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불발에 그친 축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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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측이 김정은 체제의 구축에 발맞춰 쏘아올린 축포가 불발에 그쳤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 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지난 한 주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북측이 13일 오전에 이른바 ‘광명성 3호’를 쏜다면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만 바다로 추락했습니다. 실장님,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북한이 13일 오전 7시 38분 40초경에 광명성 3호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이 미사일은 발사 후 1분과 2분 사이에 120km 상공에서 폭발하였고, 폭발 잔해는 남한의 군산 서쪽 바다 상공에 산산이 뿌려졌습니다. 이는 북한 미사일이 산산조각 났다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북한은 이미 1998년 광명성 1호, 2009년 4월에 2호를 쏘았는데 이른바 궤도진입에는 실패하였지만 어느 정도 날아갔거든요. 그런데 이번 3호는 쏘자마자 완전히 폭발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다단계 로켓인 광명성 3호가 1단과 2단 로켓이 분리되지 않아 폭발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은 발사되자마자 한국과 미국 일본 등 주변나라에서 감지되고 추적되었으며, 이미 아침 7시 50분 이전에 전세계에 실패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북한의 4월 태양절 경축에서 가장 큰 행사인 장거리 마사일 발사가 실패로 끝나서 4월 태양절 명절의 의미가 많이 퇴색된 걸로 보이고요. 북한은 이 미사일 발사로 북한이 인공위성 제작국이며 따라서 강성대국이라고 선전을 하려고 했는데 이것이 무위로 돌아갔습니다. 광명성 3호 미사일 발사에는 1만명 이상의 기술자, 과학자, 노동자들이 동원되었고 무려 8억 5천만 달러의 거액의 외화가 들어갔는데, 이 모든 것이 하늘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사실 4월 명절에 미사일을 쏘지 않고 인민들에게 식량을 사다 주었으면 1년치 식량분인데, 그러면 명절을 더 잘 쇨 수 있었는데, 미사일 실패로 모든 것이 날아 갔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강행 후 세계가 이를 규탄하고 있는데요. 이것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중지한 안보이사회 결의를 위반했기 때문입니다. 미국, 일본, 영국, 독일, 오스트랄리아, 뉴진랜드 등 세계 여러 나라들이 앞다투어 북한을 비판하고 있고요. 북한은 왜 국제사회가 하지 말라는 일만 골라하는지 참 이해할 수 없습니다. 국제사회는 북한이 국제결의들을 위반하였기 때문에 제재를 강화하려 들 것이고 그러면 죄없는 인민들의 삶만 더 피폐해질겁니다.

저는 직접 북한 방송을 봤는데요. 인공위성이 궤도 진입에 실패했다고 북측이 인정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이런 잘못을 인정한 것은 공화국 창건 역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이것도 참 이상한 일입니다.

박성우: 그렇습니다. 앞으로 시간을 두고 계속 분석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주에는 북한에서 큰 정치 행사가 많았지요. 특히 당대표자회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영원한 총비서’로 추대했습니다. 이건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고영환: 북한은 지난 11일 당대표자회를 열고 “김정일을 영원한 당 총비서로 영원히 높이 모신다”고 결정했는데요. 이는 몇 가지 의미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김정일이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후 김일성을 영원한 주석으로 모신다고 결정한 것처럼 김정은은 부친의 행동을 따라 김정일을 당 총비서로 높이 모신다고 결정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김일성은 그런대로 국가를 일으켜 세우려고 노력하였고 국가주석으로 주민들로부터 어느 정도 인정을 받았는데, 김정일은 국가나 경제는 관심이 없고 당만 강화시켰고 당을 통해서 국가를 운영해 왔으니 이를 인정한 셈이고요. 김정일의 그늘 밑에서 북한을 통치하기 위해 김정일을 영원한 당총비서로 만든 것 같고요. 김정은은 2010년 인민군 대장으로 승진했습니다. 김정일이 죽은 후 4개월도 채 안되어 당내에서 아무런 공식 직위도 없던 사람이 김정일의 아들 중 한 명이라는 이유로 북한 노동당의 최고 자리에 올랐습니다. 아마 세계에서 가장 빠른 시기에 당 제 1비서로 승진한 사람으로 기록될 것 같습니다.

박성우: 최룡해 노동당 비서의 약진이 눈에 띄었는데요. 어떻게 분석하십니까?

고영환: 최룡해 비서는 북한군에서 전설적인 인물인 최현의 아들인데요. 1990년대 청년동맹 1비서로 재직하다가 외화를 벌어 제 주머니에 넣는 등 부화한 생활을 하다가 제1비서 자리에서 1998년 물러나 상하수도 사업소로 쫓겨나 혁명화 대상이 됐던 사람입니다. 2003년에 당총무부 부부장으로 재기하였다가 장성택의 “분파사건”에 연루가 되어 철직이 됩니다. 그 후 장성택이 제자리에 돌아오면서 다시 복권되어 황북도당 책임비서를 하였고, 2010년 인민군 대장, 근로단체비서로 놀라운 속도로 출세를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당대표자회의에서 당정치국 상무위원, 당 중앙 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인민군 총정치국장이라는 사실상 군부 서열 1위 자리에 올라왔는데요. 최룡해를 이렇게 벼락 승진시키는 건 김경희와 장성택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이고요. 최현이라는 죽은 사람의 이미지를 통해서 김정은 가족이 군대를 통제하려 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최현이라는 사람은 죽어도 북한군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쓰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박성우: 공석이었던 국가보위부장에 김원홍 인민군 대장이 임명됐지요. 어떤 맥락에서 이해하면 되나요?

고영환: 조선중앙통신은 김원홍 총정치국 조직담당 부국장이 4월부터 국가안전보위부장으로 일하게 되었다고 발표했는데요. 김원홍은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인민군 보위사령관으로 일하면서 수많은 사람에게 나쁜 기억을 안겨준 인물로 알려져있습니다. 그는 보위사령관 시 공을 세운 공로로 2010년 2월 인민군 총정치국 조직담당 부국장으로 승진했습니다. 그랬던 그가 올 4월 국가안전보위부장이라는 중요한 자리에 임명되었는데요. 보위부장 자리는 김정일이 수십년 동안 공석으로 남겨 놓았을 정도로 중요한 자리인데, 김원홍이 임명되었다는 것은 죄없는 수많은 사람을 죽인 공로가 인정되었다는 뜻이며, 김원홍에 대한 김정은의 신뢰가 대단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김원홍이 부장으로 임명되면서 그동안 국가안전보위부 1부부장으로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의 선봉에 섰던 우동측이 사라졌는데요. 없어졌든 있든 간에 우동측은 지금껏 김정은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왔는데, 그 사람 윗자리에 김원홍이 갔다는 것은 북한 권력내부에서 일정한 변화나 알력들이 일어나고 있지 않는가 하는 추측을 가능하게 합니다.

박성우: 북한은 4월 15일 김일성 생일 100주년을 맞아서 이른바 ‘강성대국’을 선포한다는데 온 힘을 기울여 왔습니다. 거의 맹목적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로 모든 중요한 정치 일정을 여기에 끼워맞췄는데요. 그런데 4월 15일 이후엔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그림이 보이질 않습니다. 실장님은 어떠신지요?

고영환: 북한은 현재 말 그대로 “축제분위기”죠. 11일 당대표자회를 하여 김정은이 당1비서로, 당중앙 군사위원장으로, 당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되었고, 그의 뒤를 따라 줄줄이 간부들이 승진하고 있습니다. 13일 오전 7시 39분 경에는 1만명의 인력이 동원되고 8억 5천만 달러가 소요된 이른바 은하 3호를 발사했고요. 물론 실패했지만요. 그리고 같은 날 최고인민회의를 열었고, 15일 당일에는 4월 봄 축전을 사상 최대로 진행할 것이고, 이외에 15일 당일 날에는 수십만 군중시위와 경축야회, 국가연회들이 진행될 겁니다. 이외에도 4월 15일이나 창군 80돌인 4.25일에는 군사열병식이 진행될 것이 거의 확실한데요. 말 그대로 4월 한 달이 계속하여 행사이고 휴식이고 놀고 하는 명절인 셈인데, 이 모든 행사준비와 진행에 돈이 한 두 푼 드는게 아니거든요.

저는 이 행사 준비들을 보면 1989년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이 생각 납니다. 전 그때 외국대사관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외국인 예술단, 대표단들을 행사에 보내느라 고생도 많았고 또 대사관은 수만 달러의 돈을 썼거든요. 평양에서 출장을 온 외교부 동료들의 말에 의하면 13차 축전에 온 국가가 다 동원이 되었고 이 축전에 사용된 외화만 수십억 달라는 넘었을 거라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때 13차 축전이 북한경제를 완전하게 무너뜨렸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4월의 축전에 쓰는 돈은 그때보다 더 많은 것 같아요.

그럼 명절들이 지나간 후에는 북한은 무엇으로 살 것인지 궁금합니다. 아무런 전망도 없고, 앞으로의 목표도 같은 것도 전혀 없이 미사일 발사하고, 간부들이 승진하고 훈장 타는 것 밖에 없으니 정말 북한 주민들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닐것 같습니다.

박성우: 새 지도부가 출범했으면 새로운 정책을 내놓은 게 당연한 순서지요. 노동당 제1비서 김정은도 이젠 일반 인민을 위한 정책을 조속히 내놓길 기대해 봅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실장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