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적십자 실무접촉을 갖자는 남측의 제안을 북측이 거부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적십자 실무접촉을 갖자고 남측이 제안했는데요. 북측은 거부했습니다. 그 이유는 뭐라고 보면 되겠습니까?
고영환: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을 정례화하기 위한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을 하자는 남측의 제의를 지난 6일 거부했습니다. 북한은 남한에 북측 적십자 위원장의 전화 통지문을 보내 지금은 남북 적십자 회담을 하기 위한 환경과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지 않다고 하였고, 이산가족 상봉을 정례화하는 중대한 문제는 남북 적십자 간 회담으로 풀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고 통보했습니다.
북한이 한국측의 제의를 거절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첫째는 북한이 통지문에서 밝혔듯이 지금은 한국과 미군이 군사훈련을 하는 시기라 훈련이 진행되는 시기에는 적십자 접촉을 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비록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같이 중대한 문제를 적십자에서 해결할 수 없다는 이유를 대긴 했지만,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한국처럼 인도주의적 문제로 보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문제로 보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이제까지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한국측에 주는 무슨 시혜처럼 생각해 왔고, 상봉 대가로 쌀과 비료를 받아 왔습니다. 쌀과 비료 등 대가를 받는 중대한 문제를 적십자 같은 낮은 기관이 해결할 수 없으니 보다 높은 급의 회담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토의하면서 그 대가로 금강산 관광의 재개 문제 등 지원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도를 북한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결론적으로 북한은 지금은 군사훈련 기간이니 남북접촉을 할 수 없으며 남북 적십자사 사이에 회담을 할 것이 아니라 좀 더 높은 급, 그러니깐 장관급 회담이나 청와대 안보실 대 국방위원회 같은 고위급 회담을 열어서 이산가족 상봉을 남측에 주는 대가로 북한은 남측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끌어내자는 뜻인 듯 합니다. 한 동포이니 지원 같은 문제는 해 줄 수 있겠지만, 흩어진 가족의 상봉 문제 같은 인도주의적 사안을 정치적 문제와 연결시키려 하는 북한의 태도가 안타깝습니다.
박성우: 남북관계와 관련해 하나 더 여쭤보죠.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최근 발언이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북측과의 대화에 임하는 남측의 태도가 예전 정부때와는 많이 달라졌다는 점을 류 장관이 어찌보면 상당히 직설적으로 표현했기 때문인데요. 그 의도를 어떻게 풀이하십니까?
고영환: 한국의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지난 5일 헌정회 초청 강연에서 의미 깊은 발언 했습니다. 류 장관은 지난 2월 초순에 한국 기업들이 나선 지역에 실사를 다녀왔는데, 이것이 잘 되면 금년 9월부터 큰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현재 북한과 러시아 사이에 나진-하싼 간 철도, 항만 협조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여기에 한국 굴지의 기업인 포스코, 현대상선, 코레일 등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류 장관은 강연회에서 파격적인 발언도 했습니다. 그는 ‘앞으로 북한이 우리와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속된 말로 국물도 없다, 약속을 지켜야 한다, 우리는 약속을 지킬 것이다, 과거의 한국 정부들처럼 우리를 대하지 말라’고 전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류장관은 앞으로 남북교류나 대화는 기본적으로 호혜적인 성격을 갖고 신뢰를 쌓은 과정으로 만들어 가겠다고도 밝혔습니다.
류 장관의 발언은 이전에 일부 한국 정부들처럼 북한에 ‘퍼주기’식의 지원을 하지 않을 것이며, 남북관계를 호상 이익이 되는 관계로, 신뢰를 쌓아 나가는 관계로 만들겠다는 의미입니다. 속된말로 약속을 하면 지켜야 하고, 북한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한국도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것이다, 뭐 이런 뜻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박성우: 점잖게 표현해 주셨는데요. 약속을 지키면 북한에게 대박이 되겠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말을 한 것으로도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이번엔 북한 내부 소식을 좀 살펴보겠습니다. 최룡해 총정치국장이 한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아서 여러가지 추정이 나왔는데요. 그런데 최근에 모습을 드러냈지요. 위원님, 사람들이 최룡해에게 관심을 가지는 이유를 우리 청취자들을 위해서 설명해 주시죠.
고영환: 2월 16일 공개 장소에 나왔던 최룡해가 북측 신문방송들에서 사라지면서 여러가지 추측 보도들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지난 5일부터 최룡해가 김정은을 따라다니고 있는 기록영화들이 북한 텔레비전에 나오면서 추측들이 사라졌습니다. 최룡해는 다리를 절며 피곤한 듯한 얼굴로 김정은을 따라 다녔는데, 이는 최룡해가 아파서 그간 나오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듯합니다. 최룡해는 당뇨병을 앓고 있고 그의 가계도 심장혈관 질환을 갖고 있기 때문에 김정은을 많이 수행하면서 병이 도진 것으로 보입니다.
사람들이 최룡해에게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그가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의 2인자로 부상하였고 지난 시기 장성택과 같은 2인자들이 김씨 일가에게 처형당하거나 숙청당한 역사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2인자가 보름 가까이 안 보이니 ‘김정은이 최룡해를 죽인 것 아니야’는 추측들이 나왔던 것입니다.
사실 최룡해는 아버지가 최현, 어머니가 김철호로, 부모가 모두 항일투사입니다. 반면 김정은은 김일성의 손자이지만 어머니는 재일교포에 만수대 예술단 배우 출신이기 때문에 사람들 속에서 ‘순수 백두혈통은 김정은이라기보다 최룡해가 맞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돌고 있고, 그래서 최룡해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박성우: 다른 소식도 좀 살펴보죠. 북한도 요즘 동계 군사훈련을 하고 있지요. 그래서 최근 들어서 여러발의 단거리 미사일과 방사포를 쐈습니다. ‘왜 미국과 한국이 이걸 문제삼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북한에 계신 청취자들 중에는 계실 것 같습니다. 설명을 좀 해 주시죠. 왜 그렇습니까?
고영환: 일부 청취자들 속에는 북한군이 미사일을 쏘는데 왜 다른 나라들이 신경을 쓰느냐, 이런 생각을 하는 분들이 분명 계실 것 같습니다. 북한군이 쏘는 미사일을 한국과 미국 그리고 세계 나라들이 문제삼는 것은 북한이 탄도 미사일 기술을 이용하기 때문이고, 이는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를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위배되기 때문입니다.
2006년부터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동북아와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고 판단해 이를 반대하여 왔습니다. 특히 북한이 핵무기를 발전시키고, 탄도 미사일이 이런 핵과 결합되면 국제사회의 안전과 평화를 크게 위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1950년 6.25 한국전쟁 이후부터 미얀마 랑군 테러, 대한항공기 폭발, 핵실험 등 끊임없이 국제사회를 위협하고, 안전을 해치고, 국제적 질서와 규범들을 위반해 왔습니다. 한마디로 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북한을 믿지 않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하루속히 국제사회와 유엔이 요구하는 세계적인 규범들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성우: 북한이 쏜 방사포가 중국 민항기를 격추시킬뻔 했지요?
고영환: 한국의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5일 북한이 발사한 방사포가 그 당시 해당 지역을 비행하던 중국 민항기의 안전을 크게 위협하였다고 말했습니다. 그에 의하면 북한은 항행경보를 공지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 5일 오후 4시 17분에 방사포를 발사하였으며, 그 직후인 4시 24분 일본 나리타에서 출발해 중국 심양으로 향하던 중국 민항기 CZ628호가 북한이 쏜 방사포탄의 비행궤적을 통과하는 아찔하고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였습니다.
원래 미사일이나 장거리 비행물체를 발사할 때는 국제항공기구 등에 언제 무엇을 발사한다는 것을 통보해야 합니다. 북한이 이러한 초보적인 국제규범을 위반한 것입니다. 만일 북한 방사포탄에 중국 민항기가 맞았으면, 그래서 중국 인민들이 사망하였으면, 중국과 북한 사이에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 연출된 것입니다. 이것 하나만 보아도 북한이 얼마나 국제 질서를 위반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범법 행위들이 김정은 시대에 와서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사실이 우리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박성우: 참 위험천만한 순간이었습니다. 만약 사고가 났었다면, 지금의 북중 관계는 어떻게 됐을지 쉽게 상상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