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를 포기하고 민생에 집중하라고 각국 정상이 촉구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계획을 강도높게 비판했지요?
고영환: 그렇습니다. 서울에서 26-27일 양일간에 걸쳐 진행된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에 참가한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이 지난 26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자리에서 “지금 북한의 변화는 한반도 정세에 우려할 만한일이다. 북한은 위성발사를 포기하고 인민생활 발전에 집중할 것을 중국 지도부가 북한 지도부에 계속 요구하고 있다. 북한에 이런 메시지를 전했고 앞으로도 전할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른바 형제 국가라고 하는 북한에 대해 그리고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계획에 대해 중국이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반대의 입장을 표시한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북한에서 외교관 생활을 오래 했거든요. 외교 자리에서는 “우려를 표시한다”는 정도도 강한 반대의 입장을 표시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중국이 미사일을 발사하지 말라고 하고 그 대신에 인민생활에 관심을 가지고 여기에 힘을 집중하라고 한 것은 비판 수준이 아니라 인민들은 굶고 있는데 한 번 발사에 수억 달러가 들어가는 미사일을 발사하는 북한 지도부를 비웃는 수준입니다. 북한과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는 러시아의 메드베데프 대통령도 26일 이명박 대통령과 가진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계획하고 발사하려는 것은 위성이 아니라 미사일 발사”라면서 “이는 분명하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고 한반도 정세의 불안을 가져오는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이라고 말했습니다. 더 나아가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에 북한 인민들을 먹여살려야 한다. 북한이 언제까지나 국제사회의 원조만 받아먹고 살 수는 없다. 북한은 변해야 하며 개혁개방을 하여야 한다”면서 강하게 북한의 미사일 발사계획을 반대했습니다.
이런 말은 미국이나 일본의 정부 수반이 한 것이 아니고 북한과 친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러시아 대통령과 중국 주석이 한 것입니다. 북한이 믿을 곳은 중국과 러시아 뿐인데 이 두 나라가 북한이 미사일 같은 것만 쏠 생각을 하지 말고 인민생활을 돌보고 개혁개방을 하라고 국제 사회가 다 모인 곳에서 촉구한 것은 현재 북한의 고립 정도가 얼마나 심한지를 알 수 있게 하는 척도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서울 핵안보정상회의가 27일 폐막했는데요. 회의에서 다룬 내용이 좀 어렵습니다. 쉽게 설명을 좀 해 주시죠. 어떤 결과가 나왔습니까?
고영환: 제1차 회의는 2년 전 워싱턴에서 열렸고요. 제2차 서울 핵안보정상회의가 26일 시작해 27일 공동성명을 내고 폐막했습니다. 공동성명에는 세계 각국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과 플루토늄의 양을 최소화하고, 테러 사용의 소지가 있는 방사성 물질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며, 원자력 시설의 방호를 강화하는 등 세계가 핵 테러와 핵 위협이 없는 세상에서 살기 위한 조치들을 취하자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특히, 미국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기에(벨지끄), 프랑스, 멕시코(메히꼬) 등 나라들은 핵무기 2만개를 만들 수 있는 고농축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제거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번 서울 정성회의의 규모에 대해서도 말씀드릴게요. 이번 회의에는 30여명의 국가수반을 비롯하여 53개 나라의 정부수반 등 정상급이 왔습니다. 유엔 사무총장, 유럽연합 상임의장,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 등 세계에서 가장 큰 국제기구 대표들도 참석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회의장 입구에서 1분 간격으로 다른 나라 국가수반들을 영접하였는데 영접 시간만 두 시간이 걸렸다고 하니 회의 규모를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 회의에 참가한 국가 수반 중 16개 나라 수반과 따로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세계 언론들은 유엔 총회를 제외하고 이렇게 많은 국가 및 정부 수반들이 한 나라에 모인 적이 없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는 대한민국의 위상이 얼마나 높아졌는지를 알 수 있게하는 일이었습니다.
제가 흥미롭게 본 것은 세상에서 벤츠와 함께 최고급차로 뽑히는 BMW가 대통령 부인들을 싣고 다녔고 대통령들은 한국의 현대자동차가 만든 에쿠스 리무진을 탔다는 것입니다. 한국 승용차의 수준이 얼마나 높게 평가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저는 또 대한민국의 외교력과 손님맞이 수준이 대단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제가 북한에서 외교관을 하였으니 남북을 당연히 비교하게 되는데, 북한이 외교적으로 가장 잘 나갈 때인 1982년 김일성 주석 생일 70돌 그리고 공화국 창건 마흔돌 때인 1988년에 북한에 온 국가 수반급이 서너 명 정도였습니다. 그 사람들을 맞이하기 위해 전국이 들썩였는데, 한국에서는 그 수십배, 수백배 손님들이 왔는데도 ‘아, 국제회의가 열리는구나’ 정도의 의식을 가지고 있는 남한 사람들을 보면서 또 한번 놀랐습니다.
박성우: 이번 정상회의에서 한국과 미국은 굳건한 동맹 관계를 재확인했지요?
고영환: 그렇습니다.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 참가하기 위해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다른 나라 국가 수반들보다 하루 먼저 한국을 방문했어요. 한국 방문 첫날인 3월25일 오바마 대통령은 첫 방문지로 군사분계선에서 불과 25미터 떨어진 초소를 참관하였습니다. 망원경으로 북쪽을 쳐다본 오바마 대통령은 “50년간 발전이 완전히 사라진 그런 국가를 보는 것 같다. 북한은 50년 전의 국가이다. 만일 한 국가가 자기 인민들을 먹여살릴 수 없다면, 또 사용할 물건이 없다면, 다른 정책을 시도해야 한다. 북한에게는 아직도 기회가 있다. 그런 결정을 선택했을 때 그 누구보다 우리가 북한의 선택을 환영할 것이다”라고 언급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25일 이명박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는데요.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에서 ‘정’이라는 좋은 감정을 배웠다고 말했어요. 한반도 안보 상황과 관련해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것이며 이는 스스로 더 고립되겠다는 뜻이다,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국가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우리가 제공한 기회를 상실하는 것이다, 북한의 잘못된 행동은 보상받지 못할 것이다”고 정상회담이 끝난 후 기자회견에서 말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학생과 교수 기자단 1,400여명 앞에서 특별강의를 했는데요. 대학생들의 환호속에 연설한 오바마 대통령은 “나는 한국에 와서 전쟁을 이겨내고 번영을 이룩한 나라를 보았다. 어제 나는 군사분계선에서 인민에게 헌신하는 한국과 국민을 굶주리게 하는 북한과의 극명한 차이를 보았다. 어떤 시련이 있어도 우리는 한국과 함께할 것이고 함께 갈것이다”라고 말해 대학생들의 박수갈채를 받았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방문으로 한미관계가 더욱 돈독해진 게 사실이죠.
박성우: 지난 주에는 북한에서도 중요한 일이 하나 있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100일 애도기간이 끝났는데요. 어떤 평가를 할 수 있습니까?
고영환: 북한은 지난 3월25일 김정일 사망 100일 애도기간을 마치고 추도행사를 했습니다. 지난 100일 동안 김정은의 통치를 평가해 보면 예상보다는 안정적으로 북한을 통치해 왔다는 소리가 나올만 합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김정은 체제가 안정될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는 드뭅니다. 김정일은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후 3년 애도기간을 정하고 군중 앞에 나서지 않았는데, 김정은은 아버지가 사망한 다음날부터 “탁월한 영도자”나 심지어 “민족의 어버이”라는 칭호까지 쓰기 시작했습니다. 28세 청년에게 어버이라는 칭호는 어울리지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김정일 사망 100일이 끝나기도 전에 은하수 공연도 참관하고 군부대들을 연이어 방문하고 있는데, 이는 그만큼 체제가 불안정하다는 신호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김정은은 통치 방법도 할아버지 김일성을 많이 닮으려고 하고 있어요. 군인들을 만날 때 손을 잡고 같이 걸어가고 많이 웃고 머리 모양도 똑같이 하고 옷도 김일성처럼 입고 다닙니다. 이는 김정은이 김정일보다 인기가 많았던 할아버지 김일성의 모습과 행동을 따라해 김일성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고 김일성이 환생하였다는 이미지를 이용하여 북한을 통치하려는 속셈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정책은 김정일이 하던 선군정책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습니다. 정책적인 측면에서는 별로 많은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박성우: 과거를 답습할 게 아니라 새로운 정책을 내놔야 겠지요.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실장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다음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