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명박 대통령을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실장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김정일 위원장이 미국의 카터 전 대통령의 입을 빌려서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했습니다. 실장님, 먼저 북측이 이런 제안을 내놓은 배경은 어떻게 이해하면 될까요?
고영환: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2박3일 평양 방문을 끝내고 지난 28일 평양에서 서울로 왔는데요. 기자회견을 열고 ‘김정일이 정상회담을 한국 정부에 제기했다’고 말했는데요. 북한이 현재 처해있는 형편을 먼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북한은 내년에 강성대국을 선포해야 하고, 3대 세습을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경제가 회복되고, 먹을거리가 있어야 하는데요. 그런데 지금 북한의 경제 위기는 더욱 심화되고 있고, 농사도 잘 안 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출구는 딱 하나죠. 외국으로부터 지원을 받는 건데요. 그런데 지난해 천안함 격침과 연평도 도발로 인해서 남북관계가 냉각되면서 모든 것이 중단됐어요. 북한이 미국과 중국 등 다른 나라들과 대외 관계를 개선하려고 해도, 이 나라들은 아무래도 한국의 눈치를 보게 돼 있거든요. 한국 정부는 지난해 있었던 도발로 인해서 민간인까지 죽었으니, 응당 북한이 사과와 유감을 표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런데 북한이 이걸 하지 않고 있죠. 그러니까 이렇게 꽉 막힌 대외관계와 대남관계를 풀어보겠다고 이번에 카터 전 대통령을 북한이 초청했고, 카터의 입을 빌려 다시 한 번 한국에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한 것으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박성우: 한국 정부의 당국자들은 김정일의 제안이 ‘새로운 게 없지 않느냐’는 시각을 갖고 있는 걸로 보도되고 있는데요. 이런 반응이 나오는 이유는 뭐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까?
고영환: 북한은 이미 지난 2009년 김양건 통전부장을 통해서 남북 정상회담을 제의했었고요. 남북이 나서서 회담을 준비하던 중 지난해 3월 천안함 격침 사건이 일어났고, 지난해 11월엔 한국의 영토이자 섬인 연평도를 사격해서 민간인까지 살상하는 큰 도발을 했는데요. 이렇게 초대형 군사 도발을 일으키고도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있으면서, 경제가 어려우니 정상회담을 해서 한국으로부터 쌀과 비료를 지원받으려 하는 건데요. 이것은 솔직히 말해서 도리가 아니라고 보고 있고요. 또 한가지 문제는 정상회담을 하려면 남북 공식 통로를 이용해서 한국에 정중하게 제의하는 게 옳은데, 이미 수십 년 전에 자리에서 물러난 전직 미국 대통령을 통해서 구두로 의사를 전해 온다는 건 외교적 실례거든요. 그러니까 진정성이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겁니다.
박성우: 실장님께서 보시기에, 3차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맞아떨어져야 한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한국 정부가 이미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습니다.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과 천안함 사건 등 한국 사람이 사망한 사건에 대해서 북한이 사과하는 진정성을 보이고,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과정에서도 진정성을 보인다면 정상회담을 언제든지 갖겠다, 그리고 과거 어떤 정권보다도 통 큰 대북 원조를 하겠다는 게 한국 정부의 입장입니다.
박성우: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과 관련해서 하나 더 여쭤보겠습니다. 김 위원장이 카터 전 대통령을 만나질 않았지요. 왜 그랬다고 보시나요?
고영환: 카터 전 대통령이 ‘엘더스(The Elders)’라는 단체를 이끌고 평양에 갔다가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지 못했는데요. 엘더스는 전직 국가수반 10명으로 만들어진 조그만 조직입니다. 세계의 인권 문제, 평화 문제, 빈곤 문제 등을 해결하겠다는 목적을 갖고 세웠는데, 큰 영향력은 없는 단체이고요. 카터가 평양을 갈 때 미국 정부는 ‘정부의 메시지를 갖고 가는 게 아니라, 미국 국민이 개인 자격으로 가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고요. 한국 외교부 장관도 카터는 ‘제3자’에 불과하고 그의 방문에 무게를 두지 않는다고 말했어요. 김정일 위원장이 카터를 만나지 않은 것도 한국 정부나 미국 정부가 외면하는, 그렇게 무게감도 없는 카터를 만나봤자 특별한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 같고요. 그리고 김정일 위원장이 아프니까, 그의 건강에 이상이 있지 않았나 생각하는 전문가도 많습니다.
박성우: 지금 서울에서는 ‘북한자유주간’이 열리고 있지요. 여기 참석하기 위해 미국에서 온 북한자유연합의 수잔 숄티 대표가 카터 전 대통령을 강한 어조로 비판했지요?
고영환: 그렇죠. 수잔 숄티 대표는 ‘탈북자의 어머니’라고도 불리는 인물인데요. 숄티 대표는 ‘카터 대통령이 인권 운동가라고 하는데, 북한 인권에 대해서는 말 한마디도 못하면서 김정일의 대변자 노릇을 하는 걸 보니, 미국인으로서 수치감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인권이 너무 열악한데도 불구하고 말 한마디 못하고 북한 입장만 계속 대변하니, 이게 미국 사람으로서 창피하다는 거지요.
박성우: 이번 주 내내 서울에서는 북한자유주간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런 행사가 북한 주민들의 생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고영환: 지난 4월24일부터 북한자유주간이 서울에서 진행되고 있는데, 5월1일에 끝납니다. 이 행사는 미국에 있는 인권단체와 한국에 있는 인권단체, 탈북자 단체들과 대학생 단체들이 공동으로 주최하고 있는데요. 이 사람들의 이야기는 간단합니다. 북한 사람들에게 응당한 권리와 자유를 부여하라, 정치범 수용소를 해체하라는 겁니다. 지금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서울에서 진행되는 자유북한주간 행사에 많은 관심을 표하고 있는데요. 세계의 관심이 높아질수록, 그리고 세계가 한목소리를 낼수록, 북한 정권은 ‘아무래도 정치범 수용소를 줄여야 되지 않겠는가’ 이런 생각을 하겠지요. 그리고 북한 주민을 마구 대하는 태도도 좀 변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고요. 더 중요한 게 있어요. 북한 사람들도 이런 행사가 진행된다는 걸 알면 아무래도 힘을 내겠지요.
박성우: 마지막으로 중동 소식 한가지 전해 드리겠습니다. 요즘 북한 주민들도 중동 지역에 불어닥친 민주화 바람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예멘에서는 33년간 독재를 해 온 살레 대통령이 출구 전략을 찾고 있다면서요?
고영환: 지난 33년간 예멘을 철권 정치로 누르면서 통치해 온 독재자인 살레 대통령이 최근 뭐라고 말했느냐면, 자신과 가족을 처벌하지 않고 살려만 준다면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했어요. 일부 반정부 시민단체들은 살레가 지금 물러나면 처벌하지 않겠다고 말했는데요. 그런데 예멘 청년 단체들이 ‘무슨 소리냐, 살레 대통령이 부정축재한 돈이 얼마나 많고, 민주화 시위 도중에 사람들을 죽이라고 사격 명령을 내린 사람인데 어떻게 처벌하지 않고 살려주느냐’면서 반대하고 있어서 좀 주춤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여기 한 가지 덧붙여 말한다면, 북한과 거의 똑같은 비밀경찰 체제를 가지고 수리아(시리아)를 40년간 철권 통치해 오던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을 반대하는 시위가 계속해서 커지고 있어요. 수도 다마스쿠스와 다라 등의 지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일어났고, 희생자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수리아 사람들이 대통령의 아버지와 현 대통령의 동상을 파괴하고, 건물에 걸어둔 전현직 대통령의 초상화를 찢는 모습도 보였는데요. 최근에는 군인들이 ‘총을 쏘라’는 명령을 거부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변화가 군인들 사이에서 나타나고 있고요. 국회의원들도 자리에서 물러나고 있습니다. 어떻게 전개될지 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박성우: 중동 소식은 계속 전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독재자의 말로는 예외 없이 이렇게 궁상스럽다는 점을 느낄 수 있네요.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전략정보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실장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