유원지를 건설하느라 돈을 흥청망청 쓰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지요?

고영환: 북한은 지난해 40여 곳에 놀이공원과 체육시설을 짓느라고 외화를 흥청망청 쓴 것으로 문화일보가 보도했습니다. 북한은 실제로 능라도 유원지, 만경대 놀이공원, 통일거리 건강센터 등 평양 각 곳에 유원지를 건설하였거나 건설 중에 있습니다.

북한은 평양시 놀이공원 건설을 위해 중국에 ‘10년 동안 북한의 지하자원을 주겠으니 놀이공원에 투자해 달라’고 하였고, 모든 대사관에 외화벌이를 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김정은은 평양시를 “풍치 수려한” 도시로 만들며 유원지 건설을 반대하는 간부들을 무자비하게 내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합니다.

평양을 제외한 전 지역이 먹을 것도 없고 전기도 없어 텔레비전을 보지 못할 정도인데 평양시에는 놀이공원을 중국에 북한의 지하자원들을 헐값에 팔아넘기면서 짓고 있다니 어이가 없습니다. 김일성 주석은 이전에 ‘나라의 지하자원을 팔고 기계나 식량을 사라’는 구라파 사회주의 국가들의 요구를 ‘후대에 지하자원을 남기자’며 반대하였는데, 이를 하늘에서 알면 얼마나 격노할까요?

박성우: 돈이 없어서 재일총련 본부 건물이 경매로 넘어갈 지경인데 평양에는 유원지를 짓고 있다, 이게 북한의 현실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