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의 대남 군사적 위협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북측이 군사적 협박의 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습니다. 이걸 북측 내부의 상황과 관련지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있던데요. 설명을 좀 해 주시죠.
고영환: 북측의 압박 수위가 절정에 다다르고 있는 것은 북한 내부의 상황과 직접 연관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김정은 제1비서는 부친 김정일이 가지고 있던 당과 정부, 군대의 최고 직책들을 이어받았습니다. 김정은은 지난해 첫 공식 연설(4.15 연설)에서 "인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게 하겠다"고 하였고 '6.28 경제 개선 조치'를 내놓으면서 인민들의 기대를 높였습니다. 여기에 덧붙여 아버지가 내놓았던 '선군정치'를 할아버지가 내놓았던 '선당정치', 즉 당이 모든 것의 앞에 있다는 정책으로 바꾸려는 움직임도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선군정치로 비대해진 군대가 반대하였고, 이 와중에 이영호 총참모장, 우동측 보위부 제1부부장, 군단장과 사단장들이 대거 정치적으로 숙청되거나 도태되었습니다. 이에 절치부심하던 군부가 지난해에는 장거리 미사일을, 올해에는 핵실험을 단행해 성공했습니다. 이렇게 군부가 다시 전면으로 등장하였고, 김정은 제1비서는 최근 군부대만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이에 당 고위 간부들이 반발하면서 권력 내부가 동요하고 있다고 많은 소식통들이 전해오고 있습니다.
또한 사람들은 핵을 갖게 되면 경제에 집중하여 생활이 나아질 것이라는 김정은의 말을 믿고 기대하였는데, 살림살이는 더욱 힘들어지기만 하니 많이 화가 난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권력 암투를 누르고, 전쟁이 곧 일어날 것처럼 위협하여 인민들의 불만을 짓누르는데는 대남 군사도발만큼 큰 역할을 하는 게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서울 거리에는 위장막을 친 버스도 없고, 군인을 실은 차도 없고, 등화관제 훈련도 없고, 주말마다 외곽 도로는 교외로 소풍을 나가는 승용차들로 꽉 막히고 있습니다. 이런 차이를 북한 사람들이 좀 생각을 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박성우: 북측이 남한을 상대로 전면전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고영환: 저는 전면전은 절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우선 김정은 제1비서가 잃을 것이 너무나 많기 때문입니다. 온나라가 김정은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있고 온나라를 제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어 말그대로 “세계에서 가장 행복하고 잘 사는 사람”인데 왜 전쟁을 일으키겠습니까? 전면전이 일어나면 수일 내로 이 모든 것을 잃겠는데, 그가 무엇 때문에 전쟁을 하겠습니까?
그리고 한미 연합군은 세계 최강입니다. 동유럽에서 소련군 다음으로 가장 강한 군대를 가졌다고 자랑했던 유고슬라비아, 중동에서 가장 강한 군사력을 보유했던 이라크도 전쟁 개시 일주일 안에 육해공군이 모두 전멸하였고, 유고 대통령은 감옥에 갇히고, 이라크 대통령은 교수형을 당했습니다. 제가 북한 외교관 시절 만났던 부총참모장들, 인민무력부 부부장들, 정찰국장들은 ‘미군 전력은 계산할 수도 없을 만큼 강해 남조선 해방 전쟁을 할 수 없다’고 말하는 걸 수차례 들었습니다. 그러나 국지적 도발은 가능하다고 봅니다.
박성우: 관련해서 하나 더 여쭤보겠습니다. 한미 군사훈련이 시작되면 김정은은 꼭 목선을 타고 전방(연선) 부대를 시찰하는 모습을 보이는데요. 그 이유는 뭐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작년과 올해 김정은 제1비서는 무도와 월내도를 찾을 때 작고 낡은 목선을 이용했습니다. 김정은이 낡은 배를 탄 것은 우선 정치적 목적이 있습니다. 김정은이 작고 위험한 배를 타고 최전방까지 찾는 ‘배짱있는 지도자’, ‘인민적인 지도자’라는 것을 인민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입니다. 김정은에게는 아버지가 물려준 호화 요트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을 타는 것보다 어촌마다 흔히 있는 배를 타고 섬을 방문하는 모습을 일부러 보여주어 인민성을 강조하고, 군인과 인민들에게 감동을 주려는 것입니다.
둘째 이유는 김정은이 군함이나 요트를 타면 오히려 한국군의 레이더망에 걸려 공격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목선을 타면 탐지하기 어렵다는 점을 노린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많은 전문가들이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박성우: 지난 주에는 중요한 일이 또 하나 있었습니다. 중국에서 시진핑 시대가 공식 출범했지요. 북한과 관련해서도 눈여겨 볼 대목이 많은데요. 우선,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이 대북정책을 재검토하는 조짐이 보인다”고 말했지요. 위원님, 이 발언은 어떤 맥락에서 이해하면 될까요?
고영환: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13일 미국 ABC방송에 출연해 “그간 중국은 북한 체제의 붕괴를 우려하여 북한의 잘못된 행동을 참아 왔지만, 지금은 북한에 대한 정책을 재검토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바람직한 일이다”라고 언급했습니다. 저는 시진핑 주석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이미 ‘북한의 행태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전했고, 이를 알고 오바마 대통령이 이런 발언을 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한 이는 최근 중국이 북한에 취하고 있는 실제적인 정책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지금 중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중국 공산당학교 기관지 부편집인이 최근 외국 잡지에 “이젠 중국이 북한을 버릴 때가 되었다”는 내용의 글을 쓴 적이 있었고, 또 중국군 장령들이 연이어 북한을 반대하는 발언을 하고 있습니다. 중국군 제2포병사령부 장하이양 상장은 “유엔 안보리 결정은 모든 유관국들이 지켜야 한다”고 했고, 중국 군사과학원 원장인 류청쥔 상장은 “대북한 제재는 당연하다”고 당당하게 언급하여 사람들이 놀랐지요.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자매신문인 환구시보는 지난 9일자 신문에서 북한 체제의 붕괴까지 거론하며 “중국이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안에 동의한 것은 북한의 핵이 중국의 국가이익을 해치기 때문이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이 이제까지 유엔 안보리가 제재를 가해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이 눈을 감아 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중국이 적극 제재에 참여하여 북중 국경을 폐쇄하고, 중국이 북한에 지원하는 원유, 식량, 콕크스탄, 생활 필수품 등의 공급을 막고, 북한산 석탄이나 광물을 사주지 않으면 북한은 몇 달 견디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북측 지도부가 핵이나 미사일 실험을 할 게 아니라 민생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야 할 텐데요. 그런데 요즘 군사훈련에 쏟아붓는 돈을 보면 국제사회가 기대하는 바와 정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 듯 합니다. 위원님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북한이 최근 육해공군 연합 훈련을 대폭 늘리고 있습니다. 거의 매일 방사포와 주체포를 쏘고 있으며, 전투기는 하루에 700회까지 출격했다고 하지요. 비행기 한번 출격에 2,500달러 정도가 드니 700회 출격에 280만 달러의 기름이 나간 것입니다. 기름은 북한이 생산하지 못하니 외국에서 사와야 합니다. 그리고 북한 텔레비전을 보면 수많은 포를 몇십 분씩 쏘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포 한 발, 방사포 한 발, 로켓 한 발 값이 얼마인데 이렇게 많은 돈을 쓰는지 모르겠습니다.
김정은은 또 핵만 있으면 미국이 전쟁을 일으키지 못해 인민생활에 집중할 수 있다고 했는데 전쟁연습과 군사연습은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핵 보유 전과 후가 무엇이 달라졌는지 모르겠어요. 북한은 이제부터라도 전쟁연습을 그만두고 그 돈을 인민생활 향상을 위해 써야 할 것이며, 정세를 안정시킴으로써 외국으로부터 투자를 받아들여 경제를 회복시켜야 할 것입니다.
박성우: 그렇습니다. 북측이 군사 훈련에 저렇게 돈을 쏟아붓다가 재정이 바닥나면 어떻게 하려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