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한국이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에 참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한국 정부가 AIIB에 참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고영환: 한국 정부는 관계 부처 협의를 거쳐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영어 약자로 AIIB에 참여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중국에 정식 통보했다고 지난달 26일 발표했습니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은 중국의 주도로 1천억 달러의 자본금을 조성해 아시아 지역의 인프라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개설하는 개발은행입니다. AIIB 설립이 일정대로 순조롭게 진행되면 올해 말이나 2016년 초에 공식 출범할 예정입니다. 중국은 ‘아시아 개발도상국 인프라 구축’을 AIIB의 목표로 내걸었습니다. AIIB는 아시아개발은행이나 세계은행의 대항마로 미국 주도의 국제 금융질서를 견제하고 중국의 국제적인 위상을 높이기 위한 중국의 복안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한국의 기획재정부는 이날 발표문에서 “6월 중 설립 협정문 협상이 완료되면 이에 서명하고, 이후 국회 비준 절차를 거쳐 창립 회원국으로 최종 확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AIIB 가입 결정으로 한국의 기업들은 아시아 지역 등의 대규모 인프라, 즉 하부토대 사업에 적극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됐습니다. 더 나아가 북한 지역의 인프라 개발에 참여하는 길도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은 한국 정부에 창립 회원국 참여 결정 시한을 지난 3월말까지로 제시하는 등 한국의 참여를 적극 촉구해왔습니다.
한국의 기획재정부는 발표문에서 “AIIB가 앞으로 본격적으로 운영될 경우, 아시아 지역에 대형 인프라 건설 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AIIB 참여 결정으로 건설, 통신, 교통 등 인프라 사업에 경험이 많은 우리 기업들의 사업 참여가 확대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저는 한국의 AIIB 가입으로 한국과 중국 간의 관계는 경제 부문을 넘어 정치와 외교 부문으로까지 더욱 깊어질 것이며, 중동 건설 등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한국 기업들이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의 인프라 사업에 적극 참여해 놀라운 성장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합니다.
박성우: 중국 측이 북한의 AIIB 가입 요청을 거부했다는 보도가 있었죠. 사실이라면, 이것도 의미하는 바가 큽니다. 위원님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영국의 경제 전문 매체인 ‘이머징 마켓’은 지난달 27일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에 북한이 가입하려 했으나 중국이 이를 거절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머징 마켓’은 중국의 고위급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지난 2월 베이징으로 특사를 보내 진리췬 AIIB 임시사무국 사무국장에게 가입 의사를 전달했으나 진 국장이 이를 일축했으며, 북한 사절단은 중국의 이 같은 단호한 거부에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아시아개발은행연구소의 전 소장이며 도쿄대 교수 가와이 마사히로는 진리췬 국장이 북한에 AIIB 회원국으로 고려되기 위해서는 북한의 금융과 경제 활동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으나 북한이 이 같은 정보를 제공하려 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한국에는 참여를 요청해온 중국이 북한의 참여 요청을 거부한 것은 북한이 세계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돈을 빌리면 갚아야 하는데 북한은 제대로 돈을 갚은 적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북한은 1970년대 말까지 국채 약 9억 달러어치를 외국에 팔아놓고 갚지 않아 1984년 국제 채권단이 북한 국채를 채무 불이행 국채로 선언하였습니다. 미국 재무부는 현재 북한이 30여개국에 140억 달러 규모의 외채를 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국제금융기구에 가입하려면 우선 국제시장의 신뢰를 얻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금융과 경제 활동 통계수치들, 사업의 계획과 목적 등 국제기준이 요구하는 것들을 제출하고 빌린 돈도 갚아야 하는데 이런 것은 하려하지 않으니 중국도 북한의 AIIB 가입 요청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입니다.
박성우: 북·중 관계와 관련해서 하나 더 여쭤보죠. 신임 중국 대사가 평양에 부임했는데, 북측의 태도가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위원님 의견은 어떠신지요?
고영환: 북한이 평양 주재 중국대사가 교체된 사실을 지난달 31일 짤막하게 보도하여 북·중관계가 냉각되어 있음을 증명하였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달 30일 “리진쥔 북한 주재 중국 대사가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게 신임장을 봉정했다”고 단 한 줄로 전했습니다.
북한은 대부분의 새로 부임한 외국 대사들의 신임장 제출 소식을 전할 때 김 상임위원장과 어떤 담화를 나눴다고 덧붙이지만, 이날은 북한과 가장 가까운 나라의 중요한 대사의 신임장 봉정식임에도 불구하고 이 소식을 한 줄로 보도한 것입니다. 리 대사가 이번에 신임장을 제출하면서 의례적인 부임 인사만 나눴을 뿐 양국 관계에 대한 대화는 나누지 않았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북한은 전임 류훙차이 중국 대사 이임에 대해서도 침묵한 반면 알렉산드르 티모닌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가 작별 방문을 할 때는 티모닌 대사가 김영남, 강석주 당 비서 등 당과 국가의 주요 간부들을 만나며 작별 인사를 한 소식을 일일이, 구체적으로 보도하여 심한 대조를 이루었습니다. 이는 2013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과 그해 12월 장성택 처형 이후 소원해진 북·중 관계가 여전히 차디찬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면서 전혀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 들여집니다.
박성우: 한국의 김장수 주중 대사도 지난 주에 취임했죠. 앞으로 어떤 역할을 기대하십니까?
고영환: 김장수 중국 주재 한국대사가 지난달 31일 현지에서 취임했죠. 취임사에서 그는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내실화를 공동의 목표로 ‘소통’, ‘협력’, ‘봉사’, ‘행복’이란 4가지 분야를 중점적으로 실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 대사는 “우리는 중국과의 전면적, 전략적 소통을 한층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대사는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첫 번째 군 장성 출신 주중 대사입니다. 그는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육군참모총장과 국방장관을 지냈고,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지낸 중량급 인사입니다. 저는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 철학과 안보관, 외교관을 잘 아는 김장수 신임대사가 날로 발전하고 있는 한·중관계를 한 단계 더 끌어 올리고 북핵폐기 문제, 한반도 통일 문제, 탈북자 문제, 동북아 안보 문제에서 중국과의 협조 업무를 잘 해내리라 믿습니다. 개인적으로 그에게 거는 기대가 매우 큽니다.
박성우: 마지막으로 하나 더 여쭤보죠. 박근혜 대통령의 자서전이 한국보다 중국에서 더 많이 팔렸다는 소식이 있던데요. 어떤 의미일까요?
고영환: 박근혜 대통령의 자서전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의 중국어 번역본이 2013년 5월 중국에서 출간된 이후 지금까지 61만여부가 팔려나갔다고 책을 번역한 상하이이린(上海譯林) 출판사가 지난 달 24일 밝혔습니다. 한국에선 2007년 7월 이후 10만여 부가 팔렸다고 하니 중국에서는 한국보다 6배쯤 더 많이 팔린 셈입니다. 중국 사람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그만큼 좋아한다는 의미입니다.
중국 사회과학원 왕쥔성 교수는 중국 사람들이 박 대통령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세계 주요국 지도자 가운데 중국어가 가능하고, 중국의 역사·문화에 정통한 거의 유일한 인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문화적 자부심이 큰 중국인들은 박 대통령의 방중시 그가 중국어로 연설한 것에 대해서도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작년 10월 불법 조업하던 중국 선원이 한국 해경의 총에 맞아 사망했을 때도 한국을 비난하는 중국측 보도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이처럼 한·중 간 갈등 요소가 충돌로 번지지 않는 데에는 중국의 한국에 대해 호감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관심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박성우: 알겠습니다. 국가 관계는 상호 이익을 극대화하는 게 목적이라고 하죠. 한국과 중국의 관계도 마찬가지이고요. 그 목적을 이루는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저서가 나름의 기여를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