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측이 18일 '전국 경공업 대회'를 열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대남 도발 위협을 일삼고 있는 북측이 지난 18일에는 평양에서 ‘전국 경공업 대회’라는 걸 열었습니다.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보시는지요?
고영환: 대남 군사적 위협을 계속하고 있는 북한이 돌연 경공업 대회를 열었고, 여기에 김정은 제1비서가 참가하여 직접 연설을 했습니다. 김정은의 연설에서 주목되는 점은 “수입병”을 없애라고 한 것인데요. 현재 북한의 수입은 주로 중국에 의존하고 있고, 전문가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대중국 무역 의존량이 70%에서 90%에 이릅니다. 이게 굉장히 위험하다는 것을 북한이 깨닫고 있다는 의미죠. 만일 북중관계가 틀어지면 북한 경제 전체가 질식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한 후 군사적 도발 위협의 수위를 높여 오다가 돌연 경공업 대회를 연 것은 세 가지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첫째는 전쟁연습만 한다고 북한 주민들이 필요 이상으로 동요하니 이를 막고 주민들을 일정 수준에서 진정시킬 필요를 느꼈을 것이고, 또 지도자가 직접 나서서 인민생활을 책임지고 발전시킬 것이라고 하여 주민들에게 희망을 줘야겠다는 생각을 한 듯 합니다. 둘째는 외부, 특히 미국에 “우리가 전면 전쟁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보내 미국을 어느 정도 달래려는 전략적 의도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세번째는 세계 언론이 하도 김경희의 건강이 나쁘다고 보도를 하니 김경희 비서를 공개하여 “봐라, 김경희 비서는 건강하다”는 메시지를 보내려고 한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박성우: 지난 주에는 또 한가지 중요한 일이 있었지요. 미군의 B-52 전략폭격기가 한반도 상공에서 훈련했다는 거고요. 더 특이한 점은 미국측이 이 사실을 공개했다는 점입니다. 위원님, 이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고영환: 미군의 B-52 전략폭격기가 두 번이나 한반도 상공에서 훈련을 하고 돌아갔지요. 이 폭격기는 도중 연료공급이 없이 6천 킬로미터 이상을 날아와 수십톤의 정밀 폭탄을 뿌릴 수 있고요. 냉전시기 소련군이 가장 두려워했던 비행기 중 하나입니다. 또 이 폭격기에는 한발의 위력이 200킬로톤에 이르는 핵무기를 네 발 이상 탑재할 수 있는데요. 북한이 실험한 핵폭탄의 위력이 7에서 10킬로톤 정도이고 히로시마에 떨어진 핵폭탄이 15킬로톤의 위력이니, B-52는 히로시마형보다 10배를 훨씬 넘는 고강도 핵폭탄을 탑재하고 있는 것이죠.
북한은 인터넷 등에 자기네 핵폭탄이 미국의 백악관을 겨눈다든지, 또 워싱턴이 활활 타는 화면을 보여줘 미국을 자극했고, 미국이 북한의 핵공격을 받을 수 있다거나 본거지를 날려 보내겠다는 식으로 협박했습니다. 여기에 덧붙여 한국을 겨냥해 괴뢰 본거지를 통째로 날려 보내겠다고도 위협했지요. 미국이 전략 폭격기를 한반도에 보내고 이를 언론에 공개한 것은 북한 보고 속된말로 “까불지 말라”, “북한이 핵공격 등으로 도발하면 북한 전체를 날려보낼 수도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면 될 것 같고요.
북한이 하도 말폭탄을 터트리고 ‘한국을 치겠다,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위협하고 있어서 일부 한국 사람들이 동요하는 측면도 있으니 ‘미국의 대한국 안보공약은 철저하다, 북한은 미국과 한국을 상대로 전면전을 하지 못한다’ 이런 메시지도 보내려 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습니다.
박성우: 미국 의회의 고위급 의원들이 북측의 대남 군사적 위협에 대해서 분석하는 발언을 최근에 내놓고 있는데요. 공통점이 있다면서요?
고영환: 미 의회 상원의 레빈 군사위원장이 지난 18일 “북한이 만일 다른 나라를 핵으로 공격한다면 보복공격을 받아 수 시간 만에 괴멸될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는 많은 허세가 담겨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원의 로저스 정보위원장도 17일 “김정은이 북한 군대에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려고 애쓰고 있다, 군대도 자기의 이익을 위해 무력과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나는 29살의 젊은 지도자가 안정적인 권력기반을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의회 고위 지도자들의 발언에서 찾아볼 수 있는 공통점은 김정은 1비서의 능력에 의문점이 있고, 자신의 지도력을 과시하기 위해 도발적 언사를 쓰고 있는데, 이 가운데는 허세도 많은 것 같다고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첫째로, 북한이 이제 핵무기를 만들었으면 가장 기초적인 폭탄 수개를 만들었겠는데, 이미 정교하고 폭발력이 수십, 수백배나 큰 원자탄을 가지고 있는 미국을 상대로 핵전쟁을 하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허세라는 것이고요. 둘째로, 김정은 제1비서가 김정일 위원장처럼 통치력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상황이 계속 일어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자신이 능력 있는 지도자라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대남 군사도발 위협을 계속해서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죠.
박성우: 이번엔 북한 내부 소식을 좀 살펴보겠습니다. 앞서 잠시 말씀하셨지만, 김경희가 위독하다는 내용의 추측성 보도를 한국의 몇몇 언론이 최근에 자주 했었는데요. 이번에 김경희가 경공업 대회 행사장에 참석함으로써 그런 추측성 보도는 이제 당분간은 나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국 언론이 김경희에 대해서 이렇게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뭐라고 보면 될까요?
고영환: 김경희 비서가 가지고 있는 무게감 때문입니다. 김경희는 김정일 위원장이 살아 있을 때는 김정일의 가장 강력한 후원자였고 김정일이 가장 신임하는 누이동생이었습니다. 김경희가 지시하면 간부들은 김정일의 지시와 똑같은 비중으로 접수하였고, 김경희가 나타나면 김정일이 나타난 것처럼 인사를 하였습니다. 김경희는 살아있는 또 다른 김정일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한 후 김경희는 현재 권력의 중심에 남아 있는 두 명 뿐인 소위 “백두산 혈통” 중 하나입니다. 김정은은 이제 나이가 29세 밖에 안된 젊은 지도자입니다. 측근 간부도 없고 경험도 많지 않습니다. 특히 지도력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죠. 이런 김정은을 권력에 대한 욕심 없이 보좌해 줄 유일한 사람이 김경희 비서입니다. 지금 북한에서 김경희 비서는 김정은 제1비서의 정신적 후견인이고 정신적 지도자라고 보면 됩니다. 김경희가 있기 때문에 김정은이 젊은 나이에도 체제를 유지해 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김경희 비서가 알코올 중독 후유증 등으로 많이 아프고, 실제로 외국에서도 치료를 받은 적이 많습니다. 그렇다보니 그녀가 언론 보도에서 사라지면 ‘아픈 게 아닌가’, ‘그녀가 사망하면 북한 체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런 점들이 한국 언론뿐 아니라 세계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는 것입니다. 김경희의 병이 악화되거나 사망하는 경우, 북한권력의 구도가 변하고 체제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관심을 많이 가지는 것이죠.
박성우: 마지막으로 하나 더 여쭤보지요. 김정은의 아내인 리설주가 딸을 낳았다는 게 이제 확정적인데요. 미국의 전직 농구선수인 데니스 로드먼이 이걸 확인해준 셈이 됐지요?
고영환: 최근 평양을 방문하여 김정은 부부를 직접 만나고 돌아온 전직 미국 프로농구 선수 로드먼이 지난 19일 영국 일간지 “더 선”과 인터뷰를 했는데요. 그는 인터뷰에서 리설주가 자기와 만났을 때 “예쁜 딸” 이야기를 오래 했다고 말해 김정은이 딸을 가지고 있음이 공식 확인되었습니다.
최근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온 로드먼이 세계 언론에서 많은 화제를 낳고 있습니다. 한 때 로드먼은 프로농구 선수로 이름을 날렸지만, 지금은 농구를 그만 두었고, 사생활이 좋지 않아 이혼했고, 사치한 생활로 인해 빚까지 져서 미국 사람들을 실망시키는 인물입니다. 그래서 많은 미국 사람들은 왜 김정은 제1비서가 지금 잘 나가는 사람도 아니고 한물간, 그리고 사생활도 좋지 않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사람을 굳이 초청하였나, 그런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김정은 부부가 로드먼을 초청한 것은 이전에 미국과 중국이 탁구 외교로 중미 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연 것처럼 해보려고, 그러니까 “미중 체육교류 따라하기“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사람을 평양에 불러들여 농구를 보고, 연회를 차려주고, 나는 미국과 잘 지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해서 미국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미국의 뉴욕에는 이미 양국간의 공식 대화 통로가 있습니다. 할 말이 있으면 거기다 하면 됩니다.
박성우: 그렇습니다. 누구에게 중재를 맡기려면 그 인물을 잘 선택해야 할 텐데요. “왜 하필 로드먼이었나”, 이런 생각을 많은 사람들이 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