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이 중거리 미사일을 동해에서 발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지난 한 주 동안 일이 참 많았습니다. 먼저, 북한이 중거리 미사일을 동해 쪽으로 옮기는 모습이 포착됐는데요. 위원님,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총참모부 대변인 담화, 개성공단 폐쇄 위협 등 북한이 아주 숨 가쁘게 위협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데요. 지난 2월 12일 핵실험 이후부터 이른바 “언어의 전쟁”을 계속하다가 드디어 행동에 나선 느낌이 듭니다. 방금 전 말씀하신 것처럼, 대북 소식통들은 지난 4일 북한이 중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물체를 동해안으로 이동시켰다고 언급했는데요. 이 중거리 미사일은 ‘무수단’ 미사일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데, 사정거리가 3-4천 킬로미터에 달한다고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북한이 무수단 미사일을 미국을 향해 탄두를 장약하여 발사하리라고 보지 않습니다. 북한이 중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은 우선 성능을 시험하려는 의도와 함께 미국에 우리도 한방이 있다는 것을 알리려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고, 둘째는 북한 주민들 속에서 전쟁이 곧 일어날 것처럼 정세를 긴장시켜 내부의 통제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으로는 4.15 태양절을 맞으면서 축포를 한 방 쏘려는 의도도 있는 것 같습니다.
만일 북한이 실제로, 미국 본토는 아니더라도 태평양에 있는 미국의 한 섬을 향해 미사일을 쏜다면, 그 미사일은 요격체계에 맞아 중간에서 없어질 것이고, 그 직후 미국으로부터 수백발의 진짜로 정교한 미사일과 보이지 않은 전투기, 폭격기의 공격을 받을 것입니다. 소련도 어쩌지 못한 것이 미국의 군사력이고, 현재 세계 2대 강국인 중국도 미국을 자극하려 들지 않습니다. 그것은 미국이 그만큼 최강국이기 때문입니다. 미사일 한 발을 쏘았다가 평양 상공에서 마른벼락이 어디서 오는지도 모르고 갑자기 쏟아지면서 체제 자체가 붕괴될 수도 있는데 북한이 그런 일을 할리 만무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북한은 개성공단을 통해 한국에 대한 압박도 가하고 있는데요. 위원님께서 보시기에 북한은 개성공단의 문을 닫을 각오까지 했다고 보시는지요?
고영환: 앞에서도 잠깐 언급하였지만, 북한은 3월 5일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을 발표한 후 현재까지 무수한 대남, 대외 위협을 가하고 있습니다. 한반도에서 당장 전쟁이라도 일어날 것처럼 아주 요란스럽습니다. 급기야 지난 3일 북한은 개성공단의 출입을 통제하기 시작하였고, 그 다음날에는 개성공업지구가 파산전야에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위협했습니다.
북한의 위협은 맞춤형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을 갖습니다. 대남 방향으로는 당장 전면전이 일어날 것처럼 위협하고 개성공단을 닫겠다고 하며, 미국을 향해서는 핵전쟁을 각오하라고 위협하고 있습니다. 또한 중국에도 위협을 가하고 있습니다. 6자회담은 없어졌다고 하고 영변 핵단지를 보수하겠다고 하는데, 이는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을 위협하는 것입니다.
김정은 제1비서가 동서남북 사방으로 위협을 가하는데, 세계 사람들은 도발에서 나오는 후과를 어떻게 감당하려고 저렇게 무분별하게 행동하는지 우려하고 있습니다. 전쟁은 아무 때나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더구나 힘이 상대방보다 매우 약하고 상대방이 경계를 잔뜩 강화하고 있을 때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사실 지금같은 정세에서 전쟁을 잘못 일으키면 북한이 일주일 안에 망할 수도 있는데 전쟁을 하겠습니까. 주변 나라 사람들은 침착하게 조용히 있는데 북한만 전쟁, 전쟁 하고 있는 겁니다.
개성공단도 한국이 크게 반응하지 않고 일상생활을 계속하고 있으니 실제 행동으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 같습니다. 개성공단은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 같은 존재이고 김정일 위원장의 유훈사업입니다. 여기에서 북한이 한해에 걷어 들이는 외화가 9천만 달러에 이르고, 개성 주민 30만명의 생계가 여기에 달려 있습니다. 북한이 개성공단을 닫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최악의 경우 폐쇄까지도 할 수 있겠지만, 그러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죠. 여기에 북한은 외자유치를 적극 하자고 최고인민회의에서도 언급하였는데, 공단을 폐쇄하면 누가 북한에 투자를 하겠습니까.
박성우: 이번엔 북한 내부 소식을 좀 살펴보겠습니다. 북측이 ‘핵 개발과 경제 개발을 병진하겠다’는 노선을 채택했지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북한이 지난 3월에 당중앙 전원회의를 열고 경제건설과 핵무력 건설을 동시에 발전시키는 경제, 핵 병진 노선을 내왔습니다. 이는 김정은 시대 북한의 경제건설 기본노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또한 60년대 초 김일성 주석의 경제 국방 병진 노선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은 60년대부터 경제 국방 병진 노선과 자립적 민족경제 노선을 지켜왔다고 할 수 있죠. 달리 말하면, 이는 폐쇄적인 경제 노선이고, 북한 경제를 오늘의 파국상태로 몰아온 주범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김정은 제1비서는 새로운 병진 노선은 추가적으로 국방비를 늘이지 않고도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였는데, 이는 모순적입니다. 핵무기 개발에 큰 돈이 들어가는 것은 물론 핵무기를 발전시키는 한 한국과 중국, 구라파 등 세계 나라들이 북한에 투자할 수가 없습니다. 외부에서 외화의 수혈이 이뤄지지 않으면 북한 경제는 일어설 수 없습니다. 그저 농업과 경공업 등 그럭저럭 먹고살 수 있는 경제만 소규모로 유지할 수 있다는 소리인데, 농업도 외부에서 비료가 들어가지 않으면 생산량이 늘어 날 수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북한 경제는 계속하여 쇠퇴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는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김정은의 등장과 함께 새로운 희망을 품었던 세계 사람들, 특히 북한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는 모두를 실망시키는 노선입니다. 핵과 경제건설, 핵과 외국의 투자나 신기술의 유입은 서로 상충되는 일입니다. 이제라도 핵을 포기하고 인민들의 생활을 향상시키는 노선으로 전환하기를 바랍니다.
박성우: 관련해서 하나 더 여쭤보겠습니다. 북측이 박봉주를 다시 총리로 임명했습니다. 경제를 살려보겠다는 의도일 텐데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고영환: 북한이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당 경공업 부장이던 박봉주를 총리로 임명했죠. 박봉주는 이미 2002년 7.1 경제개선조치를 시행하며 총리직을 수행하였던 인물이고 김경희 비서와도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박 총리는 이른바 ‘황색바람’을 불러들였다는 이유로 2007년 해임된 후 순천에 내려가 있다가 김경희 비서의 보호로 당 경공업부에 다시 올라 왔습니다. 경제 지식에 밝고, 뭔가 변화를 시도하려는 이른바 개혁파 인물로 알려져 있어서 일단은 기대가 됩니다. 김정은 제1비서도 박봉주가 일부 변화된 경제정책을 추진하라고 총리에 임명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핵과 경제 병진이라는 김정은의 기본 경제 노선이 이미 정해졌고, 당이 모든 것을 지도하며, ‘선군사상’이 사회를 지배하는 상황이어서 박봉주가 아무리 재간이 많아도 크게 할 수 있는 게 없을 것입니다. 등소평이 중국에서 경제개혁 정책을 실시할 때 제일 먼저 한 일은 공장과 기업소에서 당위원회의 지도 기능을 없애고 당이 경제 사업에 간섭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었습니다. 당의 간섭이 없어지고 경제 및 기술 일꾼들이 마음대로 경제사업을 지도하면서 중국 경제는 날아오르기 시작하여 30여년 남짓한 기간에 중국 경제를 세계 2위 반열에 올려 세운 것이죠.
그런데 북한은 핵무기를 계속 개발한다고 하고 핵무기고를 계속 늘이겠다고 하잖아요. 이런 나라에 누가 투자를 하겠습니까. 유엔도 북한이 핵무기를 계속 개발하는 한 제재를 풀지 않을 것입니다. 대외적인 요건이 안 되고 당이 사사건건 간섭을 하는 조건에서 박봉주 총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경제를 발전시키지 못하면 박봉주는 그 책임을 지고 물러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악순환의 연속이지요. 북한은 핵무기를 과감하게 내려놓고, 외자를 유치하고, 개혁 개방을 실현하여 민생을 돌봐야 합니다. 핵무기 수천개가 있어도 민심을 얻지 못하면 소련처럼 붕괴될 것입니다. 북한이 이를 유념했으면 좋겠습니다.
박성우: 김정은 제1비서가 박봉주 총리에게 ‘핵 개발도 병행한다’는 족쇄를 채워놓고 경제 개발도 해 보라는 과제를 준 셈이다, 이렇게 해석하면 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