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북 핵시설은 방치돼 있어 더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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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의 핵시설이 일본의 방사선보다 더 위험하다고 한국 정부의 고위 당국자가 말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감사합니다.

박성우: 요즘 한국의 최대 관심사는 일본에서 불어온 방사성 물질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맞춰져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엄종식 통일부 차관이 “일본 방사선 누출로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오히려 북한의 핵시설이 위험하다면 위험하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왜 이런 발언이 나왔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지난 5일 한국 통일부의 엄종식 차관이 그런 발언을 했는데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지금 일본의 원자력 발전소 붕괴 문제로 인한 방사능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통일부 차관이 ‘북한의 핵시설이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건데요. 이 발언은 북한 영변의 핵시설이 제대로 된 핵시설이 아니고,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아서 위험하다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 열린북한방송이라는 매체가 있습니다. 이 매체가 지난달 27일, 영변 핵기지에서 일하다 한국에 온 이모 씨의 증언을 소개했는데요. 이모 씨에 의하면, 영변 지구에 사는 사람들의 수명이 50세 전후라고 합니다. 이 사람뿐 아니라, 북한 원자력공업부 남천화학연합기업소 산하 핵폐기물 처리 공장에서 일하던 김대호 씨가 탈북해서 한 말도 있는데요. 영변 핵시설에서 노동자들이 우라늄 탱크 안에서 아무런 보호 장비 없이 일하고 있고, 방사능과 독한 가스 때문에 이 공장에서 일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백혈구 감소증, 간염, 고환염, 신장염 등 여러 가지 질병을 앓고 있고, 죽는 사람이 많다고 증언한 바 있습니다. 이 사람들의 증언을 봐도 그렇고, 외국 기술진이 보건데도 그렇고, 영변 핵시설은 방치된 상태거든요. 일본 원자로의 경우는 프랑스와 미국 등의 전문가들이 일본의 전문가들과 함께 붕괴되는 원자로를 관리하고, 방사성 물질이 퍼지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서 위험성이 낮아지고 있는데, 반대로 북한의 핵시설은 방치돼 있고 관리가 안 되니까, 어찌 보면 동북아 지역에서 굉장히 위험한 상태로 있다는 것을 통일부 차관이 말씀하신 것 같습니다.

박성우: 실장님은 북한에 계실 때, 방사성 물질의 위험성 등에 대해서 당국으로부터 혹시 교육을 받으신 적이 있으신지요?

고영환: 우선 이것부터 말씀드릴게요. 북한의 중앙텔레비전도 일본의 원전 폭발로 인해서 평양, 원산, 청진 등에서 요오드와 세슘 같은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고 최근에 보도했는데요.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사능 물질이 나와서 전 세계가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북한 당국만 가만있으면 주민들이 다른 경로로 소식을 전해 듣고 불안해할 것 같으니까 이런 보도를 한 걸로 보이고요. 질문에 답변을 드릴게요. 저는 북한에 있을 때 일반적인 방사능에 대한 교육은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습니다. 지금 많은 북한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미국이 전쟁을 일으키면 핵폭탄을 쓸 수 있고 화학 물질을 쓸 수 있으니, 방독면을 어떻게 쓰고 폭발 시 어떻게 피하라는 식의 교육은 받은 적이 있습니다.

박성우: 미국의 카터 전 대통령이 북한에 다시 들어갈 예정입니다. 그런데 한국이나 미국에서는 카터 전 대통령의 북한 방문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보도가 있었거든요. 이걸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요?

고영환: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전 아일랜드 총리와 전 노르웨이 총리 등과 함께 4월26일부터 28일까지 평양을 방문한다는 발표가 나왔고요. 방문 목적은 ‘한반도의 평화 증진’이라고 돼 있습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유명한 사람이지요. 현직 대통령일 때 한국에서 미군 7사단을 빼낸 걸로 유명합니다. 1994년 북핵 위기 땐 평양을 방문해서 김일성 주석과 만났지요. 이때 김일성 주석과 김영삼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주선하기도 했습니다. 또 지난해 8월엔 평양에 가서 북한에 억류돼 있던 곰즈라는 미국인을 석방해 미국으로 데려간 인물이기도 합니다. 이번에 카터는 철저히 개인 자격으로 북한에 가는 거라고 해요. 미국의 전직 대통령들이 어떤 임무를 띠고 외국을 방문할 때 미 국무부는 브리핑, 그러니까 사전 설명을 해 주는데요. ‘이번에 가는 나라는 어떤 나라이고,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걸 미리 이야기해 주는 겁니다. 그런데 카터는 아직 이런 설명을 받지 못했고, 또 미국이 군용기도 제공하지 않는다고 해요. 그러니까 이건 철저히 사적인 방문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 이후 고립된 상태인데, 이 고립에서 빠져나오는 출로의 하나로 카터의 방문을 활용하고자 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말도 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과 김정은이 함께 나타나서 카터 전 대통령을 맞이하고, 이걸 전 세계가 북한의 3대 세습을 인정한 걸로 선전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미국과 한국의 당국자들이 불편해하는 거지요. 좀 불쾌해한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

박성우: 실장님은 북한에 계실 때 외교관으로 근무하면서 해외를 많이 돌아다니셨는데요. 북한의 경제 대표단 12명이 2주 동안 미국을 방문하고 지난 3일 귀국했지요. 과거 실장님의 개인 경험에 비춰볼 때, 이번에 미국을 둘러본 12명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고영환: 미국 샌디에이고 대학 국제분쟁협력연구소의 초청으로 무역성, 농업성, 국가계획위원회 등의 국장과 부국장으로 구성된 북한 정부의 미국 견학단이 16일간의 미국 방문을 마치고 4월3일 평양으로 귀국했는데요. 이 사람들이 미국에 머물면서 대표적인 정보기술 회사인 구글과 퀄컴, 그리고 버섯 농장, 쌀 농장, 식료 가공회사 등을 둘러봤습니다. 심지어 샌디에이고 대학, 매사추세츠 공대, 뉴욕 대학 등에서 미국의 자본주의에 대한 특강을 들었어요. 미국 경제와 자본주의에 대한 공부를 한 셈인데요. 저는 북한 외교부에 있을 때 미국과에 있는 친구들과 많이 친하게 지냈습니다. 미국에서 근무해 본 이 친구들은 ‘미국이 대단한 나라다, 소련이 강하다고 하지만 미국과 비교하면 어린아이 수준이다’ 이런 말을 했거든요. 아마 이번에도 똑같은 걸 느꼈을 겁니다. 그리고 심지어는 이런 생각도 했을 겁니다. 왜 이렇게 강한 나라와 싸우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했을 것 같은데요. 그렇지만 평양에 돌아가면 ‘미국에서 본 것들을 절대 말하지 말라, 말하더라도 나쁜 면만 강조해서 말하라’는 교육을 틀림없이 받을 테니까요. 좀 복잡한 마음으로 돌아갔을 것 같습니다.

박성우: 중국의 어느 인터넷 매체가 김정일을 희화한 농담을 게재했다는 보도가 있습니다. 중국의 인터넷 매체가 북한의 최고 지도자를 농담의 소재로 삼았다는 건데요. 이건 어떻게 보십니까?

고영환: 미국이나 일본의 인터넷 사이트에 이런 농담이 올라왔으면 그냥 넘겨버릴 수 있는데요. 그런데 중국의 인터넷 사이트인 ‘조선중국’이 김정일을 비꼰 우스개 소리를 올렸어요. 제목은 ‘김정일 장군 만세’인데요. 내용은 대략 이렇습니다. 북한의 어느 농장에서 일하는 정만용 동무가 강에서 물고기 한 마리를 잡았어요. 집에 돌아와서 아내에게 ‘오늘 물고기 튀김을 해 먹자’고 하니, 아내가 ‘기름이 없습니다’라고 답했어요. 남편이 ‘그럼 찜을 해 먹자’고 하니, 아내가 ‘솥이 없는데요’라고 대답했어요. 그러니까 남편이 ‘그럼 구워먹자’고 하니, 아내는 ‘땔감이 없습니다’라고 말한 겁니다. 화가 난 정만용 동무는 강으로 돌아가서 물고기를 놔줍니다. 그랬더니 물고기가 큰 원을 그리며 한 바퀴 돌고 나서 큰 목소리로 ‘김정일 장군님 만세’라고 외쳤다는 건데요. 북한에 얼마나 먹을 게 없고 사람들이 힘들게 살면, 김정일을 비꼬는 이런 농담이 인터넷 사이트에, 그것도 형제 국가라는 중국의 인터넷에 올라왔는가를 알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바깥세상에서는 김정일 위원장이 농담의 소재로 전락했다는 점을 김 위원장 본인은 알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실장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