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김정은, 대남 호전적 발언 이어가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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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김정은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육해공군 합동 군사훈련을 참관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김정은 부위원장은 육해공군 합동 군사훈련을 참관했다고 하고, 또 당과 군의 고위급 간부들은 판문점을 연이어 방문했습니다. 그 이유를 뭐라고 분석하십니까?

고영환: 김정은이 지난 14일 육해공군 합동 타격훈련을 참관하고, 또 당과 군의 고위간부 130명이 판문점을 참관했다고 북측 언론매체가 보도했습니다. 김정은이 올해 1월1일 첫 공개활동으로 105땅크사단을 방문한데 이어 4군단, 서해 초도 등 군부대들을 집중방문하고 있어서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특히 김정은의 발언과 행동의 수위가 도를 넘고 있어서 주목되고 있습니다. 올해 2월16일자 노동신문은 비슈와나스라는 인도 사람 명의의 글을 통해 “남조선이 서해에서 도발을 일으켰을 때 김정은의 비범한 영군술에 의해 연평도는 불바다가 되었다”고 보도했고요. 이는 정전 이후 가장 노골적이고 큰 군사도발을 김정은이 직접 지휘하였다는 것을 북한 스스로 증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대북 인권단체에서 입수한 지난달 중순 북한군 총정치국에서 발행한 북한군 대상 강연제강에는 “최고사령관 김정은 동지의 영도 아래 남조선을 깔고 앉기 위한 싸움 준비를 완성하자”라고 되어 있습니다. 14일 육해공군 합동 훈련참관시에도 김정은은 “잠을 자도, 꿈을 꾸어도 싸움마당을 안고 살아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김정일이 사망한 후 처음으로 오른 자리도 군 최고사령관이고, 첫 공식활동도 땅크부대 참관이고, 근 3개월 내내 군부대들만 돌아다니면서 연일 극단적인 전쟁발언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김정은의 성향이 호전적이고, 그런 호전적인 성격을 군대의 강성 충성분자들이 부추기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인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음으로는 김정일이 사망하고 내부 체제가 취약하고 불안하니까 인민들의 시선을 외부와 전쟁에 돌려 긴장을 고취하고, 정치적 반대파를 숙청하며, 주민들에 대한 통제를 쉽게 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입니다. 가뜩이나 어려운 북한경제에 이렇게 훈련하고 긴장을 격화시키면 결국에는 인민을 더 고통스럽게 할 텐데 참 걱정입니다.

박성우: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지난 9일 북한 매체들은 군부 고위 간부들이 김정은 앞에서 노래를 불렀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이 중에는 81세의 오극렬 국방위원회 부위원장도 끼어 있었습니다. 군부의 원로가 나이 어린 지도자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상상이 잘 안 가는데요. 실장님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김정은이 3.8국제부녀절날에 간부들과 그 가족들의 공연을 보았다고 중앙통신이 보도했습니다. 저도 북한 텔레비전을 통해 오극렬 부위원장이 김정은 앞에 가족 전체를 데리고 나와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고 굉장히 놀랐습니다. 오극렬은 북한군에서 상징적인 존재이고 나이도 81세이며, 지도자 김정은이 태어나기도 훨씬 전 1970년대에 이미 인민군 대장이 된 사람입니다. 그가 이제 28세난 어린 지도자 앞에서 아내와 아이들 전체를 데리고 나와 노래를 목청껏 불렀어요. 이는 북한에서 현재 살아남기 위한 충성 경쟁과 아첨 경쟁이 어느 정도 수준에서 벌어지고 있는가를 명백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유명한 김정일도 자기 할아버지뻘 되는 간부들을 공개 장소에 세워놓고 노래를 부르게 하는 그런 예절 없는 행동은 하지 않았거든요. 참 놀랍기 그지없습니다.

박성우: 또 한가지 주목할 뉴스가 있었습니다. 북측이 ‘미국이 우리와 동맹을 맺고 핵우산을 제공하면 당장이라도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할 용의가 있다’고 말한 걸로 보도됐습니다. 상당히 파격적인데요. 실장님은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고영환: 북한의 이용호 외무성 부상이 지난 3월6일부터 미국의 뉴욕을 방문하여 미국 시라큐스대학에서 주최한 학술회의에도 참가하고, 미국 외교정책전국위원회 간담회에도 참가했습니다. 그런데 이용호 부상이 한 파격적인 발언들이 현재 연이어 소개되서 세상 사람들의 주목을 끌고 있는데요. 이 부상은 학술회의와 간담회 등에서 “조선은 평화를 원한다. 미국이 우리와 동맹을 맺고 핵우산을 제공하면 당장이라도 핵무기를 폐기할 용의가 있다”고 발언했습니다.

북한이 미국과 평화를 맺고 싶다는 정도의 말은 외교적으로 할 수 있는 말이고 그다지 큰 중요성을 가진다고 볼 수는 없는데, 북한이 미국과 ‘동맹관계를 맺고 싶다. 그리고 핵우산을 제공해 달라 그러면 핵무기도 폐기하겠다’ 이런 식의 발언은 굉장히 놀랍거든요. 북한은 한국이 미국과 동맹관계를 맺고 있다고 해서 한국이 미국의 식민지라고 비판해 왔고, 더 나아가 한국이 미국의 핵우산에 숨어 동족을 반대하는 핵전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수 십년 동안 비판해 왔다는 것은 온 세상이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러던 북한이 이제와서 미국과 평화롭게 살고 싶고, 미국과 심지어 동맹관계도 맺고 싶다, 핵우산도 좀 달라고 하는 것은 북한에서 외교관 생활을 한 저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외교정책의 변화입니다.

지금도 북한은 북한 내부에서는 미제를 남조선에서 몰아내라, 미제를 박살내자, 미제는 모든 불행의 원흉이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안에서는 비판하고, 밖에 나가 미국 사람들을 직접 만나서는 동맹관계를 맺자고 하는 것은 상식과 잘 맞지 않고요. 이 부상이 미국에서 한 발언들은 체제전환 과정에 있는 북한이 미국으로부터의 공격을 겁내고 있고, 미국과의 외교를 통해서 김정은 체제를 안정시키자는 의도들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박성우: 관련해서 하나 더 여쭤보겠습니다. 실장님도 북한 외교관 출신이신데요. 이용호 외무성 부상은 어떤 인물입니까?

고영환: 이용호 부상은 제 후배 외교관입니다. 저처럼 평양외국어대학을 나왔고, 외무성 국제기구국에서 근무하였으며, 주영국 대사를 거쳐 부상이 된 직업 외교관입니다. 영어도 잘하고, 예절도 밝고, 외교력도 있다고 평가되는 사람인데요. 중요한 것은 그의 부친이 이명제 전 김정일 서기실 부부장이라는 것입니다. 이명제는 김정일 시대 김정일의 끝없는 신임을 받아 서기실에서 김정일의 궂은일, 마른일을 다 맡아 처리한 사람이고요. 아버지의 이런 후광을 입어 이용호 부상이 북한 외교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박성우: 북한이 최근 들어서 미국을 상대로 외교적으로 상당히 공을 들이는 모양새입니다만, 하지만 동시에 미국을 포함해 국제사회를 자극하는 행동도 하고 있지요. 북한이 또 위성을 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시점은 4월 15일 전후입니다.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조선중앙통신이 ‘광명성 3호’ 위성을 발사한다고 보도했습니다. 1호는 1998년에, 2호는 2009년 4월5일에 이미 발사했다고 합니다. 이런 북한의 주장과는 달리 미국, 한국 등 많은 나라들은 이것이 인공위성이 아니고 장거리 미사일이라고 말합니다. 지금 지구궤도를 따라 돌고 있는 북한의 위성은 하나도 없다는 건데, 저도 이 주장에 동의합니다. 북한은 미사일을 쏘면서 이걸 인공위성이라고 표현하는것 같고요.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하는 와중에 이러는 이유가 있습니다. 북한은 십여 년 전부터 강성대국을 건설한다고 계속 주장해 왔습니다. 그런데 해놓은 건 하나도 없고, 보여줄 건 없으니, 4월 태양절을 맞아서 인공위성 아니면 장거리 미사일을 쏴서 우리가 군사강국이라는걸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습니다. 또 미국을 자극해서 제대로 우리를 대우해달라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박성우: 북한이 쏘는 게 위성이라고 하지만, 위성을 우주 공간에 올리는 발사체가 사실상 장거리 미사일 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논란이 되는 거지요. 앞으로 진척 사항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겠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실장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