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김경희의 모습이 북한 기록영화에서 사라진 걸로 확인됐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지금 한국에서는 지난 16일 오전 전라남도 진도 해상에서 발생한 여객선 침몰 사고 때문에 국민들이 큰 슬픔에 잠겨 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실종 상태인데요. 먼저, 이 질문부터 드리죠. 위원님, 이번 사고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저도 진도 앞바다에서 여객선이 침몰하고 2백여명의 고등학교 학생들이 실종된 사건이 생긴 다음부터 마음이 너무 아파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있는데요. 한국에서는 배가 침몰하자마자 전국의 텔레비전과 라디오들이 정규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사고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달하고 있어서 전국민이 어떠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전혀 다릅니다. 홍수, 산사태, 여객선 사고가 나도 그 어떤 텔레비전 방송도 사고 규모나 상황을 알려주지 않고 사람들은 귀동냥으로 소식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에서는 사고가 나면 온국민에게 사고 소식을 알리고 구조 상황도 보고하고 그러는데 북한에서는 철저히 사고 소식을 통제하고 소식이 확산되지 않도록 막는 것이죠. 그리고 사람들도 인권이나 생명에 대한 중시 관념이 없어서 ‘아, 또 사고가 났구나’ 이런 식으로 반응합니다.
아무튼 하루속히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유가족들에게 적당한 보상도 이뤄지고, 책임자들은 처벌을 받으면 좋겠습니다.
박성우: 남북한에서 대형 사고가 발생했을 때 각각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대해 짧게 말씀해 주셨는데요. 일단은 조속한 구조작업이 이뤄지길 기대해 봅니다. 이번 사고 때문에 북한과 관련한 소식은 많은 관심을 끌지는 못하고 있는데요. 그나마 이 소식은 중요하게 다뤄졌지요. 김경희가 기록영화에서 사라졌습니다. 위원님, 이게 게 의미하는 바는 무엇입니까?
고영환: 조선중앙텔레비전이 지난 15일 기록영화 ‘영원한 태양의 성지로 만대에 빛내이시려’를 재방영했습니다. 그런데 김정일의 누이동생이고 이른바 백두혈통인 김경희 비서의 모습을 담은 화면이 다른 화면으로 교체되어 방영됐습니다. 지난해 12월 13일 처음 방영되었던 이 기록영화에는 김경희 비서가 2012년 12월 17일 금수산태양궁전 개관식 때 김정은과 같이 참배하는 모습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이는 김경희 비서의 모습을 북한이 지우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김경희가 정치적으로 숙청을 당하였다는 것을 뜻합니다.
제가 자이르 공화국 북한 대사관에 3등 서기관으로 나가 있던 1980년대 초반에 대사관에서 보관하고 있던 모든 신문과 잡지에서 김일성 주석의 부인인 김성애의 사진을 오려내어 불태워 버리거나 까만 먹으로 지우는 작업을 1주일 내내 했던 기억이 납니다. 다시 말하여 김 부자를 반대하거나 김 부자를 반대한다는 혐의를 받고 숙청이 되면 그 사람들의 흔적을 기록영화나 신문 잡지에서 지우는 것입니다.
장성택도 북한 선전물들에서 그렇게 사라졌는데, 이제는 김경희의 모습까지 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김경희가 누구입니까. 김일성의 친딸이며 김정일의 하나 밖에 없는 여동생입니다. 그런 김경희를 조카 김정은이 정치적으로 죽이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엄청난 정치적 의미를 가집니다. 김정은이 유일한 백두혈통의 씨를 말리고 있으며, 김일성과 김정일이 그토록 사랑하였던 김경희를 육체적으로 고립시키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정치적으로 숙청하고 있다는 것이며, 진정한 백두혈통의 명맥이 끊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박성우: 김경희가 살아는 있을까, 이런 의문이 생기는데요. 위원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고영환: 김경희 비서는 원래 건강한 몸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긴 하여도 죽을 정도는 아니었죠. 그런데 지난 해 12월 12일 김정은이 고모부이자 김일성의 사위였던 장성택을 처형하면서 급격히 건강이 나빠졌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소식통들에 의하면 장성택은 처형당하기 전에 아내 김경희를 만나게 해 달라고 부탁하였고 김경희도 김정은에게 오빠 김정일이 장성택에게 하였던 것처럼 그냥 혁명화를 보내자고 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김정은은 장성택을 처형하였고 그러면서 김경희와 김정은 사이가 급격하게 멀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김경희는 살아 있다고 하더라도 모처에 연금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고, 이 세상에 다시 나타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집안의 큰 어른이며 김일성의 딸까지 숙청해버리는 김정은은 정말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박성우: 오늘은 김씨 일가 이야기를 좀 더 해 보겠습니다. 김일성의 생일이 지나갔는데요. 예전과 비교하면 좀 조용하게 치른 느낌입니다.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제가 4월 15일 북한 중앙텔레비전을 하루 종일 지켜봤는데요. 이전처럼 4월의 봄 축전을 하고 만경대상 경기대회를 하고 저녁에는 20여분 동안 대동강반(강변)에서 축포를 쏘았습니다. 장거리 미사일 발사나 대규모 열병식 같은 것도 없었고 국가 연회도 작은 규모로 진행되어 다른 해보다 조촐하게 진행되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저녁에 축포를 쏘는 것은 다른 해와 비슷했습니다. 2010년 4월 15일에 축포를 쏘는데 600만 달러가 들어갔다고 하는데, 이번에도 축포 규모는 비슷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리 김정은이 축포 쏘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여도 20여분 동안 하늘에 외화를 쏘아대는 것은 이해하기 힘듭니다. 이번에 김일성 생일 경축규모를 작게 한 것은 이제는 김일성이나 김정일보다 김정은 자신을 내세우는 것이 더 절실해졌고 북한 경제 형편도 좀 더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됩니다.
박성우: 북한에선 지도자를 우상화, 신격화하는 수단으로 동상을 많이 만들죠. 그리고 밀랍상도 만듭니다. 실물하고 똑같이 만들죠. 그런데 김일성의 밀랍상이 원래 키보다 좀 더 크게 제작됐다고 하는데요. 아무래도 좀 더 위대해 보이도록 만들고자 했기 때문이겠지요?
고영환: 그렇습니다. 김일성, 김정일, 그리고 김정일의 생모 김정숙의 밀랍상을 만든 중국위인납상관의 장모레이 관장이 중국의 한 주간지와 인터뷰하면서 김일성, 김정일, 김정숙의 밀랍상을 만든 뒷이야기를 하여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장 관장에 따르면 김정일은 중국에 김일성의 밀랍상을 만들어 달라고 하면서 밀랍상 크기를 김일성의 원래 모습보다 더 크게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김일성의 원래 키가 173cm인데 이를 189cm로 해달라고 했다는 것이죠.
이후에 김정일은 생모 김정숙의 밀랍상을 항일 여장군으로 묘사하여 만들어 달라고 해 중국이 제작해 북한에 보냈는데, 그 밀랍상은 김정일이 죽기 하루 전에 평양에 도착해서 김정일은 그걸 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김정일이 사망한 다음에는 김정은이 부친 김정일의 밀랍상을 만들어 달라고 중국에 부탁하면서 이번에도 김정일의 키보다 더 크게 만들어 달라고 했다고 합니다.
밀랍상을 만드는 원칙은 원래 모습과 똑같은 크기로 만드는 것인데, 북한은 김일성, 김정일의 밀랍상을 원래 키보다 더 크게 만들어 달라고 했다는 것이죠. 이는 아무래도 그 사람들을 더 위대하게 보이게 하려고 그러는 것입니다. 아무튼 장 관장은 김부자의 밀랍상을 만들어 외국인으로는 최초로 인민예술가 칭호를 받았다고 하는데요. 이것도 중국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박성우: 밀랍상 하나 갖고도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요. 김일성의 밀랍상은 원래 키보다 16cm나 더 크다는 점, 우리 청취자들도 처음 알게되신 분들이 많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나저나 이번주는 ‘참 우울하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전남 진도 해상에서 발생한 이번 여객선 사고 때문입니다. 한 명이라도 더 구조될 수 있기를 북한의 청취자들께서도 한마음으로 기원해주시지 않겠나 싶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