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남측 통일준비위원회가 ‘체제통일 준비를 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부인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지난 11일자 중앙일보에 남측의 통일준비위원회가 체제 통일, 그러니까 북한을 흡수해서 통일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통준위는 이 보도를 부인했습니다. 위원님도 통준위의 일원이신데요. 이번 일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정종욱 통일준비위원회 민간측 부위원장은 지난 10일 서울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통일 로드맵 가운데 평화적인 합의통일도 있고 동시에 비(非)합의적 통일, 그러니까 체제통일에 관한 것도 있다”고 밝혀 통준위 내에 흡수통일 준비팀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논란이 커지면서 정종욱 부위원장은 지난 12일 연세대에서 열린 ‘연세-김대중 세계미래포럼’의 기조연설에서 “우리 정부는 남북한 어느 일방에 의한 흡수통일이 아닌 평화통일을 지향한다”고 명백하게 밝혔습니다. 그는 “통일의 다양한 로드맵을 검토했지만 평화통일만이 한반도에서 분단을 종식하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함께 나갈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강조하면서 “위원회 내에 흡수통일 준비팀은 존재하지 않는다. 흡수통일을 전제로 연구하는 팀도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정 부위원장은 기조연설 이후 기자들과 따로 만나 “통준위 활동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용어의 선택이 적절치 못해 위원회 활동 내용이 잘못 보도가 된 것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계속해서 “한반도의 평화통일은 남북한 어느 일방에 의해서만 이룩될 수 없다”며 “그것은 오직 상호 신뢰에 기초한 대화와 교류와 협력의 증진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통일준비위원회 외교안보분과 위원으로 일하고 있는 제가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말은 통준위 안에 흡수통일, 체제통일을 연구하는 팀도, 연구과제도 없다는 것입니다. 제가 단언하건대 한국 정부는 그 누구에 의한 흡수통일을 바라지 않으며 전쟁이나 체제전복을 통한 체제통일은 더더욱 원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이 정전협정 체결 이후 60여년 만에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세계가 부러워하는 선진국으로 발전하고 먹고 살만해졌는데 무엇 때문에 모든 것이 파괴될 전쟁을 하고 북한이 원하지도 않는 흡수통일을 하여 커다란 혼란을 조성하겠습니까? 한국은 평화적인 방법으로, 그리고 북한이 개혁, 개방으로 나오고 변화함에 따라, 그런 북한과 합의에 의한 통일을 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조찬 강연회에서 정종욱 부위원장이 통일로 가는 과정에서 북한에서 일어날 수 있는 급격한 변화의 가능성에 대한 언급을 한 것이 과대 해석되어 일어난 해프닝, 즉 사고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박성우: 지난 주에는 일이 많았습니다.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죠.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지난 5일 피습당했을 때, 북측은 당일에 조선중앙통신을 통해서 논평을 내놨죠. 그런데 같은 기사의 영어 번역문이 한글 원문과 좀 차이가 나는 게 뒤늦게 밝혀져서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요?
고영환: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지난 5일 서울의 한 강연회장에서 피습되자 북한은 “정의의 칼 세례”라며 위해를 가한 자를 지지하는 한국어판 논평을 내놨지만, 정작 영어 번역문에는 관련 표현이나 기사 제목을 빠뜨려 세인의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북한은 그날 오후 5시 50분 중앙통신 논평에서 리퍼트 대사를 습격한 김기종 씨를 적극 옹호하고 김 씨의 폭력을 적극 두둔해 국제적 비난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곧이어 오후 6시 15분에 올라온 영문 번역문에서는 ‘미국대사 남한 주민에게 공격당하다’라고만 되어 있어서 한국어로 ‘전쟁광 미국에 가해진 응당한 징벌’이라고 한 것과 대조됩니다. ‘정의의 칼 세례’니 하는 표현도 사라졌습니다. 심지어 미국 대사의 성(姓)인 ‘리퍼트(Lippert)’를 ‘Report’로 잘못 쓴 대목도 눈에 띕니다.
이를 두고 북한의 단순한 실수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제 여론을 살피는 북한 외무성과 호전적인 발언을 하려는 당이나 군대 등 다른 부처 간에 이견이 반영된 결과물이라는 것입니다. 존 딜러리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11일 “핵심 메시지가 영문에서는 아예 삭제됐다는 점이 이상하다”며 “향후 북한 선전매체나 관련 부처 간 역할 조율과 내분 여부를 살펴볼 만한 관련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일 시대에는 당과 군 그리고 외무성 등 기관들 사이에 내부적인 협의가 잘 되어 이런 실수들이 없었는데,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 이러한 실수들이 연이어 나타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김정은이 경륜이 부족하고 각 부서 간의 정책적 조율 능력도 떨어지면서 생기는 현상인 것 같습니다.
박성우: 리퍼트 대사는 지난 10일 퇴원하면서 기자회견을 했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지켜봤죠. 위원님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지난 10일 건강을 회복하고 퇴원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말끔해진 모습으로 기자회견장에 나타나 이번 사건에 대한 소감을 밝혔습니다. 대사는 “비 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진다”면서 이번 일로 한미 관계가 더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리퍼트 대사는 “며칠 동안 이런 따뜻함과 넉넉함을 볼 수 있었고, 저와 아내는 어려운 시기에 여러분이 저희를 성원해주셨다는 사실을 절대 잊지 않을 겁니다. 성원을 보내준 한국민들에게는 ‘동네 아저씨’, ‘세준이 아빠’로 계속 남겠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아들의 이름을 미국식이 아닌 한국식 이름 세준으로 지었었습니다. 그는 한국말로 “비 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집니다. 같이 갑시다”라고 말하며 회견을 마무리했습니다.
저는 리퍼트 대사의 퇴원 모습을 보면서 테러를 당한 그에게 한국인으로서 다시 한 번 미안함을 느꼈고, 그가 테러를 당한 직후에, 그리고 수술을 받기 전후에 보여준 의연함과 침착함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저는 피로써 맺어진 한미동맹은 그 무엇으로서도 끊을 수 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느꼈습니다.
박성우: 이번엔 북한의 대외 관계를 좀 살펴보죠. 북한과 러시아가 2015년을 ‘친선의 해’로 선포했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어떤 맥락에서 보면 될까요?
고영환: 북한의 중앙통신은 지난 11일 “조선의 조국해방 70주년과 러시아의 조국전쟁승리 70주년을 맞이하는 2015년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러시아 연방 사이 친선의 해로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중앙통신은 이번 결정에 대해 “상호 합의에 따라 정치, 경제, 문화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두 나라 사이 관계를 새로운 높은 단계로 발전시키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러시아 외무부도 이날 언론 보도문을 통해 러-북 친선의 해 추진에 대해 소개하면서 “정치, 경제, 인문 등의 분야에 걸친 양국 관계를 새로운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목적으로 러-북 친선의 해를 추진하는 결정이 내려졌다”고 소개했습니다.
최근 북한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강화되고 북-중 관계가 냉랭해지면서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에 힘을 쓰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 구라파 등과 충돌하면서 북한 같은 나라와의 관계를 발전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크림반도 문제, 우크라이나 문제로 국제사회와 갈등을 겪고 있는 러시아가 핵무기 발전, 한반도 군사적 긴장 강화 등으로 국제사회와 충돌하고 있는 북한과 서로 꿍짝이 맞는 모습인데요. 원유 및 가스 가격의 하락과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아 제 코가 석자인 러시아가 북한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박성우: 중국은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시사했는데요. 이건 어떻게 해석하셨습니까?
고영환: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8일 TV와 인터넷으로 생중계된 기자회견에서 북중 정상회담 가능성을 묻는 한국 연합뉴스 기자의 질의에 “양국 지도자가 언제 회동할지에 대해서는 양측의 편리한 시기가 언제인지 봐야 한다”는 답변을 내놨습니다.
외교가 일부에서는 이 발언이 “원칙적인 답변”이라는 해석이 없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오는 5월 모스크바의 대독전승기념일이나 올해 9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대일전승기념일 행사에 김정은 제1위원장이 러시아나 중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 기회 혹은 다른 기회에 김정은-시진핑 정상회담이 추진될 수 있음을 내비친 발언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저는 냉각된 북중 관계를 복원하는 데 중국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의 이런 태도로 보아 여러 기회가 있는 올해 안에 북중 정상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북한이 우물 안에만 있지말고 바깥세상을 보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박성우: 그렇습니다. 북한으로서는 오는 5월과 9월 모스크바와 베이징에서 각각 있을 행사를 잘 활용하고자 할 텐데요. 위원님 말씀대로, 북한이 이 행사들을 바깥세상을 내다볼 수 있는, 좀 더 나아가 국제사회와 적극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