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김정은 제1비서의 백두산 행보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김정은 제1비서가 전투비행사들과 함께 백두산에 올랐다고 지난 19일 북측 매체들이 보도했습니다. 특히 로동신문 6개면 중 4개면이 이 소식으로 도배됐는데요.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보시는지요?
고영환: 북한의 신문과 방송들이 지난 19일 김정은 제1비서가 북한군 전투비행사 백두산지구 전적지 답사행군대 대원들과 함께 백두산에 올랐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은 김정은의 백두산 방문은 김정일의 '공화국 원수'로의 이른바 추대일인 4월 20일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북한이 김씨 일가를 '백두 혈통'으로 묘사하며 백두산을 이른바 '혁명의 성산'으로 지칭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김정은의 사진 공개는 그의 백두산 방문이 조종사 행군대원들에 대한 단순한 격려 차원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김정은은 지난해 4월초 북한군 연합부대 지휘관들의 백두산 혁명전적지 답사행군대를 방문해 연설한 적이 있으나 당시엔 천지에 오른 사실이나 모습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일각에서는 김정은의 이번 백두산 방문을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숙청을 결정했던 지난 2013년 11월30일의 '백두산 삼지연 회동'과 비교하고 있습니다. 당시 김정은은 장성택의 숙청을 결정하기 위해 당시 당 부부장들이던 박태성, 황병서, 김병호, 홍영칠, 마원춘과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한광상 당 재정경리부장 등 이른바 '8인방'을 대동하고 삼지연을 찾았습니다. 이번 백두산 방문에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최룡해와 김양건 당중앙위원회 비서, 리재일과 리병철 당 제1부부장 등 최고의 핵심 측근 5인을 대동한 것도 2013년도와 비슷합니다.
이 같은 맥락에서 김정은의 이번 백두산 방문은 그가 정치적으로 또 한 번의 의미 있는 결정을 내리기 위한 것이 아니겠냐는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광복 70년 당 창건 70년을 맞이하는 올해 북한이 대내외적으로 그 어떤 커다란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고, 다른 한편으론 장성택의 숙청 경우와 마찬가지로 북한의 권력 지도가 재편될 수준의 조직개편 조치가 결정됐을 수도 있다는 분석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 김정은의 백두산 방문이 자신만이 '백두 혈통'의 적자이며 따라서 소위 '나 김정은만이 조선을 이끌 수 있다'는 것을 주민들에게 알리자는데 가장 큰 목적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친이 조총련계라서 김정은 혈통의 반이 일본 혈통이니 더 더욱 백두혈통에 매달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박성우: 그런데 백두산 꼭대기에서 촬영한 사진이 어딘가 좀 이상하다는 지적이 있죠. 위원님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김정은 제1비서가 지난 18일 전투비행사들과 백두산 정상에서 찍은 기념사진이 조작되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로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9일 보도한 사진을 분석한 결과, 김정은을 둘러싸고 사진을 찍은 전투비행사들 위에 있는 무리에 이상한 점이 발견된 것입니다.
저도 사진을 구체적으로 들여다 보았는데, 정말 이상하였습니다. 사진 뒷부분에 돌출된 16명가량의 군인은 바위 같은 것에 올라있는 듯 보이지만, 이들 다리 사이가 하얗게 비어 있어 배경이 된 백두산 천지가 그대로 보입니다. 특히 이들 중 가장 뒤쪽에서 팔을 뻗고 있는 군인의 손목 부분은 소매가 어색한 각도로 파여 있는 등 군데군데서 사진이 조작된 흔적들이 눈에 띕니다. 한국의 어느 사진 전문가는 "이들 군인과 앞쪽에 찍힌 군인의 얼굴 크기가 같아 원근법으로 봐서도 어색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이 이번에 사진을 조작한 것은 이른바 '최고 존엄'인 김정은이 주재한 행사들의 참가자 수를 부풀려 그의 권위를 높이려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많은 비행사들이 김정은을 둘러싸고 옹호하는 모습을 연출하려한 것이 아니였겠느냐는 생각이 듭니다.
박성우: 북측 매체의 사진 조작 사례는 과거에도 여러번 확인됐는데요. 왜 자꾸 이런 일이 되풀이되는 걸까요?
고영환: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 사진 조작은 급증하는 추세를 보였죠. 4년 전 27세란 젊은 나이에 집권하다보니 권위를 세우기 위해 사진들을 조작하는 건데요. 초기에는 흡연 장면을 없애려 손가락 사이 담배를 없애버리는 방식이었는데, 담배 연기를 지우지 않는 바람에 들통이 났었죠. 2012년 말에는 김정은이 공을 들인 마식령 스키장 개장 행사장이 썰렁하자 스키 선수들의 사진을 떼어다 붙여 붐비는 모습이 나오도록 조작한 사례도 있었고요. 김정은이 참관한 상륙 훈련을 전한 로동신문 사진은 공기부양정 이미지를 복사하여 더 갔다 붙이는 방식으로 숫자를 늘렸다가 발각된 적도 있습니다.
들통이 날 때마다 국제적 망신을 사면서도 북한이 왜 이런 행태를 되풀이하느냐는 질문들이 생기는데요. 그 이유는 밖에서 뭐라고 하든 북한 주민들에게 김정은이 소위 위대하다는 것만 알려주면 된다는, 그래서 김정은의 권위가 올라간다면 그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다는 북한 선전 당국의 아첨과 충성 경쟁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지나친 거짓과 아첨 경쟁은 이번처럼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적으로 이제는 북한 주민에게도 조작을 통한 선전선동이 먹히지 않는다고 합니다. 북중 국경지역에서 남한의 드라마와 가요 등의 북한 유입실태를 조사 중인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북한 주민들이 "김정은 찬양교양에 냉소적 태도를 보이고, 강연 도중 '쳇, 쳇'하며 불만을 드러내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너무 과도한 우상화 시도가 인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입니다.
박성우: 김정은 제1비서와 관련된 소식을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북한이 러시아의 어느 대학에 김 부자가 쓴 저서를 기증했다는 소식이 최근에 북측 매체에 보도됐는데요. 북한에 계시는 우리 청취자들이 이 뉴스를 접했을 때 생각할 법한 내용과 북한 밖에 사는 사람들이 이 소식을 들었을 때 떠오르는 생각이 참 다르거든요. 위원님은 어떠십니까? 설명을 좀 해 주시죠.
고영환: 북한이 김일성 주석의 생일을 맞아 러시아 대학에 책을 기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23일 보도했습니다. 중앙통신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김정은의 노작들을 비롯한 각종 도서가 두 개의 러시아 대학들에 지난 14~15일에 기증되었다고 전했습니다.
제가 북한에서 외교관 생활을 할 때 가장 관심을 가지고 하였던 일 중 하나가 해당 나라 대학과 도서관들에 김부자의 노작들을 전달하는 것이었습니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가 잠깐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외국 대학들과 도서관들은 외국의 도서들을 돈을 주고 사와 서고를 채우는데 북한이 공짜로 책을 주겠다고 하니 '그럼 뭐 받지' 하면서 책을 기증받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정치도서는 흥미가 없어서 잘 읽지는 않지만 북한이 어떤 나라인지 알고 싶으면 북한책을 읽긴 하는데 정작 읽기 시작하고 보니 김부자 소리만 나오니 읽다가 그냥 버리고 그러죠.
북한 외교관들은 또 왜 이런 일을 하는가 하면, 김 부자의 노작들을 어느 대학에서 요구한다고 평양에 전보를 보내면 대외선전을 잘한다고 당 중앙위 선전선동부에서 치하를 하고 훈장도 주고 하니 더욱 기를 쓰고 이런 일을 하는 것입니다.
외국에서 외화로 수입한 비싼 종이를 쓰면서 만든 노작들을 외화로 수송비를 주고 외국까지 가져가고, 그렇게 하는 사이에 북한 경제는 허리가 휘는 것입니다. 제가 외교관을 할 때도 '저 돈으로 어린이들에게 차라리 사탕을 사주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런 소리들을 우리끼리 몰래 하곤 하였습니다. 아직도 저러고 있으니 참 안타깝습니다.
박성우: 마지막으로, 캐나다의 어느 인권단체가 '김정은의 외국 방문을 막아달라'는 청원에 나섰다는 소식이 있습니다. 위원님은 어떻게 보셨는지요?
고영환: 캐나다의 어느 북한인권단체가 김정은을 외교상 '기피인물'로 지정해 외국 방문을 막아달라는 청원을 해서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캐나다 '북한인권협의회'는 지난 22일 캐나다 총리실과 외교부, 의회 주요 의원실에 김 제1위원장을 기피인물로 지정해달라는 청원서를 제출했습니다. 외교 전문용어로 '페르소나 논 그라타'라고 하는 기피인물은 흔히 마약범,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른 자, 해당국의 법과 질서를 어긴 자를 의미합니다. 한번 기피인물로 지정된 인사는 해당 국가 입국이 전면 금지됩니다. 이제 해외여행이 금지되면 김정은이 국제사회에서 더 고립될 것입니다.
박성우: 북한 내에서는 김정은 제1비서가 소위 '백두 혈통'의 '위대한 지도자'로 불리지만, 북한 밖에서 김정은의 위상은 '기피인물'이라는 점 알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