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백두산 찾은 까닭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조선인민군 연합부대 지휘관들의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답사행군을 격려하기위해 지난 1일 현지방문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조선인민군 연합부대 지휘관들의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답사행군을 격려하기위해 지난 1일 현지방문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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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한반도 정세가 매우 엄중하다고 김정은 제1비서가 평가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김정은 제1비서가 백두산에서 육성 연설을 했지요. 그러면서 “한반도 정세가 엄중하다”고 말했습니다. 어떤 맥락에서 이해하면 되겠습니까?

고영환: 김정은이 지난 1일 북한군 연합부대 지휘관 회의에서 “현재 한반도 정세가 엄중하다”고 언급했습니다. 우선 백두산에서 지휘관 회의를 한 게 눈에 띄는데, 이는 김정은의 혈통과 관련시키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김정은은 선거구도 백두산 선거구이고, 나라도 ‘백두산 강국’, 군대도 ‘백두산 강군’, 훈련도 ‘백두산 열풍’으로 한다며 백두산을 강조합니다. 이는 김정은이 백두산을 얼마나 좋아하는가, 그리고 집안 배경에 대한 콤플렉스가 얼마나 심한가를 보여 준다고 하겠습니다. 김정은의 친모 고영희가 재일동포이고 무용수였다는 점이 김정은을 심적으로 많이 압박하는 것 같습니다.

백두산 연합부대 지휘관 회의에 대해 설명을 드리자면, 사단장과 사단 정치위원 정도의 지휘관들을 혜산에서 대홍단을 거쳐 삼지연까지 행군시키고 도중에 사격훈련도 하게 하면서 이른바 김일성의 혁명정신을 따라 배우라는 것이 백두산 회의의 첫 번째 목적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목적은 지휘관들이 목적지인 삼지연에 도착하자 김정은이 비행기를 타고 그곳에 가 그들을 맞이하고 일종의 충성결의를 받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회의에서 김정은이 “한반도 정세가 엄중하다”고 말한 데에는 한미 군사훈련이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북한군의 사기를 올리고 주민들에게는 정세가 전쟁 직전이라는 인식을 주어 결집을 시도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은데요.

여기에 문제가 있습니다. 현재 정세를 악화시키는 것은 북한입니다. 북한은 지난 2월부터 3월 26일까지 동해에 대고 방사포, 단거리와 중거리 미사일 등 무려 백여발을 쏘면서도 국제항공 및 해사기구들에 이런 훈련을 통보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지난달 31일에는 서해의 한국 영해에 무려 100여발의 포사격을 행하였고, 30일에는 외무성 성명을 발표하여 핵실험을 또 할 수 있다며 국제 사회를 위협했습니다. 정세를 긴장시키는 것은 북한이면서도 정세 긴장의 책임을 미국과 한국에 돌리려 하고 있는 것이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한국과 미국에는 전쟁을 원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습니다. 북한은 지금 한반도가 전쟁 직전에 와 있다고 주장하면서 한반도 문제를 하루 빨리 풀어야 한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강조하고, 대내적으로는 주민들에게 미국이 전쟁을 일으키려 하니 모두 단결하라고 겁을 주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의도가 먹힐지는 모르겠습니다.

박성우: 하나 더 여쭤보죠. 김정은 제1비서가 비행기를 타고 백두산에 갔습니다. 그리고 비행기에서 내리는 장면이 사진으로 보도됐는데요. 이런 사진을 공개한 의도는 뭐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북한 주민들은 지도자가 비행기에서 내리는 장면을 아마 수십년만에 처음 본 것 같습니다. 김정은이 여객기에서 내리는 장면을 처음으로 공개했는데요. 부친 김정일은 비행기가 위험하다고 간주하면서 후계자가 된 후 비행기를 단 한 번도 타지 않고 열차만 이용했습니다. 김정은은 비행기를 타고 나타남으로써 ‘나는 아버지보다 더 용감하다’ 이런 것을 주민들에게 보여주려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비행기 트랩, 그러니까 계단에서 내리는 모습이 마치 1960-1980년대 김일성이 외국 방문을 마치고 비행기에서 내리는 모습, 그러니까 서류가방을 옆에 끼고 내리는 모습과 상당히 닮았습니다. 이는 북한 사람들에게 ‘봐라, 나는 할아버지 김일성을 빼어닮은 영도자이다, 그러니 나를 따르라’ 그런 메시지를 보내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한가지 말씀드리면, 비행기에서 내려 심지연으로 가는 모습을 찍은 사진들을 보면 김정은이 색안경, 그러니까 선글라스를 썼는데, 이것도 마치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비행기에서 내리면서 선글라스를 쓰는 모습을 흉내내지 않았나 싶습니다. 근데 유감인 것은 선글라스가 얼굴 크기에 맞지 않고 너무 작다는 점입니다. 선글라스는 김정은의 부친 김정일이 더 잘 쓰고 다닌 것 같습니다.

박성우: 지난 주에는 여러가지 사건이 많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구두성명을 내놨다는 점, 그리고 여기에 중국도 동참했다는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위원님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북한은 지난 3월 탄도 미사일을 동해로 쏘았고, 이는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를 중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위반됩니다. 북한이 동해로 미사일을 쏘자 안보리는 지난 달 27일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에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며 규탄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였습니다. 중국도 이 성명에 찬성하였습니다. 다들 아시듯 중국은 안보리 상임 이사국이며, 중국이 반대하면 성명을 내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중국은 이에 찬성한 것이죠.

중국의 홍레이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28일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국가들은 한반도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여야 한다. 현재 국면에서 각 국가는 한반도 국면의 평화와 안정에 유리한 일들을 더욱 많이 하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외교적 표현이긴 하지만, 유엔 안보리 성명을 지지하는 발언을 외교부 대변인이 한 것이고, 이는 최근 북한이 벌리고 있는 연이은 도발을 중국이 불편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김정은 정권이 출범한지 3년이 되어 오는데 김정은이 중국을 방문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북중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박성우: 소형 무인기 두 대가 백령도와 파주에서 추락한 사건도 있었죠. 북측이 보낸 걸로 파악이 됐는데요. 외관상으로 보더라도 조잡해 보입니다. 그래서 외국의 전문가들은 이걸 ‘골동품’ 내지는 ‘카메라가 달린 모형 비행기’ 정도로 평가를 하고 있는데요. 위원님 보시기에 북측이 이런 무인기를 개발하는 의도는 뭐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지난 달 24일 경기도 파주에서 북한 무인기가, 31일에는 서해 백령도에서 또다른 북한 무인기가 추락했습니다. 군 당국이 두 무인기를 살펴본 결과, 무인기에 장착된 카메라에는 서울시내 사진, 청와대 사진, 그리고 서해 5도 사진들이 찍혀 있었습니다. 무인기는 북한말로 모형 항공기 혹은 모형 무인 타격기라고 하는데, 이번 비행기는 무인 정찰기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문제는 북한이 무인기를 만들어 이를 서울 시내와 청와대 상공으로까지 진입시켰다는 점입니다. 반대로 한국이 무인 비행기를 평양 상공, 김정은 관저 상공에 보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북한은 당장 전쟁 상태를 선언하며 대형도발을 일으켰을 것입니다.

참으로 북한 정권의 무모함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그 낮은 기술을 가지고도 북한이 무인기를 만들어 한국의 영공을 침공하고 정찰을 하며 도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세상 사람들을 경악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북한 지도부는 백주대낮에 한국의 영공을 침공하고 영해에 포를 쏘아대는데요. 이런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박성우: 마지막으로 이 소식도 여쭤보겠습니다. 북일 당국간 회담이 열렸는데요. 여기서 북한이 속내를 좀 내비쳤지요. 조총련 건물이 경매로 넘어갔는데, 이걸 좀 해결해달라는 겁니다. 위원님, 이 소식 접하시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습니까?

고영환: 중국 베이징에서 북일 정부간 교섭을 끝내고 평양으로 귀국하기 전 비행장에서 기자들을 만난 북한 외무성 송일호 대사는 “총련회관 문제는 실무적인 문제가 아니라 조일관계 진전 속에서의 기초적인 문제”라고 언급했습니다.

총련회관 문제라는 것은 북한의 도쿄 대표부라고 할 수 있는 재일조선 총련 건물이 일본 은행에 빚을 져 법원 경매에 넘어가게 된 상태를 뜻합니다. 경매는 빚을 갚지 못하면 법원이 강제로 건물을 팔아 채권자에게 돈을 물어주는 제도입니다. 송 대사의 발언은 일본 정부가 북일관계를 고려하여 총련건물을 팔게 하지 말아 달라는 부탁인 셈입니다.

몇천만 달러의 빚을 갚지 못해 총련 사람들의 자랑이고 자부심이었던 총련회관 건물이 일본 사람들에게 넘어가게 되었는데, 북한이라는 국가는 이 문제 하나 해결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 서글픕니다. 어찌하여 상황이 이 지경까지 오게 되었는지, 북한 지도부도 깊게 생각을 해보았으면 하는 소망이 있습니다.

박성우: 그렇습니다. ‘한반도 정세가 엄중하다’는 식의 정세 평가를 할 게 아니라 북한이 처해 있는 경제적 상황부터 직시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