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박근혜 대통령에게 일격 당한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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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개성공단이 가동을 시작한 지 8년 4개월 만에 최대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 내 남측 체류 인원의 전원 철수를 결정했지요. 이전 정부에서는 보기 힘든 결정입니다. 이런 강경한 조치를 취한 이유에 대해서 위원님은 어떻게 분석하십니까?

고영환: 지난달 3일 북한의 김양건 통전부장이 개성공단 잠정 중단을 남한에 통보하였습니다. 북한은 남측 인원들이 개성공단에서 나오는 것은 허용했지만, 남측 인원들이 공단에 다시 들어가는 것, 물자와 식량, 의약품 등이 들어가는 것은 모두 중단시켰고, 급기야 공단에서 일하던 북측 근로자 전원을 일방적으로 철수시켜 버렸지요. 한국 정부는 남측 근로자들이 계속하여 개성공단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고 원자재와 식량 등도 들어갈 수 있도록 하라고 요청하였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이를 거부하였고요.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개성공단에 있는 남측 근로자의 전원 철수라는 대북 강경카드를 꺼낸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러한 강경카드를 꺼낸 배경으로는 개성공단에 있는 남측 인원의 신변이 북측의 봉쇄조치로 위험해졌기 때문에 이들의 신변안전을 최우선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고, 그 이면에는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온 북한의 한국 정부 길들이기를 이번에는 차단하자는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해석합니다.

북한은 개성공단이 김정일 위원장의 유훈사업이고 이명박 정부 하에서도 개성공단을 폐쇄하지 못하였으니 박근혜 정부도 당연히 개성공단을 막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한국 정부를 압박하여 온 것 같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개성공단을 볼모로 한 북한의 위협에 굴복하지 않고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는 의지 밑에 개성공단 내 한국 측 인원의 전원 철수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이고요. 북한은 설마 한국 정부가 이런 강경조치를 취하겠나 하고 방심하다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일격을 당한 모습입니다. 북한이 개성공단을 정상화하려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규범을 지켜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모두가 궁금해 하고 있습니다. 개성공단의 운명은 앞으로 어떻게 될 거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북한이 개성공단을 잠정폐쇄하고, 공단에서 일하던 53,000여명의 북측 근로자들을 일방적으로 철수시키고,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한국 측 근로자들의 먹을 것과 의약품의 공급까지 막자, 한국 정부가 남측 인원들의 신변안전을 위해 근로자 전원 철수라는 강경카드로 맞서면서 개성공단은 가동 개시 8년 4개월 만에 폐쇄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한국은 개성공단에 10만 킬로와트의 전력과 물, 모든 원부자재를 공급하여 왔습니다. 한국이 전기와 물, 그리고 원부자재 공급을 중단하면 개성공단은 사실상 폐쇄될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은 공단에서 1년에 약 9천만 달러의 외화를 벌어 왔습니다. 김경희 비서의 당 경공업부가 1년에 벌어들어야 할 외화벌이 목표가 3천만 달러라고 하니, 9천만 달러는 북한에게 큰돈입니다. 더군다나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측 근로자들의 수가 5만 명이 넘고, 그 5만 명이 20만 명 이상의 가족을 먹여 살리고 있다고 하니, 북측이 쉽게 공단을 포기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북한이 쩍하면 개성공단을 폐쇄하겠다고 위협하는 행태를 버리지 않는다면 공단을 폐쇄활 분위기거든요. 사실 중국에 경제적으로 예속되어 가고 있는 북한이 예속에서 풀려나려면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과의 경제관계를 발전시켜야 합니다. 그러나 북한이 개성공단에서 보여준 것처럼 근로자들을 일방적으로 철수시키고 이런저런 조건들을 대면서 폐쇄하겠다고 위협을 하면 과연 어떤 나라들이 북한에 투자를 하겠습니까?

문제의 열쇠는 북한이 쥐고 있습니다. 북한이 다른 모든 나라들이 하는 것처럼 국제사회가 통상적으로 지키고 있는 규범을 준수하겠다고 약속을 하고, 그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신뢰를 쌓아 나간다면 개성공단 문제는 잘 풀려 나갈 것입니다.

박성우: 또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일이 있었습니다. 북측이 지난해 11월에 억류한 한국계 미국인 배준호 씨에게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했습니다. 북측의 의도는 뭐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북한이 지난해 라선시에 관광 목적으로 입국했다가 반공화국 적대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를 들어 한국계 미국인 배준호 씨에게 노동교화형 15년을 선고했습니다. 2009년 미국 여기자 2명에게 12년, 불법입국 혐의로 체포되었던 곰즈 씨에게 8년을 선고한 데 비교하면 중형을 선고한 셈입니다.

배준호 씨는 시장에서 먹을 것을 찾아 헤매는 꽃제비들을 촬영하다가 잡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사진 몇 장을 찍었다고 15년 징역형을 내리는 나라가 이 세상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만, 어쨌든 북한이 배 씨에게 중형을 선고한 이유는 3차 핵실험 등으로 한반도 긴장 국면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을 압박하여 대화의 물꼬를 트고 싶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더 중요하게는 1994년 핵 위기 때처럼 미국의 전직 대통령이나 고위급 인사를 평양에 불러 들여 회담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김정은이 세계 최강인 미국과의 핵 대결전에서 승리하여 미국이 굴복을 하였다는 식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선전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박성우: 지난주에는 바깥세상이 북한을 어떻게 인식하는지와 관련해서 주목할 만한 뉴스들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먼저, “북한은 개밥 통조림 같다”고 중국의 고위급 외교관이 말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요. 무슨 의미인지 설명을 좀 해 주시죠.

고영환: 지난 달 30일 한국의 아산정책연구원 세미나 발표문에서 미국의 켐벨 전 미국무부 아태담당 차관보가 밝힌 내용인데요. 그는 한국에 오기 전에 중국을 방문하여 고위 외교관들을 만났는데, 그 중 한 외교관이 “북한은 개밥이 담긴 캔, 그러니깐 깡통 통조림 같다. 깡통을 열지 않은 채 선반위에 두면 매우 오래 간다. 그러나 깡통을 한 번 열면 내용물은 금방 상해버린다”고 말했다는 겁니다.

저는 이 발언 내용을 전해 들으면서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꼈습니다. 정말 깡통 통조림은 열지 않으면 오래 보관할 수 있지만, 열면 하루나 이틀 안에 먹어야지, 그렇게 하지 않으면 금방 상합니다. 북한은 개혁개방을 하지 않아 오래 견디었지만, 문을 일단 열면 붕괴할 수 있다는 의미인데요. 중국 사람들이 북한 실정을 너무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중국은 김정은 체제가 근본적으로 불안정하며 급속히 붕괴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며, 이런 생각을 미국 외교관들과 나누고 있다는 데에도 상당한 의미가 있습니다. 최근 북한의 실상을 중국과 미국이 너무나도 잘 알고 있으며, 이런 상황에 대비하여 미리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리인 것 같습니다.

박성우: 이번에도 중국 관련 뉴스인데요. 중국의 국방부가 ‘전쟁이 나면 북한을 지원할 것이냐’는 질문에 답변을 회피했습니다. 이것도 해석할 게 많아 보이는데요. 위원님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지난달 25일 중국 국방부 양위쥔 대변인은 외신 기자회견에서 “만일 북한이 공격을 받으면 조중우호협정에 따라 북한에 군사적 원조를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변을 회피했습니다. “조중 우호조약에 따르면 북한이 만일 미국이나 한국의 군사적 공격을 받는 경우 중국이 도와주게 되어있는데,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나면 그리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대답한 셈입니다.

사실 90년대 초 한국과 중국이 수교를 하면서 북한 지도부 내에서는 조중 조약이 사문화, 즉 이젠 ‘죽었다’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중국도 이 조약이 사문화되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3차 핵실험 이후 북중 사이가 빠르게 냉각되고 있습니다. 중국은 자국 내에 들어와 불법 활동을 하는 북한 사람들을 추방하고 있고, 불법 활동을 중단시키고 있으며, 중국 내 각 기관과 기업소가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를 지킬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내려 보내고 있습니다. 중국의 외교정책이 분명히 변화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이 상당히 주의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박성우: 마지막으로, 미국의 외교전문 잡지 포린폴리시가 ‘북한이 잘하는 7가지’를 소개했습니다. 상당히 비꼬는 내용인데요.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포린폴리시에 의하면 북한이 잘하는 일 일곱 가지가 있습니다. 저도 동감하는데요. 몇 가지 예를 들면, 북한이 두더지처럼 땅을 잘 판다는 겁니다. 다음으로 위조지폐를 잘 만듭니다. 그 다음이 아리랑 공연을 비롯한 대형 선전선동 행사 등을 아주 잘 한다는 겁니다. 북한을 비꼬는 말이지요. 제 생각에도 북한이 땅굴은 정말 잘 파는 것 같아요. 그리고 지난해에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장거리 미사일을, 아주 우둘투둘하게 만들긴 했지만, 이게 잘 올라가는 걸 보고, ‘야 북한 사람들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데 북한이 진짜 잘 하는 게 있습니다.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를 땄습니다. 이건 정말 맨 땅위에 올려놓은 기적과 같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그렇습니다. 잘 하는 건 잘 한다고 인정을 해 줘야 되겠지요.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