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트로도 북한에 쓴소리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 (AFP 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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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중국의 관영 언론이 최근 한반도 정세를 악화시키고 있는 북한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중국의 인민일보가 북한 지도부를 강하게 질타했는데요. 전문가의 기고문을 통해서이긴 합니다만,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있습니다. 어떤 맥락에서 해석하면 되겠습니까?

고영환: 인민일보는 북한으로 치면 로동신문입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이 반영됐다고 보시면 되는데요. 인민일보는 지난 10일 기사를 통해 “북한이 군비를 강화할 100가지 이유가 있다고 해도 유엔 안보리 결의를 어기고 핵실험을 하거나 탄도 미사일을 발사할 이유는 전혀 없다. 북한은 정세를 오판해선 안 된다”고 아주 강한 어조로 지적했습니다.

인민일보의 자매 신문인 환구시보도 같은 날 “원인이 무엇이든 북한이 도를 넘고 있으며, 현재 중국 인민 사이에서 북한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북한의 이익을 해칠 것이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두 나라 간의 특수관계를 고려할 때, 이것도 매우 강한 어조이지요. 중국이 변화하고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북한이 지난 2월 핵실험을 한 뒤 대남, 대외 위협의 강도를 계속 높이고 있지요. 또 중국은 북한에 대한 투자와 수출, 관광 등을 연이어 중단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실제 행동에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말도 되는데요. 중국 지도부의 북한 지도부에 대한 태도가 조금 바뀌고 있는 게 아니냐, 이런 생각을 하게 합니다.

중국은 한 번 대외 정책을 택하면 이걸 쉽게 바꾸질 않습니다. 김일성 주석도 “중국이 개혁 개방을 하라고 우리에게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그렇다고 중국을 너무 긁을 필요는 없다, 중국이 한 번 ‘푸싱’, 그러니까 ‘안된다’고 말하면 정말 바꾸기 힘드니까 주의하라”는 이야기를 했거든요. 그간 중국의 입장은 이렇습니다. 북한 정권이 붕괴돼서 수백만 난민이 들어오면 동북지역의 치안이 불안해지고 중국의 경제 발전에도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죠. 그래서 중국은 싫어하면서도 북한에 지원을 해왔거든요. 그런 중국이 변하고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저는 김정은이 중국을 심하게 자극하지 말고 이젠 중국 사람들의 말을 들어서 긴장 완화를 좀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건 북한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인데요. 중국이 북중 국경을 닫아버리면 북한이 얼마 가지 못할 것이라는 겁니다. 이런 최악의 사태는 피해야겠지요.

박성우: 북한의 또다른 우방인 쿠바의 카스트로도 김정은에게 쓴소리를 했지요?

고영환: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는 정말 김일성 주석의 오랜 전우인데요. 카스트로가 공산당 기관지인 ‘그란마’에 칼럼을 기고했는데, 여기서 뭐라고 말했느냐면, 자신이 김일성을 여러번 만났다고 회고하면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남과 북 어디에도 이익이 없는 끔찍한 살육전이 될 것이다, 북한은 지금의 긴장 조성을 자제하라”고 충고했습니다.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카스트로는 김일성 주석의 둘도 없는 친구이고, 두 사람은 서로에게 힘이 되는, 어려울 때마다 힘이 되는 조언을 해온 사이이거든요. 김 주석이 사망했으니, 그 손주에게 카스트로가 ‘긴장을 조성하지 말라’고 촉구한 것인데요. 이건 아주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고요.

중국 모택동 주석의 손자인 마오신위(毛新宇)도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이 사람은 현재 중국 인민해방군 소장인데요. 마오신위는 신화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은 반드시 비핵화와 평화의 길을 걸어야 한다”고 말했어요.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하고 전쟁의 길이 아니라 평화의 길을 걸어야 한다는 건데요.

김일성 주석의 오랜 전우인 피델 카스트로가 김 주석의 손자인 김정은에게 ‘긴장을 조성하지 말라’고 충고했고, 김 주석의 다른 동지인 모 주석의 손자가 또 김정은에게 ‘핵을 폐기하라, 전쟁을 일으키지 말라’고 충고한 건데요. 북한과 가장 심적으로, 그리고 정치 경제 군사 문화적으로 모두 가까운 두 나라의 지도자들이 북한에 충고하는 정도이니, 다른 사람들은 어떤 분위기인지, 아마 방송을 듣는 청취자들은 충분히 이해할 것 같습니다. 모 주석의 손자와 카스트로가 이야기한 것처럼 전쟁 놀이는 중단하고 인민생활을 향상시키는 옳은 길로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박성우: 요즘 북한 지도부가 저러는 걸 보면서 ‘누가 좀 말려줘야 할 텐데’ 이런 걱정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관련해서 이런 보도가 있었지요. “김정은은 오바마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다”는 건데요. 이게 어떤 의미인지를 우리 청취자들을 위해 설명을 좀 해 주시죠.

고영환: 러시아의 이타르타스 통신이 지난 6일 영국 외교관의 말을 인용해 보도한 건데요. “북한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한반도의 위기 상황을 안정시키는 조건 중 하나로 오바마가 김정은에게 개인적으로 전화하는 것을 요청하고 있다”는 겁니다. 김정은은 미국 프로농구 선수 로드먼을 평양에 불러들여서 ‘오바마 대통령이 전화통화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 말의 뜻은 오바마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전화를 걸어서 ‘우리 회담합시다’, 이런 말을 해 줄 것을 바라고 있다는 뜻이고요. 다시 말해서, 세계 최강국인 미국의 대통령이 전화를 걸던가 특사를 파견해서 ‘우리가 잘못했으니 대화를 해서 긴장을 해소하자’는 말을 기다린다는 건데요. 이렇게 하면 김정은은 군대와 인민에게 이렇게 말하겠죠. “봐라, 최강국인 미국의 대통령이 나에게 무릎을 꿇고 항복했다” 이런 선전을 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 같은데요. 이런 전화 통화를 미국 사람들이 할 리가 없고요. 이미 공식 채널이 있거든요. 그런 채널을 통해서 공식적으로 제의했으면 좋겠습니다.

박성우: 북한과 미국 간에는 ‘뉴욕 채널’이라고 부르는 공식 대화 통로가 있지요. 그런데 최근에는 이 대화 통로가 기능을 거의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있던데요. 왜 그렇습니까?

고영환: 제가 북한에서 외교관을 할 때, 1980년대 초반에 미국 외교관들과 접촉한 적이 있어요. 제가 있던 자이르에서 김일성 주석의 교시를 받아서 했었는데요. 대화를 하자고 하면 미국 사람들은 응합니다. 그래서 대화를 같이 한 1년 반을 했어요. 뉴욕에도 북한 대표부가 있잖아요. 거기 한성렬 공사가 있지요. 5월에 평양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가 있긴합니다만, 뉴욕에 한성렬 공사가 있고, 한 공사의 미국측 파트너도 있거든요. 거기서 이야기를 하자고 하면 미국 사람들이 국무부를 통해서 공식적으로 대화를 하게 됩니다. 그런 대화 통로가 이미 다 마련돼있어요.

제가 미국 신문의 기사를 하나 인용해 드리면, 워싱턴포스트가 9일자로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에도 불구하고 뉴욕의 대화 채널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외교 우체통’ 역할만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냥 서로 자기네 입장만 써서 넣는 ‘우체통’ 역할만 하고 있다고 꼬집은 것이죠. 미국 국무부의 전직 간부는 “한성렬 공사가 아이디어와 의욕이 없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미국 사람들은 뉴욕 채널이 미국에서 일어나는 일을 얼마나 솔직하게 평양에 보고하는지, 그리고 평양 지도부가 그 이야기를 얼마나 신중하게 듣는지를 알 수가 없다고 말합니다.

제가 외교관 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건데요. 과거에는 강석주 제1부부장이 김정일의 지시를 받아서 활발하게 활동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외무성이 담화문만 발표하고 가만 있는,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그래서 그냥 포사격 소리만 계속 울리고 있는 겁니다. 외교부도 좀 제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고요. 김정은 제1비서가 오바마 대통령이 걸지도 않을 전화를 계속 기다리고만 있지 말고, 뉴욕에 있는 북측 대표에게 지시해서 대화를 하자고 하면 뉴욕에 있는 미국측 대표가 공식 채널을 열 겁니다. 그런 절차를 밟았으면 좋겠습니다.

박성우: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북한 지도부도 지금 하신 말씀을 좀 새겨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