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통일론 독일에서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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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25일부터 28일까지 독일을 국빈 방문할 예정입니다. 독일 방문 기간 동안 박 대통령이 한반도 통일과 관련해서 중요한 발언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독일에서 한반도 통일에 대한 의지를 밝히는 게 정치적으로 의미가 크지요?

고영환: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을 방문하면서 통일 구상을 더욱 구체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요. 박 대통령은 올해 초 ‘통일은 대박’이라면서 통일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대박’이란 최근 한국에서 유행하는 용어인데, 아주 큰 행운 혹은 기회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부친인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제2차 세계대전의 폐허를 딛고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일구어낸 독일의 ‘라인강의 기적’을 모범사례로 삼아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것처럼 딸인 박근혜 대통령도 통일의 기적을 이뤄내고 유럽의 강국으로 일어선 독일의 사례를 거울삼아 ‘통일대박’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담는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난 2006년 당시 대통령 선거 후보자의 자격으로 독일을 방문하여 마지막 동독 총리였던 로타어 드 메지에르(Lothar de Maiziere)를 만난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남북한이 교류와 군축을 통해 상호신뢰를 쌓아 경제 공동체를 건설한 후 궁극적으로 통일을 지향하는 통일 방안을 가지고 있다”고 발언한 적이 있습니다.

박 대통령은 남북이 경제적으로 교류하고 상호신뢰를 쌓아 나가면서 통일을 이뤄나가자는 기본적인 구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독일 방문 시 박근혜 대통령은 베를린이나 옛 동독 지역의 경제 중심지였던 드레스덴 같은 곳에서 통일 구상을 발표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민족 전체에게 축복이 되는 통일이 되게 하려면 지금부터 차곡차곡 준비해야 한다는 데서 이번 독일 방문이 많은 정치적 의미를 가질 것으로 봅니다.

박성우: 같은 맥락에서 하나 더 살펴보죠. 다음달에 ‘통일준비위원회’가 출범하는데, 박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기로 했습니다. 이게 시사하는 바도 설명을 좀 해 주시죠.

고영환: 청와대는 지난 3월 15일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를 다음 달에 공식 출범시키고 위원장은 대통령이 직접 맡는다고 밝혔습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와 대한민국의 대도약을 이루기 위해서는 새로운 한반도 시대를 여는 통일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통일준비위원회는 정부 각부처와 민간의 각계각층 전문가들 50명 규모로 조직됩니다. 이 위원회는 통일이 재앙이 아니라 한민족에게 축복과 행운을 가져다주는 일이 되도록 하기 위해 미리미리 준비하자는 차원에서 조직되는 기구입니다.

특히 박 대통령이 위원장직을 직접 맡는다는 것 자체도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그만큼 이 위원회를, 그리고 통일 문제를 대통령이 중요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저는 통일준비위원회가 앞으로 무력이 아닌 평화 통일을, 그 누가 그 누구를 흡수하는 방식의 통일이 아닌 남북 전체 국민의 의사가 존중되고 합의에 의해 이뤄지는 통일을 준비하는 데서 매우 큰 역할을 하게 되리라고 믿습니다.

박성우: 독일 이야기를 좀 더 해 보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번 독일 방문은 또다른 의미가 있지요.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독일을 방문한지 50년만에, 이번엔 딸이 대통령이 되어서 독일을 찾는다는 점인데요. 위원님은 그 의미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1964년 박정희 전 대통령은 독일을 방문하여 경제 발전의 경험을 배워와 ‘한강의 기적’의 꿈을 키웠습니다. 당시 독일에서 광부로, 간호사로 일하던 한국인 근로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이 했던 연설이 지금도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지요. 박 전 대통령은 “국가가 부족하고 내가 부족해서 여러분이 먼 타지에서 고생이 많다”며 연설을 시작하였고, 이 말을 들은 많은 한국인 근로자들이 울음을 터뜨리고, 그래서 대통령 내외분이 같이 울던 장면은 지금 보아도 감동적입니다.

그때는 한국이 가난해서, 그리고 전용 비행기도 없어서 박 대통령은 독일 정부가 빌려준 민항기를 타고 무려 28시간이나 여러나라를 경유해 독일로 갔습니다. 그런 뒤 50년이 지난 지금,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 박근혜 대통령이 세계 경제 10대 강국의 대통령으로,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독일을 국빈 방문하게 되는 겁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라서 대통령이 된 게 아닙니다. 그 동안 국회의원도 했고 새누리당의 당 대표로도 일했습니다. 그리고 두 번이나 대통령 후보로 나서면서 기반을 다졌습니다. 그래서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 선거에서 승리해 대통령이 된 것입니다. 그런 대통령 자격으로 50년 전 아버지가 가셨던 그 길을 가게 되니 더욱 감동이 있는 것 같습니다. 세계에서 강국으로, 3세계 나라들의 모범으로 인정받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가는 것이니 의미가 더 큰 것이죠.

박성우: 50년 전만 하더라도, 북한 경제가 남한 경제보다 못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뒤집혔지요. 이렇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뭐라고 판단하십니까?

고영환: 일제시기 한반도의 공업시설은 북한 쪽에 몰려 있었습니다. 수풍발전소, 흥남비료, 청진제강소 등이 대표적인 사례지요. 대신 남한 쪽엔 변변한 공장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북한은 1970년대 초반까지 한국보다 더 잘 살았습니다. 제가 북한에서 대학을 다닌 시절이라서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그런데 현재 북한의 1인당 GDP는 854달러입니다. 한국의 1인당 GDP는 지난해 말 기준 2만3천838달러입니다. 한국이 북한보다 33배 정도 더 잘 사는 셈이죠. 북한의 1인당 GDP는 세계 최빈국인 방글라데시 수준입니다.

그럼 왜 이렇게 큰 경제적 격차가 벌어졌을까? 첫째로 북한은 김부자 우상화에 엄청난 돈을 투입했습니다. 북한 곳곳에 수많은 돈을 들여 지어 놓은 우상화물 숫자는 세기조차 힘듭니다. 둘째로는 외교에 큰 돈을 허비하였기 때문입니다. 아프리카가 대표적이죠.

제가 북한에서 외교관으로 일할 때, 동료 외교관들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북한 아동들에게는 사탕을 먹이지 못하면서 아프리카에는 경기장, 국회의사당, 농업 연구소, 대통령궁을 지어주느냐는 내용이었습니다. 여기에 든 돈을 요즘 가치로 환산하면 수십억 달러어치가 넘을 겁니다. 대신 북한이 얻은 것은 아프리카 사람들이 김부자를 칭송한다는 선전 정도였습니다. 그나마 그것도 돈을 줄때만 그랬지 지금은 전혀 그렇지 못합니다.

세 번째는 역시 군사 문제입니다. 핵이나 미사일 개발, 그리고 땅굴을 파는데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간 것입니다. 한국은 자유시장 경제를 기반으로 승승장구한 반면, 북한은 쓸데없는 곳에 돈을 쓰고 경제체제도 잘못 선택하면서 쪼그라들대로 쪼그라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박성우: 독일 통일에 대한 북한의 평가는 어떠했나요?

고영환: 독일 통일 당시 저는 외교부 과장으로 있다가 외국에 외교관으로 나가서 근무하던 상태였습니다. 독일 통일 시 북한 외교관들이 받은 충격은 어머어마한 것이었습니다. 그 때 외교관들은 역시 경제가 발전한 나라, 경제적으로 부유한 나라가 가난한 나라를 통일한다는 진리를 깨달았던 것입니다.

그전에는 남한에 의한 통일은 불가능하고 오직 북한에 의한 통일만이 가능하다고 북한 외교관들은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독일 통일로 북한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부유한 한국에 의해 남북한이 통일될 수도 있다는 점을 알게 된 것이죠. 독일 통일은 경제를 발전시키지 못하고 주민들이 가난해지면 북한도 동독처럼 된다는 진리를 깨닫게 했습니다.

박성우: 그 통일이 갑자기 들이닥치지 않도록 차근차근 준비하자는 게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 다음달에 출범시키는 통일준비위원회의 역할이라고 보시면 될 듯 합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