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한국 정부가 개성공단 문제를 풀자며 실무회담을 제의했지만, 북측이 거부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한반도 현안 중에서 개성공단 문제가 이번 주 핵심 사안이 됐습니다. 먼저, 한국 정부가 실무회담을 제안한 배경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북측이 이 제안을 거부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한국 정부는 지난 25일 통일부 대변인을 통해 장기화되고 있는 개성공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남북 간 회담을 공식 제의했습니다. 한국은 개성공단 근로자의 인도적 문제 해결과 공단의 정상화를 위한 책임 있는 당국 간 실무회담을 제의하면서 26일까지 답장을 주지 않을 경우 ‘중대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발표했던 것이죠.
사실 개성공단은 북측이 지난 3일 잠정 운영중단 조치를 발표하고 지난 9일에는 북측 근로자를 전원 철수시키면서 가동이 전면 중단된 상태입니다. 그런데 아직도 공단에는 한국 측 근로자 176명이 남아 있다고 해요. 북한은 남측 근로자들의 식량과 반찬, 의약품, 원자재 등의 반입을 막고 있어서 남측 인원들이 제대로 식사도 못 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는 계속해서 이런 상태를 끌고 갈 수 없을 뿐 아니라 근로자들의 건강 문제나 신변안전 문제가 있으니, 이 문제를 매듭짓고 가자는 의미에서 회담을 제의한 것 같습니다.
이에 북한은 26일 국방위 정책국 대변인 담화를 통해서 ‘북한이 먼저 중대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하면서 남측의 대화제의를 거부했지요. 북한이 개성공단 잠정 중단조치 같은 강경책을 취는 이유는 북한이 당장 전쟁을 할 것처럼 위협은 하는데 개성공단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니 주민들은 전쟁이 일어난다는 당국의 말을 믿지 않고 있기 때문인 듯합니다. 더 나아가 남북관계를 지금처럼 긴장시키는 게 김정은의 군사적 지도력을 인민들에게 각인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데, 개성공단이 떡하니 돌아가면 앞뒤가 맞지 않다고 보고 있는 것 같아요.
개성공단은 김정일 위원장의 유훈 사업이고,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이며, 54,000여 명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일터이며, 1년에 북한에 9천만 달러의 외화 현금을 벌게 해주는 국가를 위한 사업입니다. 북한 측은 개성공단 폐쇄 조치를 풀고 하루속히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할 것입니다.
박성우: 요즘 남북 간 현안을 보면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남북관계를 언급하면서 ‘신뢰 프로세스’를 자주 이야기하는데요. 프로세스는 절차를 뜻하지요. 남북 간에는 신뢰를 먼저 쌓는 게 필요하다는 건데요. 개성공단만 보더라도 신뢰 프로세스가 왜 필요한지, 이해가 되지 않나 생각됩니다. 관련해서, 박근혜 대통령이 다음 달 미국을 방문하는데요. 여기서 박 대통령이 ‘서울 프로세스’라는 걸 제안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게 뭘 뜻하는 건지, 그리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서 설명을 좀 해 주시죠.
고영환: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4일 국내 언론사 간부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가진 자리에서 ‘서울 프로세스’의 내용을 설명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5월초 미국을 방문하는 기회를 이용해 ‘서울 프로세스’의 기본적인 내용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서울 프로세스’란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한국 그리고 북한 등 동북아 국가들이 다자간 협력 구상을 갖고 기후 문제, 테러 대응, 원자력 안전문제 등 비정치적이고 비군사적인 문제, 그러니까 당장 할 수 있는 부문부터 토의를 하고 신뢰를 쌓아 나가면서, 이후 더 큰 신뢰를 키워 동북아의 평화를 이루겠다는 구상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부터 북한 문제와 통일 문제를 ‘신뢰 프로세스’로 풀어나가겠다는 정책을 내세웠습니다. ‘서울 프로세스’는 ‘신뢰 프로세스’와 큰 테두리 안에서는 동일선상에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서로 대치상태에 있는 나라들, 즉 중일 간 영토 분쟁, 한일 간 독도 문제, 러일 간 북방 영토 문제, 그리고 남북 간 대치 문제 등 갈등이 심한 문제가 많으니, 그런 심각한 문제들보다는 각 나라가 직면한 공통의 문제인 기후변화 문제, 테러 문제 등 비정치적인 문제들을 먼저 풀어 신뢰를 쌓고, 이렇게 신뢰가 쌓이면 당연히 심각한 문제들도 풀 수 있지 않겠느냐는 논리입니다.
현시점에서 동북아 각 나라들의 갈등을 풀고 평화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서울 프로세스’ 방안이 거의 유일한 해결 방도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동북아 전체 지역에서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 이런 대화 제의에 긍정적으로 호응해 오길 바랍니다.
박성우: 지난 한 주 중요한 일이 많았습니다. 이 문제도 짚고 넘어가고 싶은데요. 한국의 윤병세 외교장관이 24일 중국 베이징을 찾았습니다. 왕이 외교부장, 리커창 총리 등과 만나서 회담했는데요. 북한과 관련한 의제가 핵심이었습니다. 위원님,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윤병세 장관이 지난 24일 베이징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를 만나 북핵 문제와 한중 양국 간 문제 등을 토의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리 총리는 한중 관계가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관계들 중 하나라고 하면서 중국은 시종일관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해 노력해 왔고 이에 반대되는 행동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하라는 매우 강력한 외교적 발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외교에서 “단호히”라는 말은 잘 쓰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현재 매우 강력하게 중국이 북한의 핵 무력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같은 날 윤 장관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만나 회담을 하였는데, 여기에서 한중 양국은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함으로써 북한의 핵무기를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한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특히 왕이 부장은 한국과 북한, 그리고 미국 등 6자회담 당사국들이 조속히 6자회담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6자회담은 영원히 죽었다”는 북한의 발표에 정면으로 반대의사를 표시한 것입니다.
북한이 핵실험 이후 긴장을 고조시키면서 “6자회담은 영원히 소멸되었다”고 발표한 것은 유엔 안보리 제재안에 찬성표를 던진 중국에 대한 반발의 표시로 외교가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에 중국이 크게 반발하였고, 그 반발이 리커창 총리의 '북핵 단호 반대', 왕이 부장의 '6자회담 조속 개최'라는 말로 표현된 것이라고 봅니다. 항상 에둘러서 객관적인 표현들을 쓰는 중국 사람들의 외교 전략에 비추어 보면 이는 북한에 대한 엄중한 경고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중국의 진심 어린 제의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박성우: 그런데 북측 매체에서 나오는 말을 보면, 북한 지도부는 미국과 평화협정을 맺기 위한 회담을 하고 싶은 것 같은데요. 이런 의향에 대해서 위원님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북한은 이미 1970년대부터 미국과 직접회담을 하고 싶어 했습니다. 제가 북한의 외교관으로 있을 때 북한 외교의 가장 중요한 과업은 북미 직접회담이었습니다. 저도 1980년대 초 미국 외교관들과 콩고의 킨샤사에서 비밀 접촉을 6개월간 가졌습니다. 그 회담의 의제도 평화협정 체결이었습니다. 북한의 외교 목표는 수십 년 동안 변함이 없었습니다. 북미 직접회담과 평화협정 체결이라는 목표가 변함이 없다는 뜻입니다.
또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북한 외교의 특징에 대해서인데요. 소련이 있을 때 북한 외교는 중소 사이에서 양다리 외교를 하면서 정치경제적 이득을 최대화하였습니다. 소련이 붕괴한 후 북한은 미중 사이에서 양다리 외교를 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뒤로 물러서는 기색을 보이면 미국에 접근하고, 미국이 물러서면 중국과 회담을 해서 이득을 취하는 외교 전략이지요.
북한은 중국과 심각한 회담을 하려 하지 않습니다. 회담을 하면 중국이 간접적으로 개혁, 개방을 요구하니 그게 싫은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과 회담을 하면 정전협정과 평화협정 문제 등 북한이 사활을 걸고 추진하는 문제들을 풀 수 있다고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미국과의 관계나 중국과의 관계 개선도 힘들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박성우: 위원님이나 다른 전문가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북측이 선택해야 할 길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