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정전협정 백지화’ 목적은?

북한은 5일 유엔의 대북제재 움직임과 한미간 합동군사 훈련에 반발해 정전협정을 백지화하고 판문점대표부 활동도 전면 중지하겠다고 위협했다. 사진은 이날 저녁 8시 김영철 군 정찰총국장이 조선중앙TV에 출연해 군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을 발표하는 모습.
북한은 5일 유엔의 대북제재 움직임과 한미간 합동군사 훈련에 반발해 정전협정을 백지화하고 판문점대표부 활동도 전면 중지하겠다고 위협했다. 사진은 이날 저녁 8시 김영철 군 정찰총국장이 조선중앙TV에 출연해 군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을 발표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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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측이 '정전협정 백지화'를 선언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북측이 지난 5일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을 내고 ‘정전협정 백지화’를 선언했습니다. 먼저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지난 5일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을 북한이 발표했지요. 성명 내용은 정전협정을 백지화하겠다는 것인데요. 이게 별로 새로운 내용이 아닙니다. 이미 1980년대부터 그리고 1990년대에, 특히 6.25 전쟁 시 북한군 편을 들었던 주요 나라들인 중국 및 소련과 외교관계를 한국이 맺던 시기에 북한은 군사정전위원회와 중립국감독위원회 등을 연이어 폐기하면서 ‘정전협정은 무효화되었다’든가 상기 협정이 ‘한 장의 종잇장에 불과하다’고 주장해왔거든요. 이번엔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으로 나와서 급이 높아진 것이 특이하다뿐이지 별로 새로운 내용은 아닙니다.

이것을 총참모부 부총참모장이나 작전국장 등이 발표한 것이 아니라 대남 군사도발 즉 대남 정찰, 테러, 납치, 공작의 책임자인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발표해서 상당이 이례적인 것이죠. 이런 성명을 김영철이 나와서 읽었다는 것은 미국 시간으로 7일 발표된 유엔 안보리 제재의 수위가 높아질 것 같고 중국도 찬성한다는 보도들이 나오면서 ‘이 제재를 막아야 한다, 적어도 수위를 낮추어야 한다’ 이런 목적 하에 나온 성명으로 보고요.

다음으로 새로 출범한 한국과 미국 정부에 ‘한반도는 곧 터질 화약고이니 온건한 대북정책을 세우지 않으면 한반도에서 전쟁이 난다, 그러니 대북 정책을 북한 뜻에 맞게 세우고, 정전협정도 평화협정으로 바꾸도록 노력해라’ 그런 의미를 담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한국에 공포를 조성하여 남남갈등을 일으키자는 목적도 있고, 마지막으로는 유엔 제재에 동참하는 중국에 대한 통첩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사람들이 많이 궁금해 하는 게 있습니다. ‘북한이 정전협정의 백지화를 주장했는데, 그러면 진짜 이게 무효화되는 것이냐’는 질문인데요. 위원님, 어떻게 보면 되나요?

고영환: 북한이 정전협정을 백지화한다고 하여도 백지화가 되질 않아요. 협정이라는 것은 쌍방이 하는 것인데, 어느 일방이 파기한다고 하여도 다른 일방이 반대하면 파기되질 않습니다. 정전협정 5조에도 정전협정의 수정 등은 반드시 쌍방 사령관들의 호상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되어있거든요. 62조 또한 정전협정은 다른 협정으로 교체될 때까지 계속 효력을 발생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북한이 마음대로 없애고 자시고 할 성격의 협정이 아니라는 것이죠.

물론 북한도 이런 정전협정 내용을 잘 알기 때문에 정전협정의 백지화를 얘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5조나 62조가 없었더라면 북한이 이렇게 마음대로 정전협정을 무효화시킬 수 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북한이 정전협정을 무효화하여 한국을 어느 때나 어느 곳에서나 타격한다고 위협하였는데, 반대로 말하면 한국군이나 미군도 어느 때나 어느 곳에서나 북한에 대한 군사적 공격을 할 수 있다는 의미도 되거든요.

베트남 전쟁 이후, 예를 들어 8-90년대에 발칸반도에서 가장 강한 군사력을 가졌다고 우기던 유고슬라비아, 그리고 중동지역에서 가장 현대적인 정예무력을 가졌다고 하면서 미국과 국제사회를 위협하던 이라크도 개전 며칠 만에 다국적 군대에 의해 붕괴되었고, 유고 대통령은 감옥에, 그리고 이라크 대통령은 교수형에 처해졌거든요. 전쟁은 일어나서는 절대 안 되지만 전쟁이 일어나면 조그만 한 개 나라가 세계를 상대로 이길 수 없다는 게 세계 전쟁사의 교훈입니다. 지금 북한이 정전협정의 무효화를 주장한다고 하여 동 협정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전쟁이 일어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만에 하나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한다면 그 후과는 책임질 수 없을 만큼 크다는 뜻이죠.

박성우: 우리 청취자들을 위해서 국제사회의 반응을 좀 설명해 주시죠.

고영환: 북한의 연이은 핵위협과 협박성 발언에 전 세계가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저런 협박을 하는 것인가’라며 우려를 표시하고 있습니다. 중국 외교부 화춘잉 대변인은 최고사령부 보도 후인 지난 6일 브리핑에서 “조선정전협정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발언했습니다. 이는 정전협정이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북한의 주장과 180도 다른 시각으로, 북한의 정전협정 무효화를 중국이 반대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6.25 전쟁은 팽덕회가 이끄는 중국인민지원군 100만명 이상이 참전해 전쟁의 거의 전기간을 주도하였고, 중국은 정전협정의 당사자이기도 합니다.

정전협정의 다른 당사자인 미국의 백악관 대변인도 북한 최고사령부의 보도 내용을 접하고 “북한이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을 저버리고 고립을 심화시키는 위협과 도발로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미국의 새뮤얼 태평양 사령관은 “북한의 잇따른 도발과 정전협정 파기 주장은 국제사회의 불안을 야기하려는 목적이 있으나, 북한의 이런 전략은 통하지 않는다”고 발언했습니다. 북한의 도발에 국제사회나 한국사회가 놀랄 것이라는 북한의 인식은 참으로 순진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성우: 북한과 관련해서 또 한가지 중요한 일이 있었습니다. 북한이 지난 2월 12일 강행한 핵실험과 관련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 7일 제재 결의안을 통과시켰는데요. 우선, 이번 결의에 담긴 내용부터 설명해 주시죠?

고영환: 유엔 본부가 있는 뉴욕 시간으로 지난 7일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의 3차 핵실험을 반대하는 제재결의안 2094호를 채택했습니다. 이사회는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5개국의 상임이사국과 대륙과 지역을 대표하는 10개의 비상임이사국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번 결의안은 단 한나라의 기권이나 반대 없이 15개국 전체의 만장일치로 채택됐습니다.

현재 이사회 의장이 러시아 대사인데요. 그가 결의안 2094호가 만장일치로 채택되었다고 선포하는 장면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북한이라는 나라를 세우고 6.25전쟁을 지원하고 북한편만 들어 왔던 러시아가 북한의 잘못된 행동을 반대하는 유엔 안보리 제재안을 이끄는 모습을 보면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합니다.

이번 안보리 결정의 중요 내용은 북한 무기를 실었다고 의심이 되는 비행기나 배의 검색을 강화하고, 운항 허가를 내주지 않으며, 배의 경우 북한 항구로 돌려보낸다는 내용, 북한의 핵과 장거리 미사일 제조에 쓰일 수 있는 물자들의 수출 금지, 보석이나 고급 사치품 등 김정은 및 고급 간부들이 쓸 수 있는 사치 물자들의 수출 금지, 그리고 북한 외교관들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하기 위하여 달러 현금을 다발로 가지고 다니면서 하는 불법 활동을 금지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저도 북한 외교관으로 일했었는데, 북한 외교관들은 비법적인 장사를 하여 모은 돈을 외교신서물로 하여 평양에 보내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 돈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외교관으로 가장한 김정일 서기실 사람들과 무역일꾼들이 외교여권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수백만 달러씩의 현금을 북한과 외국으로 나르는 것을 저는 무수히 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일반 생활을 하는 보통 사람들은 이번 제재로 고통 받을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일반 사람들이 고급 벤츠를 타고 금강석 반지를 달고 다닐 일도, 그리고 로켓트나 대포를 외국에 팔거나 살 일도 없지 않습니까? 이번 제재는 고급 사치품을 쓰는 김정은 일가와 측근 간부들, 북한의 대령 살상무기를 팔거나 사서 돈벌이를 하는 북한 지도부를 겨냥한 것입니다.

박성우: 앞에서 잠시 언급하셨습니다만, 특기할 사항은 중국과 러시아도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는 점입니다. 청취자들을 위해서 좀 더 설명을 해 주시죠.

고영환: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입니다. 중국은 북한의 형제국이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중국의 태도가 조금씩 변화하는 게 확실히 나타납니다. 시진핑 체제가 들어서자마자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쐈고, 시진핑은 올해 3월 국가주석이 되는데, 이에 북한이 재를 뿌렸어요. 그래서 아마 중국이 굉장히 화를 내는 것 같고요. 중국 언론과 여론이 모두 들끓고 있거든요. ‘왜 우리가 지원하느냐, 북한을 지원해서 우리가 얻을 게 뭐냐, 북한을 버리자’ 이런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의 대북한 정책이 변화의 조짐을 보이는 것이죠. 러시아는 이미 확실히 변했습니다. 북한이 망나니짓을 하는 걸 막아야 한다는 게 러시아의 일관된 입장입니다. 이런 입장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지요.

박성우: 알겠습니다. 북한 지도부가 변화하는 국제 정세를 좀 새겨봤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주에 다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