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간부사업은 너무 즉흥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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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황병서가 군 총정치국장이 됐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황병서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 군 총정치국장에 오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초고속 승진인데요.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고영환: 4월 26일 인민군 ‘차수’ 칭호를 받으며 군 총정치국장으로 임명된 것으로 추정됐던 황병서 전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 지난 1일 ‘김정숙평양방직공장’ 기숙사에서 열린 행사에서 ‘총정치국장’으로 불리면서, 그가 최룡해를 밀어내고 총정치국장에 임명된 것이 확인됐습니다.

황병서는 오랫동안 당 조직지도부에서 부부장으로 일하다가 올해 3월 제1부부장으로 임명되었고, 4월 15일에는 상장에서 대장으로 승진한 게 확인됐고, 그 후 열흘이 지난 26일에는 차수로 임명됐습니다. 정말 현기증이 날 정도로 초고속으로 승진한 것이죠.

황병서는 김정은의 친모 고영희가 살아 있던 2000년대 초반 김정은을 후계자로 밀다가 김정일로부터 ‘아직은 후계자 사업을 추진하지 말라’는 질책을 받고 근신하던 인물입니다. 그러던 그가 김정일이 죽자 김정은의 신임을 받으며 군 서열 1위인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된 것입니다.

저는 황병서의 임명을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은 김일성, 김정일과 달리 김정은은 간부 사업을 그 어떤 원칙이 없이 즉흥적으로, 제 마음에 드는 대로, 사람을 능력과 상관없이 임명해 버린다는 점입니다.

가장 최근 예로 4군단 출신들인 변인선, 안지홍, 윤영식 등이 북한군 최고지휘부로 진입하고 있는데, 이는 김정은이 지난해 4군단 예하 군부대들을 자주 다니면서 그 자리에서 그들이 충성스런 모습들을 보였다고 하여 그들을 작전국장으로, 인민무력부 부부장 등으로 고속 승진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황병서도 군 장령을 한 번도 지내지 못한 사람인데, 갑자기 상장을 받더니 대장으로, 차수로 승진한 것입니다.

이 경우 군에서 정통 코스를 밟으며 전방 사단장, 군단장, 작전국장 등을 지내면서 우수한 능력을 인정 받았던 군 장령들의 실망과 좌절감이 무척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인사, 즉 간부 사업은 모든 사업의 출발점입니다. 인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무너지게 되어 있습니다.

박성우: 최룡해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고영환: 최근에 진행된 북한의 당 중앙군사위원회 회의에서 최룡해가 차수 군복을 입고 제일 앞자리에 앉아있는 모습이 북한 매체를 통해 확인됐습니다. 이는 최룡해가 비록 총정치국장 자리에서 물러나기는 하였지만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자리는 내놓지 않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당뇨병 등 여러 병을 앓고 있던 최룡해는 김정은을 여기저기 따라다니느라 고생을 많이 하였고, 이 과정에서 진을 뺀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당분간은 병 치료를 하면서 기회를 엿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김정은이 최룡해를 그렇게 쉽게 내치지 못할 것이라고 봅니다. 그것은 우선 최룡해의 부친 최현이 김일성에 대한 ‘충실성의 화신’으로 온 북한의 인정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김정은이 최룡해를 버린다면 충실성의 모범을 버린다는 의미가 됩니다.

또 하나 있습니다. 김정은이 후계자로 첫 걸음을 뗄 때 그의 주변을 봐준 것이 바로 김경희와 장성택의 집안 그룹과 최룡해 등 최측근 그룹입니다. 그런데 장성택은 지난 해 12월 처형당하였고, 김경희는 모든 직위에서 물러난 상태이며, 여기에 최룡해까지 버린다면, 김정은은 명분도, 혈통도 다 버린다는 의미입니다.

박성우: 김경희도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한때 TV 화면에서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기 때문인데요. 그 이유는 뭐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북측의 중앙텔레비젼은 지난 4월 15일 방영된 기록영화에서 김경희의 영상을 지웠다가 지난달 29일 방영된 다른 기록영화에서는 김경희의 모습을 다시 내보냈습니다. 북한 영상물들에서 사라졌던 인물이 다시 나타난 것은 김경희가 처음입니다.

이는 북한에서 현재 돌고 있는 소문들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평양과 지방들에서는 김경희가 정치적으로 숙청된 것 같다, 혹은 김경희가 장성택의 처형으로 충격을 받고 자살하였다는 소문들이 끝없이 확산되고 있었습니다. 북한 지도부는 김경희까지 사라지고, 영상물들에서 삭제해 버리는 것이 북한 주민들에게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이 고모부인 장성택을 처형한 것은 그렇다 치더라고 김일성의 친딸이며 김정일의 유일한 동복 여동생인 김경희까지 정치적으로 숙청해버렸다는 사실이 확인되는 순간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을 마음속에서 지워버릴 수 있습니다. 이는 북한 지도부에 치명타를 안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믿을만한 소식통들에 의하면 김정은과 김경희는 이미 정치적으로, 인간적으로 갈라선 상태라고 합니다.

박성우: 장성택 일파 숙청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김정은이 김원홍을 질책했다는 소식이 있다던데요. 어떤 내용인가요?

고영환: 지난해 12월 김정은은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한 후 장성택 종파 일당을 2014년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전에 청산하라고 김원홍 보위부장에게 지시하였는데, 그 속도가 빠르지 않고 성과가 원하는 대로 나지 않아 김원홍을 심하게 질책하였다고 복수의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이에 김원홍은 올해 3월초 평양시 연못동에 있는 보위부 청사 내에서 당 간부 및 인민보안성과 인민무력부의 장성 등 도합 30여명을 총살하고 이를 김정은에게 보고하였다고 합니다. 간부들을 처형한 후 김원홍은 ‘이제까지 김정은의 지시를 죽기살기로 집행하여 왔는데 욕만 먹는다’고 측근들에게 얘기하면서 ‘우리 공화국도 이제는 변하여야 할 것 같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였다고 믿을만한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지금 북한 내부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앞에서도 언급하였지만, 장성택은 처형당하고, 김경희 비서는 김정은과 갈라서고, 여기에 그토록 충성을 다해 온 최룡해도 총정치국장 자리에서 밀려 났습니다. 게다가 권력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국가안전보위부에서도 보위부장과 김창섭 보위부 정치국장 사이에 알력이 생겨 다투고 있다고 합니다. 권력의 최고 핵심부가 이리 흔들리니 그 밑 단위들이 흔들리고 동요하는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입니다.

박성우: 마지막으로 이 소식도 좀 살펴보죠. 김정일의 밀랍상을 만드는 과정에서 얼굴에 난 검버섯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놓고 논란을 빚었던 것으로 밝혀졌지요?

고영환: 김일성, 김정일 등 북한 지도자들의 밀랍상을 만들어 온 장모레이 중국위인납상관 관장이 밀랍상 제작 과정에서 일어났던 비화들을 영국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털어놓았습니다. 지난 4월 28일 인터뷰에서 장 관장은 김정일 밀랍상을 만들 때 얼굴에 난 검버섯을 표현하느냐 마느냐를 논쟁하느라고 밀랍상 제작 사업이 무산될 뻔하였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일은 얼굴에 나이가 많은 경우 나타나는 검버섯이 유난히 많았는데, 회담에 나온 북한 당국자들은 밀랍상에 검버섯이 하나도 있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였고, 장 관장은 자신은 살아 있을 때 모습과 똑같이 만드는 것이 원칙이니 그렇게 할 수는 없다고 맞섰다는 것입니다. 오랜 토론 시간에도 합의가 도출되지 않자 김정은이 나서서 검버섯을 조금 남겨 두어도 좋다고 지시하여 합의되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장 관장은 묘향산 국제친선전람관에 있는 김정일의 밀랍상을 대하는 북한 간부들의 태도가 마치 인간이 아닌 신을 대하는 것과 같았다며 놀라움을 표시했습니다. 세상 어느 나라에 밀랍상이나 동상을 신처럼 대하는 나라가 있겠는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박성우: 그게 바로 우상화, 신격화의 산물이 아닌가 싶습니다. 모든 걸 최고 지도자가 결정하는 체제가 바로 북한인데요. 그런데 그 결정을 내리는 최고 지도자가 인사 문제, 그러니까 간부 사업에 있어서 최근들어 너무 잦은 변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위원님 말씀대로, 간부 사업은 모든 사업의 출발점일 텐데요. 황병서의 초고속 승진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는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지 않겠나 싶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