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룡해, 명실상부한 2인자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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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이 최고인민회의 제13기 1차 회의를 열고 김정은을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으로 재추대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먼저 총평부터 해 주시죠. 최고인민회의 제13기 1차 회의에서 가장 눈에 띈 점은 무엇이었습니까?

고영환: 크게 세 가지로 평가가 가능합니다. 첫 번째는 최룡해가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승진하여 당, 국가, 군대의 명실상부한 2인자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특징은 리수용 전 제네바 주재 북한 대사가 외무상이 된 것입니다. 리수용은 김정은의 스위스 유학 시절에 대사를 하면서 후견인 역할을 한 인물입니다. 세 번째 특징은 김경희, 즉 김정은의 고모이고 김일성의 딸인 김경희가 사라진 것입니다.

가장 큰 특징은 최룡해의 승진입니다. 그는 장성택이 맡았던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되면서 당 정치국 상무위원,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국방위 부위원장, 군 총정치국장 등 이전에 총정치국장을 하였던 조명록도 가지지 못했던 강력한 지위들을 모두 가지고 북한의 2인자로 자리매김하게 됐습니다.

사실 이는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최룡해는 북한이 그토록 자랑하는 순수한 백두혈통이기 때문입니다. 부친은 빨치산인 최현이고 모친도 역시 빨치산인 김철호입니다. 조부 역시 의병대 출신이니 어찌보면 김정은 보다 더 혈통이 좋은 것이죠. 21세기에 들어 혈통 소리를 하는 것이 참으로 이상한 일이지만, 북한이 하도 혈통을 강조하니 이야기를 드리는 것입니다. 사실 김정은의 경우, 부친 김정일은 빨치산의 아들이라고 할 수 있지만, 모친 고영희는 재일동포에 무용수 출신이니, 반쪽은 백두혈통이 아닌 셈이죠. 그래서 최룡해가 순수 백두혈통으로서 승진을 하고 있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극히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장성택이 사실상 2인자로 활동해 왔는데 지난해 12월 공개 처형되었고, 그래서 그가 가지고 있던 지위를 최룡해가 차지했습니다. 앞으로 최룡해는 당과 국가, 군대의 실력자로서 힘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되며, 장성택이 그러했던 것처럼 그의 뒤에는 많은 당과 국가, 군대의 간부들이 줄을 서게 될 것입니다.

박성우: 김영남과 박봉주는 경질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는데요. 그런데 유임됐습니다. 그 이유는 뭐라고 분석하십니까?

고영환: 이번에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박봉주 총리가 경질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습니다. 그 이유는 그들이 나이가 너무 많고, 특히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북한 경제와 주민들의 삶도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대로 유임됐습니다. 그 이유를 순서대로 들어 보면, 우선은 김정은이 커다란 변화를 주지 못하고 김영남과 박봉주를 유임시키면서 체제의 안정을 꾀했다는 것입니다. 사실 아무런 잘못도 없는 사람들을 교체하면 지도부가 술렁거리기 마련이겠지요.

두 번째는 김영남과 박봉주의 인물 됨됨이에서 찾아 볼 수 있습니다. 김영남은 이전에 제가 북한 외교부에서 근무할 때 오랫동안 같이 일해 본 인물인데요. 김영남은 권력을 쓰려고도 하지 않고 권력을 행사하려 하지도 않고, 그저 시키는 일만 하는 유형의 인물입니다. 정말 북한의 정치 역사에서 김영남처럼 그렇게 고지식하게 김부자에게 충성을 다하고, 과오를 범하지도 않은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 것입니다.

박봉주는 사실 장성택과 가까운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살아 남았습니다. 그 이유는 첫째로 그가 당 정치국 회의에서 울면서 장성택을 비판하고 김정은에게 충성을 맹세했기 때문으로 보이고, 두번째로는 그는 총리가 된 후 큰일을 하지도 못했지만 큰 과오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북한에서 총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아무것도 없고, 경제가 잘못되어 인민들의 원성이 커지면 항상 총리가 덤터기를 쓰고 철직되어 왔습니다. 박봉주 총리도 언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북한 정치계에 어떤 당 및 국가 간부가 총리로 임명되면 그 집에서 곡소리가 나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박성우: 내각도 개편했지요. 앞에서 잠시 말씀하셨지만, 특히 리수용 전 스위스 대사가 외무상이 되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리수용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공사로, 대사로 22년간 일한 인물입니다. 대사로서는 특이하게 김정일 서기실 부부장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말하자면 겸임을 한 셈인데, 그 이유는 리수용이 김정일의 모든 자녀들의 스위스 유학을 뒷바라지하였기 때문입니다. 아버지 김정일은 항상 바쁘고 언제 아이들을 볼 사이도 없었으니, 대신에 리수용이 스위스에서 아버지 같은 역할을 수행했던 것이죠. 더 정확히 말하자면 김정은의 후견인 역할을 했던 겁니다.

김정은은 부친 김정일이 2008년 8월 뇌출혈로 쓰러졌다 일어난 직후 후계자로 급조된 사람이어서 그에게는 자신만의 검토된 인물들, 간부들이 없었습니다. 오직 리수용만이 그가 아는 높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니 리수용은 제네바 대사를 마치고 귀국한 후에도 김정은이 중시하는 합영투자위원회의 위원장 자리를 맡았고, 이번엔 외무상이 된 것입니다.

저는 부친 김정일 시기에 제1부상이 우대를 받던 외무성 시스템이 이제는 외무상이 중심이 되어 돌아가는 시스템으로 바뀔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김정은은 외국도 알고 경제 마인드도 있고 자신이 파악하고 있는 인물인 리수용을 외무상에 임명하여 외국과의 정치 경제 관계를 일임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봅니다. 북한 외무성 사람들은 힘이 센 리수용이 상으로 와서 매우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관련된 질문입니다. 강석주가 내각 부총리에서 물러났는데요. 용도폐기인가요? 아니면 다른 역할을 할 거라고 보시나요?

고영환: 강석주가 부총리 자리에서 물러난 것은 확인되었는데, 반면에 최고인민회의 주석단에 앉아 있는 것도 확인되었습니다. 그가 당 정치국 위원 자리는 그대로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강석주가 부총리에서 해임된 것을 용도폐기로 보기는 힘듭니다.

과거 김정일이 강석주를 외교를 보는 부총리 자리에 임명하였던 것은 미국 국무장관이 부총리급 혹은 그 이상 급이니 북미 협상이 잘 되는 경우 그를 미 국무장관의 상대역으로 쓰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핵실험 강행 등으로 미북 관계가 전혀 풀리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상태를 유지해 왔지요. 즉 그가 할 일이 전혀 없었던 것입니다. 강석주가 이번 최고인민회의 주석단 자리에 있는 것으로 보아 그는 앞으로 당에서 외국과의 경제 관계를 보는 부문에서 일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김경희는 이번에도 나타나지 않았죠.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고영환: 김경희 비서가 공식 석상에서 사라진 지 오래되었고 이번 최고인민회의 제13기 1차 회의에도 나타나지 않아 현재 그가 중병을 앓고 있거나 사망하였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장성택 처형 이후 김정은과 관계를 단절했다는 소문까지 흘러나왔으나, 이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그녀가 주관했던 당 경공업부가 사라졌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백계룡 당 경공업부 부장이 이번에 대의원으로 되지 못했고, 당 중앙위 부장은 당연직으로 대의원이 된다는 사실로 보아 당 경공업부가 사라진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번 최고인민회의 제13기 1차 회의에서 조직된 내각 명단에서도 경공업성이 빠졌습니다. 당 경공업부와 내각 경공업성이 김경희의 직접적인 지도를 받은 부서들이라는 점을 고려해 볼 때 김경희가 이전의 정치적 권력을 잃은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김경희가 권력 무대에서 사라진다는 것은 정치적으로 의미가 큽니다. 장성택을 처형한 후 김경희와 김정은의 사이가 틀어졌고, 김정은이 김일성의 친딸과 사이가 멀어졌다는 것은 이른바 백두혈통 가계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해석을 가능하게 하거든요. 만일 이런 추정들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김정은이 입을 정치적 타격은 어마어마하게 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성우: 북한에서 중요한 정치 일정 하나가 마무리됐습니다. 참 해석할 게 많았는데요. 이번 최고인민회의 제13기 1차회의를 통해 북한은 최룡해에게 권력의 2인자 자리를 넘겨줬다는 점, 그리고 변화보다는 안정을 선택했다는 점, 주목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