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대화에 나설 준비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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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된 지 이틀째인 지난 10일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에서 공단 차량이 귀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è¼ÓµÇ´Â ±Íȯ'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된 지 이틀째인 지난 10일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에서 공단 차량이 귀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ÀÓº´½Ä/YNA)

앵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한의 호전적인 태도가 최근들어 조금 수그러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지난 18일 북측의 국방위원회와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나서서 한국과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원한다면 이른바 ‘도발행위’를 그만 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어떻게 해석하셨습니까?

고영환: 국방위 정책국과 조평통은 한국과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원한다면 이른바 도발 행위를 중지하고 안보리의 제재 조치를 철회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이는 일단 북한이 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선포한 것으로 보이고요. 사실 올해 한반도에 긴장을 조성한 측은 북한입니다. 북한이 세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핵실험을 하였고, 그래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제재 조치를 취했던 거지요.

북한 지도부가 자꾸 그렇게 선전을 해서 많은 북한 사람들이 유엔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요. 북한에서 외교관 생활을 오래 한 제가 보기에 유엔은 세계 평화를 지키기 위해 모든 나라들이 만든 가장 권위 있는 국제 기구이고, 안전보장이사회는 중국과 러시아, 미국, 프랑스 등 강대국과 각대륙의 대표 국가들로 구성되어 있는, 세계가 필요로 하는 기구입니다. 안보리 제재를 단 한번도 받지 않는 나라들이 대다수이고, 세계 절대다수의 나라들이 결정해서 제재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 북한이 하는 행동이 국제규범에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긴장을 풀고 대화를 하려면 긴장을 조성한 나라가 문제를 먼저 푸는 것이 당연한데, 북한이 저렇게 과도하게 나오는 것이 참 이해가 안 됩니다.

그런데 한 가지 주목할 게 있습니다. 연일 최고조의 위협 조치와 발언을 쏟아내던 북한이 4월 초 이후 조금 조용해지고 있고 위협의 수위를 낮추는 모양새를 보인다는 점입니다. 이는 북한이 조건을 내걸고 있기는 하지만 대화를 물밑에서 준비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분석을 가능하게 합니다. 물론 가까운 시일 내에 대화 국면이 성사되기는 어렵겠지만, 북한도 군사 훈련만 하여서는 인민을 먹여 살릴 수 없고 경제를 발전시키려면 외국의 돈도 끌어 들여야 하니 중장기적으로는 대화에는 나서리라고 봅니다.

박성우: 한동안 잠잠했던 통일전선부도 최근 들어서 활발해졌습니다. 이게 의미하는 바는 무엇입니까?

고영환: 김양건 통전부장 겸 대남비서가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지난 8일 개성공단을 시찰한 후 개성공단 잠정 폐쇄를 선포했고, 9일에는 통전부 외곽단체인 아태평화위원회가 그리고 18일에는 통전부의 대외 명칭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성명을 내는 등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활발하게 활동하던 통전부는 김정일 위원장이 뇌출혈로 쓰러진 후 북한의 정치 무대에서 거의 사라졌지요. 그 대신 정찰국이 정찰총국으로 확대되고 김영철 총국장이 빈번하게 활동했습니다. 특히 핵실험 이후 북한 정치는 북한 군부가 이끌었지요. 거의 매일 북한 텔레비전에 등장하는 것은 군 장령과 군대 뿐이었고, 금방 전쟁이라도 날듯이 소란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최근 통전부가 다시 전면에 나서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이는 당 기능이 다시 강화되었다기보다는, 당과 군대가 서로 김정은에게 충성 경쟁을 하는 것으로, 김정은이 당과 군대를 쌍두마차로 이용해 한국과 세계를 상대로 위협 수위를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최근 수개월간 북한의 각 기관, 각 부문마다 김정은에 대한 충성을 보이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는 것이 눈에 띄는데요. 권력 교체기에 간부들이 살아 남기위해 ‘나보다 더 충성스런 사람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 같고, 김정은 제1비서는 이를 이용하여 권력기반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나라의 경제와 인민생활은 뒷전이고 충성 경쟁만 하니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박성우: 통일부 대변인이 북측에 좀 눈에 띄는 요구를 하나 했습니다. “품격있는 언어”를 좀 쓰라는 건데요. 위원님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한국의 통일부 대변인이 지난 17일 “행동하는데도 품격이 있어야 하고 언행에도 품격이 있어야 한다, 이는 가장 기본적인 도리이다”라고 말했지요. 북한은 김정일 위원장이 뇌출혈로 쓰러지고 김정은이 후계자로 선정된 2009년 초부터 정말 품격없는 어휘들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북한은 “최고존엄”이라는 소리를 많이 하는데, 이명박 정부 당시 북측은 한국의 대통령을 상대로 차마 입에 담기도 어려운 쌍욕으로 비난하였고, 한국 정부를 “쥐떼 무리”등으로 표현하는 등 정말 상식 외의 발언들을 했습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김정은 제1비서가 군부대를 시찰하면서 “죽탕쳐 버려라”, “한놈도 남김없이 불태워 버려라” 등의 발언을 직접 했습니다. 어느 한사람의 인품은 그 사람이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하지요. 우리 부모님들도 아이를 키울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문이 말을 아름답게 하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북한이 쓰는 말은 동네 깡패들도 쓰지 않을 정도의 험한 막말이고 호전성이 묻어 납니다.

한 나라의 방송이나 신문에서, 그리고 지도자의 발언에서 욕설이 끊이지 않고 나오니, 한국과 세계 사람들은 정말 어떻게 한 나라의 지도자와 정부, 그리고 방송이 저런 말을 쓰는가에 대해 무지 의아해하고 있습니다. 통일부 대변인이 요구한 것처럼, 북한은 정상적인 말과 표현을 쓰는 정상적인 국가로 되돌아와야 할 것입니다. 이런 표현들을 계속해서 쓰면 욕을 먹는 것은 북한이고 북한 사람들 뿐입니다.

박성우: 또 한가지 중요한 현안이 있지요. 개성공단의 운영이 중단된 게 19일로 열하루째가 됐습니다. 위원님께서는 북측의 진짜 의도가 뭐라고 분석하십니까?

고영환: 개성공단은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같이 만든 민족 공동의 경제협력 단지이고, 북한으로 보면 김정일 위원장의 유훈 사업입니다. 공단이 폐쇄되기 전에 공단에서는 53,000여명의 북측 근로자들이 남측 기술자들과 화기애애하게 일했습니다. 남과 북의 인원들은 같이 일하면서 ‘우리는 김치와 된장국, 이밥에 고깃국을 좋아하는 한민족’이라는 것을 통감했지요. 또한 북측에게 개성공단은 외화로만 9천만 달러의 현금을 벌어들이는 금싸라기 같은 장소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유훈 사업이 김정은 시대에 와서 위기에 처한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북측이 김양건 부장을 개성공단에 보내 잠정 폐쇄한다고 한 것은 일정한 의미를 가진다고 봅니다. 북한은 향후 정세를 보아가면서 개성공단의 완전 중지 혹은 정상화 여부를 결정하리라고 봅니다.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김정일 위원장의 유훈사업이고 외화 현금을 받을 수 있으며 5만여명의 근로자들이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곳이 개성공단이니만큼 저는 희망을 조금 가져 봅니다.

박성우: 독일의 캠핀스키 그룹이 류경호텔 운영 계획을 철회했습니다. 아무래도 현재의 한반도 상황과 관련이 있어 보이지요?

고영환: 그렇습니다. 국제적인 호텔 경영 기업인 캠핀스키 그룹이 류경호텔의 운영 계획을 철회하였다고 홍콩의 차이나 모닝포스트지가 지난 9일 보도했습니다. 외교 소식통들은 북한이 날마다 전쟁을 한다고 위협을 하는데 그 어느 나라가 북한에 투자하겠느냐고 말하고 있습니다. 방금 전 말씀드린것처럼 잘 돌아가고 있던 개성공단도 폐쇄하고 근로자들을 일방적으로 철수시키는데 그 어떤 나라가 북한에 투자하겠습니까. 개성공단까지 막아버리는 현실을 보면서 중국도 투자를 중단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중국이 그럴진대 구라파 나라들이 북한에 투자할 이유가 없지요. 외국의 투자를 받아들이지 않은 나라가 세계에서 성공한 사례는 없습니다. 이 점을 좀 명심했으면 좋겠습니다.

박성우: 그렇습니다. 개성공단이 재가동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누가 북한에 투자하려고 할까, 이런 궁금증이 생기고요. 그 답은 너무나 자명하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